틀리기 쉬운 맞춤법, 사이시옷이 붙은 원리는?

2013. 8. 23. 10:07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지난번에는 꾸준히 신문을 읽고 기사 헤드라인을 통해 틀리기 쉬운 맞춤법을 확인하자는 말씀을 드렸었죠? 그때 전 국립국어원장조차 한국어의 띄어쓰기와 사이시옷은 100% 맞추기 힘들다고 고백했던 기사를 소개해드렸는데요. 


틀리기 쉬운 맞춤법, 기사 헤드라인으로 확인하자 [바로가기]



그는 무리한 현행 사이시옷(ㅅ) 규정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우리말+한자어'로 구성된 단어는 중간에 사이시옷을 넣게 돼 있다. '등교길' '차값'은 틀리고 '등굣길' '찻값'이 맞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등교낄' '차깝'으로 읽히게 되기 때문에 언어의 된소리화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외래어표기법에서 된소리 표기를 규제하는 것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사이시옷은 제대로 쓰이지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국립국어원의 수학 용어 조사 결과, 인터넷에서 '최대값'이라고 잘못 쓴 사례는 '최댓값'이라고 맞게 쓴 사례의 51.2배나 됐다.


前 국립국어원장의 고백 "띄어쓰기, 나도 자신 없다" (조선일보, 2013-05-22)




[출처 - 서울신문]


지난번에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이지만 틀리기 쉬운 맞춤법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그렇다면 오늘은 조금 수준을 올려볼까요? 신문을 통해 전 국립국어원장조차 어렵다고 하는 사이시옷에 도전해보겠습니다.




엄마 뱃속? 엄마 배 속? 사이시옷이 붙는 원리


지난 2013학년도 한국외국어대학교 모의문제에 나왔던 문제부터 한 번 같이 풀어보실까요?



▨ 2013학년도 한국외국어대 모의문제 


※ 굵은 글자 단어의 맞춤법이 틀린 것은? 


①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말이 있다. 

② 흔들리는 찻간에 앉아 잠시 졸았다. 

③ 그릇의 갯수를 세어서 이 종이에 적어라. 

④ 괄호 안에 들어갈 알맞은 숫자를 쓰시오. 

⑤ 회의가 이루어진 횟수를 모두 기록하였다.


[적성검사 대학가기] (7) 어문규정 (맞춤법) (한국경제, 2013-02-01)



정답은 3번이라고 합니다. 사이시옷은 순우리말로 된 합성어나 순우리말과 한자어로 된 합성어에만 붙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둘 다 한자어인 개(個)와 수(數)는 사이시옷이 들어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맞춤법을 잘 아는 눈치 빠른 분이라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셨겠죠? 찻간(車間)이나 횟수(回數)도 한자어의 조합인데 문제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말씀하실 분이 계시겠지만 모든 언어에는 배우는 사람을 괴롭히는 예외가 꼭 있죠. 한자어이지만 다음 여섯 단어는 사이시옷을 써야만 맞게 정해져 있습니다.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셋방(貰房), 숫자(數字), 곳간(庫間)




[출처 - 서울신문]


여기에 더해 기존에는 맞는 말이었지만 맞춤법과 교과서 개정 등의 이유로 이제는 고쳐 써야 하는 사이시옷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있습니다. 혹시 맞춤법을 잘 아시는 분들도 기존 맞춤법에 맞춰 쓰시는 경우가 많으니 한 번 쯤 봐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교과서 개정이 바뀌며 달라진 띄어쓰기도 익혀야 한다. 그동안 한 낱말로 붙여 썼지만 띄어 써야 하는 낱말들은 뱃속→배 속, 바닷속→바다 속, 하룻동안→하루 동안, 허릿살→허리 살, 감기들다→감기 들다, 소리내다→소리 내다, 길찾기→길 찾기, 감싸안다→감싸 안다, 걸어다니다→걸어 다니다 등이다. 또한 교과서에서 그동안 띄어 썼던 말을 붙여 써야 하는 합성어도 있다. 교통안전, 창밖, 꿈속, 마음속, 나무토막, 저녁노을, 지난해, 지난밤 등이다.


쉽게 접근하는 초등 통합논술 (내일신문, 2013-03-25)



예를 들어 뱃속은 배 안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니 임산부에게 쓸 때는 특히 주의하셔야겠습니다. 엄마 뱃속이 아니라 엄마 배 속, 뱃속 아기가 아니라 배 속 아기라고 띄어 써야 맞다는 소리죠.


역시 전 국립국어원장도 헷갈릴만큼 복잡하고 예외도 있네요. 기본적으로 사이시옷은 한자어+한자어 사이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맞지만 위 여섯 단어는 예외다 정도로 기억하고 계시면 거의 틀릴 일이 없겠습니다.




전문 용어를 쉽게 풀어 쓰는 노력도 중요해




[출처 - 서울신문]


조금 더 어려운 맞춤법에 도전해 볼까요? 일상생활에서 많이 틀리는 맞춤법은 한국어를 쓰는 우리가 신경을 미처 못 썼거나 무심한 탓이 큽니다. 영어를 공부하는 만큼만 한국어를 바르게 쓰기 위해 노력한다면 어이없는 맞춤법 실수는 크게 줄어들 거예요. 하지만 전문 용어는 일반인에게 지나치게 어렵기 때문에 제대로 맞춤법을 지킬 수 없는 때가 많습니다. 이런 용어들은 가능한한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쉬운 말로 풀어쓰는 노력도 필요하죠. 예를 들어 법원 판결문에 쓰이는 말들이 그렇습니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화재보험에 가입한 것을 기화(奇貨)로, OOOO년 O월 OO일 05:00경, 사무실에서 중고 의류를 쌓아놓고 불을 붙여 사무실 내부 전체를 소훼(燒毁)하였다.” 2011년 서울동부지법에서 선고한 방화사건 판결문의 일부다. ‘기화로(빌미로)’ ‘소훼(불태워 없애다)’ 등 어려운 한자어들이 포함돼 좀처럼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과 동떨어져 ‘외계어’라는 비판을 받았던 법원 판결문의 용어들이 알기 쉬운 말로 대체된다.


이 판결문 뜻 아시는 분 있나요(중앙일보, 2013-03-04)



기화, 소훼 같은 단어는 난생 처음 보는 분이 압도적으로 많을 겁니다.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으려고 해도 소훼는 틀린 맞춤법인 소회와 소홰 사이에서 헤매기 십상일 겁니다. 기화로는 빌미로, 소훼는 불태워 없애다로 쉽게 쓸 수도 있는데 그간 너무 어렵게만 써왔죠. 대표적으로 법조계에서는 한자어가, 의료계에서는 영어가 남발되어 왔습니다. 그것도 대체 불가능한 용어가 아님에도 소비자가 되는 일반인들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들이 사용되어 왔죠. 사람이 살다보면 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 생기는 법이고 병원에서 진찰도 받아야 하는 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일반인들이 제대로 된 맞춤법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지요.




[출처 - 중앙일보]


다행히 각 업계에서 각 용어들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특히 법원의 경우 대법원 산하 법원도서관이 발간하는 법원 맞춤법 자료집의 전면 개정을 국립국어원에 의뢰해 자문을 얻어 일상생활에 쓰이지 않는 어려운 한자어와 일본식 표현 등을 쉽게 고쳐썼다고 합니다. 앞으로는 좀 더 알아듣기 편한 판결문을 만나볼 수 있겠네요.


어려운 맞춤법도 신문에서 소개하는 사례나 NIE 자료를 꾸준히 살피면 뼈대가 되는 기초 원리를 익힐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요 신문이 쓰는 표현은 맞춤법을 지킨 극도로 정제된 문장들이니 꾸준히 신문을 읽어두어 그 표현들을 눈에 익혀두면 다른 자리에서 맞춤법을 살펴볼 때도 자연스레 참고로 삼을 수 있겠죠. 그러니 맞춤법에 맞는 바른말을 쓰고 싶으시다면 오늘부터 꾸준히 신문을 읽으시는 건 어떨까요?




ⓒ 다독다독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으로 다음뷰 pick에 선정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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