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19. 11:00ㆍ수업 현장
뉴스 리터러시 교육은 한국 사회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결혼 이주여성들에게도 효과적이다. 뉴스를 활용해 한국어를 배울 수 있음은 물론이고, 한국 문화와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도 배울 수 있다. 서울시 강북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뉴스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
이재현(미래NIE논술연구소 대표)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서울시 강북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다문화센터)에서 결혼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뉴스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원래 다문화센터에는 이주민 대상 정규 한국어 강좌가 단계별로 개설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어 강좌가 여름방학으로 중단되자 계속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이주여성들이 ‘한국어학습자조모임’(이하 한국어모임)을 만들었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뉴스 리터러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뉴스로 자기소개 하기
수강생 대부분은 다문화센터 한국어 기초반 수강생이었다. 베트남, 중국에서 온 분들이 다수였고, 그 외 일본, 캄보디아, 카자흐스탄, 대만 등 다국적이었다. 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익히는 것이 필수이며 빠를수록 좋다.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고 정착하는 데에 매우 유용한 교육적 접근이 바로 미디어교육이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 익히기, 한국 사회 이해하기 등 한국이라는 커뮤니티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것을 익히고 더 나아가 귀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뉴스 리터러시는 매우 유용하다. 소통하는 수단으로서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문식성을 기를 수 있고 개인이 사회·문화적 소통에서 기본적으로 필요로 하는 문화 지식 즉 문화적 문식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으로서 뉴스 리터러시의 교육적 효과가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서울시 강북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한국어학습모임’에서 뉴스 리터러시 수업 중인 이주여성 <사진 출처 : 필자 제공>
‘한국어모임’의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뉴스 리터러시 교육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겠다. 뉴스로 자기 소개하기, 뉴스 리터러시로 한국어 배우기, 뉴스 리터러시로 귀화 준비하기 세 가지이다.
뉴스로 자기소개 하는 첫날, 먼저 필자가 자기소개를 했다. 대통령과 퍼스트 캣 ‘찡찡이’(경북일보, 2017년 5월 29일 3면) 뉴스를 선정하고, “나는 세계 최초의 유기견 퍼스트독이 되는 토리의 뉴스를 골랐습니다. 왜냐하면 동물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소개했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인지 수강생들과 쉽게 소통하는 출발점이 됐다.
수강생들은 신문의 뉴스나 이미지, 낱말 등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서툰 한국어일지라도 한국 생활에 대한 기대, 한국에서 펼치고 싶은 자신의 꿈 등 모두 진솔했다. 발표자가 자기를 소개할 동안 한국어가 서툰 이를 위해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는 분들이 귓속말로 조용히 통역해 주는 모습도 아름다웠다.
뉴스로 자기소개 하기 프로그램은 이주여성들이 신문 읽기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동기 부여가 됐다. 또한, 필자에게는 수강생에 대한 배경지식을 얻는 기회가 되므로 앞으로의 수업을 설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
뉴스 리터러시로 한국어 배우기
(1) 낱말카드 만들기
한국어 배우기 과정은 어휘력 기르기, 문장 쓰기, 글쓰기의 단계로 구성된다. 한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풍부한 어휘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제일 먼저 낱말카드 만들기 활동부터 시작했다. 흰 도화지를 네 등분 한 카드 여러 장과 흰 카드봉투를 준비한다. 신문지면의 보도사진이나 광고의 이미지를 오려서 카드에 붙이고 이미지의 이름을 적는다. 십여 장의 낱말카드를 만들고 나면 동물, 음식, 탈것(교통 기관), 전자제품 등 기준을 정해서 카드봉투 앞면에 적고 만든 카드를 각각의 카드봉투에 넣었다. 낱말카드 만들기 활동은 모든 차시마다 진행했다. 처음에는 카드봉투의 종류가 몇 개 없었지만, 낱말카드가 많아지면서 꽃, 시설물 등 분류 기준도 늘어 카드봉투도 많아졌다.
그 외 어휘력 향상 프로그램으로 낱자들을 모아서 낱말을 만드는 낱말나무 만들기 활동, 신문의 이미지나 낱말을 스크랩한 후 반대되는 낱말 쓰기, 물건을 세는 말 적기 등의 활동도 했다.
(2) 낱말사전 만들기
신문에서 아는 낱말을 찾아서 사전적 의미를 정확히 배우고 써 보는 낱말사전 만들기 시간이다. 먼저 신문에서 낱말을 찾아 카드에 붙이고, 각자 자신이 알고 있는 수준에서 한국어로 그 의미를 말하고 카드에 한글로 적어보도록 했다. 예를 들어 한 이주여성은 신문에서 ‘샴푸’라는 낱말을 찾아 카드에 붙이고, “머리 감을 때 쓰는 비누”라고 한국어로 적었다. ‘장난감’은 “어린이들이 갖고 노는 것”, ‘김치’는 “배추나 무를 절여 파, 고춧가루, 마늘을 넣은 음식”이라고 적었다.
낱말의 사전적 의미를 알기 위해 스마트폰 사전을 사용하기도 했다. 카드에 붙인 낱말을 스마트폰 사전에 수록된 자신들의 모국어로 먼저 의미를 찾아 이해한 뒤 한글로 쓰도록 했다.
낱말카드와 낱말사전 만들기 활동. 신문이나 광고 사진의 이미지를 오려서 이름을 적었다.(왼쪽)
사전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수준에서 뜻풀이를 적었다.(오른쪽) <사진 출처 : 필자 제공>
(3) 문장으로 표현하기
보도사진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 보기 활동을 위해 문장 구성에 꼭 필요한 성분(주어, 목적어, 서술어)과 5가지 문장의 종류 익히기(풀이하는 문장, 묻는 문장, 권유하는 문장, 시키는 문장, 감탄하는 문장) 등 한국어 문법 수업을 선행했다. 구어체에서는 주어를 많이 생략하지만, 문장으로 구성할 때에는 최소한 주어와 서술어를 갖추어 써야 어법에 맞는 문장을 쓸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4) 글쓰기
기사의 제목이나 보도사진 위주의 수업에서 점차 기사의 본문 읽기에 도전했다. 또 글쓰기도 대화하는 글쓰기, 뉴스 댓글 달기, 편지 쓰기, 설명문 쓰기, 신문 일기 쓰기와 같은 한 편의 글을 쓰는 활동으로 확대됐다.
뉴스에서 정보 찾기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는 방법이다. 수강생 중에는 기사를 읽고 유익한 정보를 찾아 정리하는 활동을 통해 내년부터 초등생 독감 무료 예방 접종 정보를 얻은 사람도 있었다. 뉴스는 세상의 소식뿐만 아니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이 될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것이다.
뉴스 읽고 댓글 쓰기 활동에서는 용가리 과자를 먹고 위 천공이 생겨 수술을 받은 초등학생에 관한 TV 뉴스 시청과 신문 기사 읽기를 병행했다. 도화지에 스마트폰 모양의 그림을 그리고, 신문 기사를 붙인 후 SNS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진행했는데, 비록 한 문장씩 적었을 뿐이지만 자녀를 키우는 입장이라 뉴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했다.
대화하는 글쓰기는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보도사진이나 광고 사진을 활용해서 사진 속 등장인물 간의 대화를 상상해 글로 써 보는 활동이다. 경북 영덕군 지자체 광고사진을 제시했더니 사진 속의 대게 파는 상인과 손님의 대화를 글로 잘 표현했다. 역할극을 하면서 한국어 말하기 실력도 기를 수 있었는데, 이는 물건 구입 등 실생활에 필요한 말하기 능력이다.
뉴스 리터리시로 귀화 준비하기
뉴스 리터러시 수업 수강생 중 몇 분이 10월에 있을 귀화 시험을 준비한다고 했다. 다문화센터 안에 귀화반 과정이 있었지만 ‘한국어모임’의 뉴스 리터러시 수업이 귀화 시험공부에 도움이 된다며 병행 중이었다.
필기시험은 모두 20문제인데 태극기나 무궁화 같은 대한민국의 상징에서부터 역사, 문화재, 계절별 날씨, 한국어, 산업, 스포츠, 지역 특산품 등 광범위한 범위에서 출제된다. 그동안의 수업이 귀화 시험에 필요한 내용과 유리된 것은 아니지만 특별히 귀화 시험과 관련한 몇 가지 수업을 진행했다. 시험을 준비하던 수강생들은 그동안 시험 교재를 들고 무조건 외워야만 했는데, 뉴스 리터러시 수업으로 재미있고 생생하고 쉽게 배울 수 있었다며 좋아했다.
(1) 기상 캐스터 되기
신문에는 일기예보 고정 지면이 있다. 날씨를 파악하는 데에 필요한 일기예보 용어는 무엇이 있으며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일기예보 기호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설명해 주었다. 또 수업이 진행되던 가을에 맞게 가을 날씨의 특징과 함께 24절기의 하나인 추분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한국의 사계절 날씨와 계절별 특징도 함께 파악했다. 이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날씨를 알려주는 기상 캐스터 원고를 작성하고, 기상 캐스터가 되어 날씨를 예보했다.
(2) 지역 특산품 지도 만들기
한국 지도를 펼쳐놓고 한국의 행정구역에 대한 공부부터 출발했다. 그 후 각 도의 경계, 수도 서울과 광역시 찾아보기, 내가 살고 있는 곳 찾기, 우리 고장의 특산품 알아내어 지도에 표시하기도 했다. 지역별 특산품 지도도 만들었다. 신문광고나 지역 뉴스에 나오는 특산품을 오려서 붙이고 그 특산품이 생산되는 고장을 찾아 줄로 연결하는 것이다. 대형마트 광고 전단지도 활용했다. ‘해남 고구마’처럼 생산품의 생산지를 알려주는 광고 문구를 보고 쉽게 지역별 특산품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어떤 수강생은 마트에서 파는 매운 청양고추가 왜 청양고추인지 ‘청양’의 의미를 새롭게 알았다고 말하며, 농수산물을 구입할 때 어떤 지역의 상품을 골라야 더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는지 알게 됐다고 전했다.
(3) 대한민국 책자 만들기
마지막 수업으로 대한민국 책자 만들기를 했다. 미니북을 접고, 이주여성들이 이미 알고 있는 배경지식이나 뉴스 리터러시 수업 동안 새롭게 알게 된 내용 등 대한민국의 상징부터 시작해서 한국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았다. 일기예보 수업 때 배웠다며 ‘장마, 폭염’이란 글자를 스크랩한 한 수강생은 “대한민국의 여름”이라고 설명을 적어 넣었다. 신문기사를 활용해 대한민국 책자를 만드니 귀화 공부가 잘 된다, 한국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스스로 공부하게 됐다고 말한 수강생도 있었다.
기상 캐스터 되기.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날씨를 알려 주는 기상 캐스터 원고를 써 보았다.(왼쪽)
대한민국 특산품 지도 –지역별 특산품에 대하여 알아보고, 지도 위에 표시했다.(오른쪽) <사진 출처 : 필자 제공>
이주여성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제언
이주여성 대상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할 때에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먼저 이주민에 대한 시선의 문제, 다름의 차이를 존중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언어와 문화, 종교 등 이주민의 모국과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특히 한국 문화에 대한 수업을 진행할 때에는 한국 문화의 우수성만을 언급하는 한국 문화로의 동화주의는 금물이다. “우리나라 말로는 ~”, “우리나라 문화는~” 식의 표현은 타당하지 않다. ‘한국어’, ‘한국 문화’ 이렇게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타당하다.
뉴스 리터러시반을 개설할 때는 이주여성의 한국어 실력을 고려해 한국어 기초반, 중급반, 고급반 등 비슷한 수준의 수강생끼리 공부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실정은 그렇지 않다. 한 반에서 공부하는 수강생들의 한국어 실력 차이가 큰 경향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다문화센터 담당자를 통해 수강생들의 한국어 실력, 출신 국가 등 기본 배경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챙겨두어도 좋다. 첫 시간 수업으로 진행하는 ‘뉴스로 자기 소개하기’ 활동에서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어떤 뉴스를 텍스트로 사용하느냐의 문제도 있다. TV 방송 뉴스, 신문 뉴스, 모바일 뉴스 등 다양한 매체의 뉴스를 사용하면 좋다. 한글 읽기 수준이 높지 않다면 이미지와 소리 비중이 큰 TV 뉴스를 선택하는 편이 좋다. 점차 문자 텍스트가 많은 뉴스로 나아가면 된다. 뉴스의 내용을 고를 때에는 이주여성의 눈높이와 관심사를 고려해야 한다. 모국의 뉴스를 함께 읽는다면 관심이 더 높아진다. 단, 모국의 부정적 뉴스를 선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주여성 대상의 뉴스 리터러시 수업에서 제일 어려운 문제는 교수자와 학습자 간의 언어 소통의 문제일 것이다. 교수자는 정확한 발음으로 천천히 또박또박 한국어를 구사해야 한다. 교수자가 한국어로 수업할 때 이주여성이 내용을 잘 이해 못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는 이주여성들끼리 서로 자신들의 모국어로 통역해 주며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수업 전에 미리 같은 모국어 사용자에게 통역을 부탁해도 좋다.
이주여성들은 대부분 결혼이라는 방식으로 더 나은 삶을 찾아 한국이라는 새로운 곳으로 이주한 분이다. 자녀 교육에 열성적인 보통의 한국 엄마들과 마찬가지이고, 소박한 행복을 꿈꾸는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다. 한국이라는 커뮤니티에 멋지게 정착하고 싶기에 한국어라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는 보통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뉴스 리터러시 수업을 함께한 이주여성들의 소감을 보면 뉴스를 통해 한국어 실력 향상은 물론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한국 사회 정착을 위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바로 이주여성 대상의 미디어교육, 즉 뉴스 리터리시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뉴스를 통해 한국이라는 새로운 커뮤니티에 정착하고 가족과 행복한 삶을 영유하고, 자신의 꿈을 펼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뉴스로 한국 사회 정착을 돕고 문화적·사회적 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 그것이 바로 다문화가족 이주여성을 위한 뉴스 리터러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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