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독讀한 리더십

2013. 11. 1. 13:02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모든 리더(Reader)가 리더(Leader)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리더(Leader)는 리더(Reader)가 되어야 한다." 미국의 전 대통령인 해리 트루만이 생전에 읽기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지난 10월 31일 건국대학교 법학관 국제회의실에서 여덟 번째 독한습관이 진행되었는데요. 이번 강연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생각지도>라는 책과 특유의 화법으로 청중을 끌어들이는 유영만 교수가 연단에 섰습니다. <읽지 않으면 읽힌다! Readership>이라는 주제로 도약을 준비하는 청춘에게 따뜻한 이야기를 전했는데요. 그 현장 속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지식생태학자가 책을 읽는 방법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강연은 여러 동영상과 화려한 슬라이드 자료가 함께해 그야말로 스펙터클했습니다. 시각과 청각에 고루 자극을 받은 청중들이 시종일관 열정적인 모습으로 이야기에 집중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는데요. 무엇보다 언어의 연금술사와도 같은 유 교수의 유머에 강연장엔 웃음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이런 그가 알려준 특별한 독법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문제의식의 독서’ : 나를 위한 단 한 권의 책을 찾아서


“이 책 한 권으로 오늘 여기까지 온 원동력을 마련했다. 이 책 한 권이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했다.” 누군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얼마나 대단한 책일까 궁금해집니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이 길을>이라는 제목의 책은 유영만 교수의 삶에 첫 번째 터닝 포인트를 제공해주었다고 해요. 그러나 유 교수는 놀랍게도 이 책을 다른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책이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책이 고시를 준비하는 소수의 학생들만이 공감할 만한 합격 수기집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어떤 묵직한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고 읽을 책을 고르곤 합니다.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로, 표지가 예쁘다는 이유로, 누군가가 권했다는 이유로 책을 읽습니다. 이런 독서법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마음이 어떤 방향으로 향하는지 인식하고 그에 알맞은 책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그 책은 자신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책이 되어줄 테니까요. “책을 만든 사람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는 역설적이면서 통찰력 있는 구절이 아직도 마음속을 떠나지 않는데요. 다독다독 독자여러분들도 나만을 위한 단 한 권의 책을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둘째, 지식 융합의 독서’ : 가로로 읽으면서 세로로 생각하라


“가로로 읽으면서 세로로 생각하라!”는 고두현 한국경제논설위원의 말을 인용하며 유영만 교수가 창의적 독법을 알려주었는데요. 가로로 읽는다는 것은 저자의 생각과 의도, 문제의식을 따라가면서 읽는 것이고 세로로 생각하는 것은 저자의 핵심 메시지와 다른 책의 핵심 메시지를 수직으로 엮으며 정리하라는 뜻입니다. 이런 수평적 사고와 수직적 사고가 만날 때, 씨줄과 날줄이 엮이듯 새로운 의미의 덩어리로 뭉쳐서 새롭게 나타난다고 하네요.


그에게는 책 읽기와 일상생활이 떨어져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길을 걷다가도 광고판에 영감을 받아, 그것이 책에 미치게 되는 이런 ‘이연 연상’도 두 가지 이상을 연결시켜 또 다른 상상력을 이끌어 내는 창의적 독법에 포함되지요.






‘셋째, 체험하는 독서’ : 기록과 경험이 함께하는 책 읽기


‘필사하지 않으면 필사적으로 필사(死)한다.’라는 재치 있는 구절은 유영만 교수가 얼마나 직접 ‘쓰는 일’에 대해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려줍니다. 그는 종이에 펜으로 직접 무언가를 적는 와중에 상상력이 가장 많이 생긴다고 할 정도인데요. 자신의 책을 필사한 이에게는 평생 무료로 책을 제공한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기록하기를 강조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y=er² 공식의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지요? 유 교수에 따르면 이 공식에서 y는 창작물, e(experience)는 체험, r은 독서(read)와 만남(relation)을 뜻하는 단어의 약자입니다. 즉, 이 중 하나라도 0이 되면 사람을 아무리 만나고 책을 아무리 읽어도 창작이 표출이 안 된다는 것인데요. 이와 관련해 교수는 “읽는 책과 경험하는 체험, 만나는 사람이 바뀌면 내가 바뀔 수 있다. 여러분이 책을 읽고 저자를 꼭 만나는 체험을 해라. 그것이 최고의 독서법이 될 것이다.”라고 합니다.





강의가 끝난 후에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요. 평소 책 읽기를 즐겨하는 유영만 교수의 독서 습관에 대한 구체적 질문들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Q. 서점을 자주 가는데, 책을 고르기가 어려워요. 책을 고르시는 기준이 따로 있나요?


내가 의도적으로 반복하는 습관이 하나 있다. 일주일 중에서 토요일은 서재에서 온전히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이때 신문도 많이 읽는데, 각 신문에 소개되는 책의 서평을 참고하여 책을 고르는 편이다. 강의에서 말했듯이 사람마다 자신이 가진 문제의식이 각각 다르다. 서점에 자주 간다는 것은 아주 좋은 습관이다. 가서 책 냄새도 맡고, 책장을 훑어보면 책과 친해질 수 있다. 책이 고르기 어렵다면 눈길이 가는 표지나 마음에 와 닿는 제목의 책을 집어보아라. 그리고 목차와 저자를 살피고 나의 상황에 맞는지를 고민하다보면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다. 


Q. 강의에서 메모에 대한 내용을 강조하셨는데, 메모의 기능은 무엇인가요? 


사람의 기억은 휘발성이 있다. 일주일전에 읽은 책을 통해 받았던 감동은 오래 가지 않는다. 그런데 손이라는 방부제를 이용해서 책 속에서 느꼈던 점을 써놓으면 달라진다. 메모와 기록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나는 가급적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지 말고 구매해서 읽기를 권한다. 포스트잇도 붙이고 밑줄도 그으면서 책 속에서 자신에게 오는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찾은 의미들은 온전히 나의 지식이 되기 때문이다. 


Q.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청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티벳 속담 중에서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말이 있다. 색다른 도전, 다양한 체험을 두려워하지 마라. 대학 4년 동안 이후에 대한 걱정으로 토익, 토플에 매달려 있기보다 고전을 읽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자투리 시간에는 책을 읽기를 권한다. 일주일의 단 하루만이라도 서점에 가고, 손에 책을 잡는 버릇을 가지면 더 좋다. 이 작은 시작이 대학 이후의 삶을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은 궁금한 것이 생기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무엇인가요? 스마트폰을 켜고 인터넷을 켜서 검색을 하시나요? 궁금한 것이 생겼을 때 사색하지 않고 검색하는 우리들의 모습은 이제는 무의식적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사색(思索)하지 않으면 사색(死色)이 된다고 말하는 유영만 교수. 


그런 점에서 이번 독한습관 강연은 우리에게 많은 화두를 던져주었습니다. 유영만 교수는 생각의 발로(發露)는 발로 걸으면서 나오고, 생각의 말로(發露)는 말만 하는 사람들에게 온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들 역시 작은 책상과 손바닥 만한 스마트폰에 갇혀 생각의 말로로 향하고 있지는 않았는지요?


다음 독(讀)한습관은 부산으로 갑니다. 11월 6일 부산 경성대학교에서 열리는 <원더보이>의 저자 소설가 김연수씨의 강연, 기대해주세요!^^


▶ ‘독(讀)한 습관’ 소설가 김연수 편 신청하기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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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讀)한 습관’ 강연콘서트 


‘독(讀)한 습관’ 철학자 강신주 편 [바로가기]

‘독(讀)한 습관’ 아나운서 한석준 편 [바로가기]

‘독(讀)한 습관’ 소설가 김연수 편 [바로가기]

‘독(讀)한 습관’ 시인 정호승 편 [바로가기]

‘독(讀)한 습관’ 철학자 최진석 편 [바로가기]

‘독(讀)한 습관’ 소설가 이철환 편 [바로가기]

‘독(讀)한 습관’ 소설가 박범신 편 [바로가기]

‘독(讀)한 습관’ 여행 작가 손미나 편 [바로가기

‘독(讀)한 습관’ 영화평론가 이동진 편 [바로가기

‘독(讀)한 습관’ 소설가 김영하 편 [바로가기]

대학생들이 직접 만든다!‘독(讀)한 습관’ 강연콘서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