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ile_menu

신문을 펼치다


양정환, 2016 다독다독 기자단


누군가를 좋아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일부만을 알아서는 안 됩니다. 지극히 사소한 부분을 포함하는 전부를 알아가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사람을 좀 더 깊이 그리고 오랫동안 좋아할 수 있습니다. 


신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문을 잘 읽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 안에 들어있는 그 날의 기사만을 읽는 것이 아니라 형식과 모양에 관해서도 관심 있게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런 작은 호기심의 시작은 신문을 좀 더 넓은 맥락 속에서 이해하도록 도우며 흥미를 유발 합니다. 오늘은 다독다독 독자분들과 함께 몰랐던 그리고 알아도 깊이 알지 못했던 신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신문을 알다


이른 아침, 집 앞에 놓인 신문을 가져와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펼쳐보았습니다. 하지만 넓게 보아도 매일 같이 보던 신문이어서 그런지 낯설게 느껴지거나 특이한 부분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위에서부터 차근차근 내려와 보도록 하겠습니다. 


▲신문용지 편집을 위한 구멍을 상단부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신문지 위쪽에 작은 구멍들이 하나둘씩 나 있습니다. 아침 배송 과정 중 관리가 소홀했던 탓인가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이 구멍들의 정체는 제작과정에 있습니다. 원래 신문 인쇄용지 크기는 우리에게 들어오는 신문의 크기(2절, B2)보다 큽니다. 이를 독자들이 읽는 알맞은 크기로 만들기 위해 눌러 자르고 접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바늘로 고정하며 자국이 생깁니다.

신문 용지는 나무를 갈아서 만드는 쇄목펄프와 화학펄프를 섞습니다. 쇄목펄프를 만드는 과정에는 한 가지 나무만이 아닌 적송나무, 솔송나무, 전나무 등의 침엽수와 자작나무, 느티나무 등의 활엽수가 동시 사용됩니다. 원목 1.3t에서 약 1t가량의 신문 용지가 나오는데 이는 21만 2,100면의 지면을 만들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라고 합니다. (신문박물관 자료 기준) 

특히 폐지의 90% 이상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자연을 많이 훼손시키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잘 읽고 잘 버린 신문들은 다시 좋은 기사와 함께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신문 구독 뒤에는 알맞은 종이 재활용 처리까지. 올바른 신문 활용을 위한 기본소양입니다. 



#신문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시 신문으로 돌아와 이제는 신문 상호 아래 있는 다양한 숫자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매일 보고도 지나쳤던 이 숫자들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호는 신문의 발행 횟수를 뜻합니다. 창간호가 제1호이며 신문을 발행하는 날마다 호수가 하나씩 늘어납니다. 일제강점기처럼 신문이 일시적으로 정간 혹은 폐간되어 신문이 나오지 않는 날들은 숫자에 추가시키지 않습니다.

▲창간연도, 호, 판 순으로 1면에 기재되어 있다


신문은 제작 후 바로 인쇄되어 우리의 곁으로 오지는 않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늦은 저녁 그리고 이른 새벽에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은 생동감 있게 지면에 담길 수 없습니다. 판은 신문 제작 과정 중에 얼마나 많은 수정 과정이 있었는지 보여줍니다. 보통 첫판이 나온 뒤 평균 하루 3~4차례 지면 재편집이 발생하며 함께 판수가 바뀐다고 합니다. 측정 기준은 신문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성 ‧ 신속성 ‧ 시의성을 위한 노력이 이 숫자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일맥상통(一脈相通)합니다.


▲제목은 시의성, 사회적 비중 등을 고려한다


이제는 지면으로 내려가 다양한 기사들을 마주합니다. 제목이 눈에 띕니다. 글자의 크기도 형태도 제각각입니다. 기사의 제목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궁금합니다.

“그냥 글을 쓰는 취재 기자의 마음 아닐까?” 라고 이야기는 분들도 많을 듯합니다. 하지만 제목을 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과정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편집기자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단순히 제목만 잘 지으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면 차지 정도, 시각적인 효과 등을 포함하는 실제적인 크기가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1차 편집을 거치면 다시 편집부의 데스크(차장, 부장) 이상 담당자에게 넘어가 다시 확인을 받습니다. 기사의 비중, 사회적 상식, 언론의 역할 등을 기준으로 기사 내용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를 확인한 후 게재를 결정합니다.



#발전을 거듭하는 신문

제목 아래로 형형색색의 사진들이 보입니다. 정말 다양한 색감을 사용한 듯 보이지만 실제 신문에 사용되는 색은 총 4가지(검정, 파랑, 빨강, 노랑)입니다. 이를 ‘검정->파랑->빨강->노랑’의 순서로 인쇄해 서로의 망점[각주:1] 이미지를 겹쳐 다양한 색을 만들어내는 시각적 효과를 유발합니다. 실제 신문에 포함된 이미지를 자세히 보면 4가지 색의 점들이 작게 뭉쳐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리우올림픽을 전하던 생생한 이미지는 실제로는 단 4가지의 색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 컬러 신문의 시작은 196614일 자 중앙일보 신문입니다. 원색 처리 시설로 컬러 신문을 처음 제작했으며 당시 국내에서는 가장 우수한 인쇄 효과임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는 후에 각 신문사가 컬러 인쇄를 경쟁적으로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진은 실제로 소속 신문사의 기자들이 촬영하기도 하지만 이 과정이 사정상 여의치 않거나 해외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 경우 통신사의 사진 이미지를 받아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인용 시에는 해당 통신사의 이름을 밝히고 이를 보도해야 합니다.


옛날 신문을 보게 되면 정말 눈앞이 캄캄합니다. 글은 세로로 쓰여 있고, 읽는 방향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자도 요즘에 비해서 많아 처음 신문을 읽는 이들에게는 어렵게만 받아들여집니다. 오늘날 신문 형식에 밑바탕이 되는 가로쓰기와 한글의 전용 사용은 1988년 5월 15일 한겨례 신문의 창간호에서 처음 시도되었습니다.


지금도 각 신문사는 독자의 편의와 신문의 깔끔한 편집을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활자체' 개발입니다. 얼핏 보면 다르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이 안에도 신문들의 노력과 관심이 담겨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2003년,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각각 2005년과 2012년 자신들만의 새로운 활자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박스기사의 올바른 활용은 사건에 대한 충분한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기사 중에는 사방을 괘선으로 둘러싼 기사들도 보이는데 이를 박스기사(상자기사)라고 합니다. 주로 사설이나 해설 등의 기사가 이런 형태입니다. 1998IMF 구제 금융체제 이후 사건에 대한 원인 분석과 해설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 수가 급증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박스 기사는 다양한 관점과 예측이 수반되어 일반 기사와는 차별을 두며, 심도 있는 사건 이해를 위한 알맞은 도구가 됩니다. 하지만 이에는 신문사별 주관적 해석도 가미될 수 있어 무조건 박스기사를 먼저 읽기보다는 사건에 대한 충분한 정보습득과 올바른 이해가 먼저 수반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다독다독 독자분들과 함께 신문에 대해 적지 않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다 알아보지 못한 많은 부분들이 신문 속에 남아있습니다. 그 남은 이야기들을 이제는 스스로 찾아보는 일도 좋은 경험이 되리라 믿습니다. 그렇게 알아가다 보면 신문이란 단순히 기사가 담긴 몇 장의 종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지면 위에 이름이 쓰인 기자들만이 노력해서 만든 결과물이 아닌 더 많은 사람의 관심과 노력이 함께 만들어낸 가치라는 사실도 알게 될 것입니다. 올바른 리터러시의 시작은 그 가치를 바로 아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1. 망점 : 사진이나 일러스트레이션을 인쇄물로 재현하기 위해 스크린을 건 제판법으로 만드는 미세(微細)한 점. [본문으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0 Comment 0
댓글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