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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트러스트'가 뭐냐고요?


#뉴스 트러스트가 뭐냐고요?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숫자는 컴퓨터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우리는 컴퓨터에 문자를 입력하지만, 컴퓨터는 입력된 문자를 숫자화해 받아들인다.



가령, ‘언론이라는 단어가 있다. ‘은 국제 표준 문자코드인 유니코드에 따라 ‘3147’이다. ‘‘3153’, ‘‘3134’, ‘‘3139’, ‘‘3157’이다. 그래서 컴퓨터는 언론이라는 문자를 ‘314731533134313931573134’로 받아들인다. 컴퓨터는 이러한 방식으로 모든 문자를 인식한다. 뉴스는 기본적으로 문자로 기록되며, 기록된 문자는 모두 컴퓨터에서 숫자로 인식될 수 있다. 이는 디지털 시대 모든 뉴스가 숫자로 치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프로야구 순위처럼 뉴스도 숫자들의 배열이며, 그 배열의 분석을 통해 패턴을 찾을 수 있고 특정한 경우의 수를 예측할 수 있다.

 

뉴스 트러스트는 여기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기존 뉴스들에서 심층성이 높은 뉴스들의 패턴을 찾아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뉴스들 중에서 심층성이 높은 뉴스를 찾도록 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다양성, 정보성, 속보성 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언론진흥재단은 1990년부터 축적해온 기사 3,000만 건으로 이루어진 빅카인즈라는 훌륭한 데이터베이스와 분석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배열의 맥락이다. (50개의 숫자를 보여주었을 때)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50개의 숫자에 담긴 의미를 조금 더 빨리 파악할 수 있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설명을 해도 이해하기 힘든 배열일 수도 있다. 어떤 법칙이나 패턴을 찾아내는 능력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기존 지식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지식의 양은 여럿이 함께 모일 때 늘어난다. 뉴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 함께 모인다면 그만큼 지식의 양도 늘어나고 그만큼 맥락을 찾기도 쉬워진다. 뉴스트러스트 사업을 위해 위원회를 구성한 이유다.

 

디지털 시대 뉴스가 저널리즘 측면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이 모여 논의한 후 그 패턴을 분석하고 그 가치를 구현한 뉴스를 찾아낼 수 있는 설계도, 즉 컴퓨터가 어떻게 작동할지를 규정하는 알고리즘을 함께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뉴스는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각기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뉴스의 경우 컴퓨터가 학습을 통해 알아서 패턴을 찾도록 놔둘 수 없다.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는 뉴스에 통일된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기에 단일한 설계도가 아닌 각각의 입장들을 반영한 다양한 설계도를 제시하는 것이 뉴스트러스트 사업의 최종 목표다. 언론현업, 학계, 전산통계 전문가 등이 위원회에 두루 참여한 이유다. 그 결과에 따라 이용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저널리즘 가치에 부합하는 뉴스를 소비할 수 있다. 자신이 자주 보던 뉴스 위주로 추천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심층성, 다양성, 균형성, 속보성 등 저널리즘 가치에 따라 뉴스를 추천받을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이 뉴스에 대해 갖는 전반적인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도출된 결과는 모두 공개해 뉴스의 생산자나 이용자 모두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없다. 뉴스트러스트 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만들어낸 제안들도 당연히 완벽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기에 모든 것을 공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뉴스트러스트 위원회가 간과한 오류는 없는지 공개적으로 검증받고 그 오류를 생산자와 이용자 모두가 고쳐 나갈 수 있도록 소스코드까지 공개하고자 한다. 뉴스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결과물의 신뢰도뿐만 아니라 위원회의 활동과 활동과정 전체의 투명성이 신뢰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어떠한 결과가 제시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뉴스트러스트 사업은 시도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컴퓨터가 하는 일로 간주돼 일종의 블랙박스처럼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을 공공논의의 장으로 끌어내기 때문이다. 뉴스트러스트는 단순히 뉴스 알파고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 필요한 모든 것에 대한 논의와 그 내용의 공개를 바로 지향하는 것이다.

 


#뉴스 신뢰도 회복을 위한 뉴스 트러스트 해외 사례


이성규, 로터닷넷 미디어랩장


▲ 구글 뉴스 프로젝트 총괄, 리차드 깅그라스


#리차드 깅그라스의 뉴스 트러스트 프로젝트


구글의 뉴스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리차드 깅그라스는 지난 2014년 동료 연구자인 샐리 레흐만과 '더 트러스트 프로젝트(The Trust Project)'를 시작했다. 이들은 일종의 선언문에서 "미디어의 신뢰는 수십년 동안 도전을 받아오고 오늘날에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퓨 리서치의 통계를 일일이 열거하면서 현재 뉴스의 신뢰 하락이 얼마나 위기 국면에 처했는지 조목조목 예시했다.


이들은 트러스트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음 5가지를 제안했다.

 

1. 미션과 윤리강령을 언론사 웹사이트에 올린다

2. 저널리스트의 이력을 명시한다

3. 기사 작성에 도움이나 자료를 제공한 인터뷰이, 전문가, 사이트 링크, 원본을 어떻게 이용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4. 기사 내용에 대해 명확히 출처를 밝힌다

5. 직접 찾아가서 취재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트러스트 프로젝트는 깅그라스에 의해 구글 뉴스 검색 알고리즘에 반영되며 신뢰 생산 조건을 갖추게 됐다. 5개 항목을 잘 이행하는 언론사에 구글은 그들의 기술을 이용해 보상했다. 특히 객관성, 균형, 독창성, 권위를 갖춘 기사를 검색 결과 상단에 배치함으로써 그 효과를 배가시켰다.



▲ Media Standards Trust의 로고



영국 미디어 스탠다드 트러스트


영국의 미디어 스탠다드 트러스트(Media Standard Trust, 이후 MST)는 미디어의 책무에 대한 성찰로부터 비롯된 조직이면서 운동이다. 시작은 2003년 데이비드 벨 파이낸셜타임스 회장으로부터 비롯됐다. 미디어업계 외부에 있는 많은 전문가들이 미디어가 갖고 있는 영향력에 비해 책임성이나 투명성이 너무 취약하다는 비판을 내놓으면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동력이 됐다. MST는 품질과 투명성, 책무성을 핵심 주제로 다룬다. 신뢰 자체를 이슈로 삼고 있지는 않지만 궁극적으로 이러한 논의를 통해 언론의 신뢰도를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다.

 

MST가 신뢰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하는 방법은 3가지다. 조지 오웰상을 지원하며 고품질 뉴스의 생산을 장려하고 있다. 워크숍과 같은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보고서를 공개해 더 나은 저널리즘의 전형을 탐색한다. 그리고 가장 주목할 만한 활동으로 여러 웹사이트 개발을 통해 높은 표준의 저널리즘을 진작하고 독려한다.

 

지금은 작동이 멈춰 버렸지만 '처널리즘(Churnalism.com)'이라는 사이트는 오리지널 저널리즘과 보도자료를 구분하기 위해 개설됐다. 보도자료를 인덱싱한 다음 이를 수집한 기사와 대조하고 유사도를 측정한 뒤 겹치는 부분이 있으면 이를 강조해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활용 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KPF톡 70호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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