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CEO들, 인문학에 푹 빠진 이유

2011. 9. 19. 14:38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최근 각 대학이나 기업 등에서 인문학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이슈가 되던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인데요. 인간의 가치와 본연을 되돌아보는 인문학이 개인의 내적 성숙은 물론, 기업의 창의적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히 기업 CEO들에게 인문학 열풍이 새롭게 일고 있는 것입니다.




CEO가 예술은 알아서 뭐해? 

“정보사회, 지식사회, 하이터치 사회로 바뀌면서 창의성이 중요해졌다. 무식하게 열심히 일만 하다가는 회사를 망칠 수도 있다. 팔라지도 않을 물건을 만들기만 하면 무슨 소용인가. 고객의 마음을 제대로 읽으려면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예술을 알아야 한다. ‘창조경영’이란 화두가 부상하는 것은 그만큼 지금이 격변기라는 증거다.” <고승철의 ‘CEO인문학’ 중에서>

인문학과 CEO라면 얼핏 이질적인 조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인간 이해를 통한 상상력의 극대화’는 경영자의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획기적인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인문학을 통해 경영의 시야를 넓히고 문제 상황에서 새로운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죠. 


국내 CEO 97.8%, 인문학이 경영에 도움 된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인문학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을까요? 삼성경제연구소가 CERICEO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데요. 지난 2월에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국내CEO의 97.8%는 인문학적 소양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고, 82.7%는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가산점을 주고라도 채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인문학에 대한 관심과 달리 실제 기업경영에서 인문학을 접목하는 기업들은 매우 드문데요.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CERICEO 회원 24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선 기업경영과 인문학 접목을 묻는 질문에 ‘시도하지 않고 있다’는 대답이 35.7%로 가장 많았습니다. 기업경영에 인문학을 접목시킨 사례는 ▲사내 인문학 강좌를 통한 임직원의 인문학적 소양 함양(24.6%) ▲내•외부 인문학 과정을 통한 CEO 본인의 인문학적 소양 함양(22.5%) 등으로 무척 제한적이었죠. 




글쓰기, 즉흥연극 배우며 인문학적 상상력 키워 

외국 기업들 중에는 인문학을 적극 활용한 사례가 꽤 많습니다. 창조적 기업으로 잘 알려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인문고전 애호가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주커버그 또한 어린 시절부터 그리스 로마신화를 탐독하는 등 인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다고 하죠. 주커버그는 직원을 채용할 때 “당신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인문학적 상상력을 평가한다고 합니다. 

IBM은 임원교육 과정에서 고전을 읽은 뒤 기업의 변화방향을 제시하도록 하는데요. ‘토이스토리’, ‘카’ 등의 애니메이션을 만든 픽사(Pixar)의 경우 사내 교육기관에 글쓰기, 문학, 철학, 즉흥연극 등 100여개 인문학 과정을 개설하고, 직원에게 주당 4시간의 교육시간을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으로는 아모레퍼시픽의 사례가 대표적인데요. 직원 교육 시 공동체 문화가 신화, 상징, 의례로 구성돼 있다는 종교학 방법론을 활용해 ‘아리따움’ 매장 직원들에게 뷰티컨설턴트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심어주고 있죠. 

인문학은 제품 개발과 디자인 분야에서도 남다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인력의 15%를 차지하는 인문학, 사회과학 전공자들은 디자인과 기술 인력과 협업해 디자인과 마케팅, 선행기술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중재하고 있죠. 인문학 전공자들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융합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업 경영에 인문학 접목하는 방법 4가지 

인문학의 경영 접목은 단순히 인문학적 지식을 주입하는 것과는 다른데요. 인문학의 ‘관점’에서 구축한 가치관을 경영 전반에 걸친 세계관과 접목하는 것이죠. 상상력이 풍부한 인재들의 다양한 관점들을 모두 아우르기 위해선 CEO의 역량이 무척 중요한데요. 창의적 인재를 다루는 CEO라면 반드시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한 차별화된 경영철학을 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경영에서 인문학을 접목하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밝힌 방법은 총 4가지인데요. ▲임직원 인문학 과정 참여를 통한 인문학 소양 배양 ▲외부 인문학 전문가 자문 활용 ▲인문학자로 구성된 독립적 조직 운영 ▲다양한 인문학 전공자를 채용하여 경영 전 부문 배치 등입니다. 단, 인문학 전공자를 현업에 배치하는 것은 효과가 큰 대신, 기존 인력과 마찰을 빚는 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단점도 존재하죠. 


인문학 초보 CEO라면? 이곳에서 배울 수 있어요

CEO가 인문학 공부에 매진해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아셨을 것 같은데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은 각 대학 및 기관의 인문학 과정에 참여해보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현재 8기까지 진행된 서울대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AFP)은 꽤 인기가 높은데요. 김형오 국회의원, 김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성명훈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원장 등이 사회적 명사들이 거친 코스로도 유명하죠. 단순히 수업만 듣는 게 아니라 중국은 물론 영주, 안동지역 유교문화 탐방 등 답사까지 할 수 있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휴넷의 ‘행복한 인문학당’ 프로그램 역시 인기인데요. 1, 2기 통틀어 약 500명이 등록했으며 대기업의 단체 등록도 줄을 잇는다고 합니다. 지난 5월에는 VIP 회원을 대상으로 하루 만에 100명의 가입자를 모아 화제가 되기도 했죠. 

인문학이 지루하다면 예술 분야에 눈길을 돌려보는 것도 좋은데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이 국립극장과 함께 연 전통예술 CEO 과정이 대표적입니다. 황병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등 유명 예술인의 강의와 함께 단가와 단소를 직접 배울 수 있죠. 1기 과정엔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과 변인근 중앙디자인 회장,한규택 삼주에스엠씨 회장 등 40명이 참가했습니다. 

클래식 음악 교육을 하는 풍월당 역시 CEO들이 즐겨 찾는 곳입니다. 베르디 오페라 전곡 강좌, 음악평론가 최은규의 ‘관현악 오디세이’, 음악평론가 황장원의 ‘이야기 식으로 풀어보는 말러의 음악세계’ 등 매월 진행되는 프로그램마다 지원자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부터
25일까지 7일 동안이 인문주간이라는 것 알고 계셨나요?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하는 올해 인문주간은 열림과 소통의 인문학이라는 대주제로 인문학에 대해 좀 더 가까이에서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답니다.

 

'2011 인문주간'은 삶의 지혜와 행복찾기를 테마로 삶의 의미와 행복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데 의의를 두고 있는데요. 인문학을 알고 싶고, 관심 있는 많은 분들에게 정말 좋은 한주가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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