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용 환경 변화와 미디어교육의 과제

2018. 11. 7. 13:27특집

젊은 세대의 주요 이용 플랫폼으로 여겨졌던 유튜브는 이제 세대를 막론하고 없어서는 안 될 SNS 채널로 자리 잡았다이러한 변화와 함께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유튜브의 특성은 다양한 문제를 불러오기도 한다이에 유튜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미디어교육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본다.




최선영(이화여자대학교 에코크리에이티브협동과정 특임교수)



#1. ○○(65) 씨의 스마트폰은 아침 7시마다 카톡이 울린다. 부산에 사는 친구가 매일 아침 알람처럼 보내오는 카카오톡 메시지는 주로 유튜브 동영상이다. 블로그 링크를 보내던 친구가 최근 들어 유튜브 동영상 링크로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당뇨에 좋은 음식과 고혈압에 좋은 운동 영상에서부터 시사 뉴스 프로그램까지. 김 씨는 친구가 준 링크가 왠지 최신 고급정보 같아서 시집간 딸에게 꼭 보라고 전달한다.


#2. ○○(38) 씨는 어머니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채팅창을 볼 때면 가끔 짜증이 난다. 처음 들어보는 ○○○TV’라는 1인 뉴스 채널 동영상을 계속 보내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 보는 채널 운영자가 사실 확인이 안 된 이야기를 확신에 얘기하는 영상에 피로감을 느낀다. 한 씨는 한편, 유튜브에서 요리나 리모델링 관련 정보를 주로 찾아보고는 했지만, 요즘엔 딸이 구독하는 채널을 같이 본다. 한 씨 계정으로 로그인하기 때문에 시청 이력을 알 수 있고 아이의 관심사에 공감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이가 즐겨보는 방탄소년단 팬이 되었다.


#3. 초등학생인 박○○(11) 양은 어릴 때부터 유튜브를 보고 자랐다. 박 양은 먹방(먹는 방송)과 연예 정보, 좋아하는 가수 찍은 홈마[각주:1] 영상을 좋아한다. 요즘은 공부하다 모르는 게 있으면 유튜브에 검색해보기도 한다. 영상으로 보면 이해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또한, 영상을 보다 모르는 게 있어 댓글을 남기면 누군가 답 댓글을 바로 달아준다. 이런 댓글 놀이도 재미있어서 새로운 영상이 떴을 때 바로 알 수 있도록 좋아하는 채널은 구독 신청과 알람 설정을 해놓는다.

 

유튜브’, 미디어 이용환경을 변화시키다

위 사례는 유튜브가 빠르게 바꾸고 있는 소통의 풍경이다. 1020대의 전유물로 알려졌던 유튜브는 이제 젊은 세대만의 것이 아니다. 이용 콘텐츠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전 세대에 걸쳐 보편적 활용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나아가 가족 미디어 역할도 하고 있다. 조사업체인 엠브레인이 올여름 1959세의 유튜브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평균 한 시간 이상 유튜브를 시청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42.8%에 달했다. 또한, 특정 분야 정보 콘텐츠(62.5%·중복응답), 음악 방송(50.1%), 공부 방송·강의(36.5%), 운동 강습(33.9%) 등의 동영상을 즐겨 시청한다는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유튜브가 일상적 미디어로 기능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특기할만한 사항은 조사 대상자의 64.3%가 유튜브를 중요한 검색 채널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튜브를 활용한 검색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는 질문에 62.3%가 동의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뉴스정보지식 습득의 도구이자 플랫폼으로 유튜브가 전 세대에 걸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므로 가정 내에서 유튜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시청을 조정(intervention)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중요한 것은 습관이다. 습관은 일단 한번 형성되면 고치기 어렵다. 특히 유튜브 시청 습관은 기존 미디어와 매우 다르게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면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과거 텔레비전과 같이 고정된 장소에서 영상을 시청할 경우, 부모는 아이와 동반시청을 하면서 지도할 수 있었다. 또한, 심의를 거친 콘텐츠는 시청 관람 등급에 따라 편성되었기 때문에 시청 시간과 시청 습관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시청 총량이나 미디어 이용 시간 조정에 그나마 투명성이 있었다.

그러나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 동영상 이용자 환경(UI)에서 콘텐츠는 플랫폼에서 거의 사라지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든 인출이 가능하고, 시간이나 공간 구애받지 않는다. 무엇보다 추천 시스템 알고리즘으로 흥미를 끌 만한 영상을 계속해서 제공해주기 때문에 계획적인 시청을 방해한다. 게다가 검색 앱이자 쉽게 배우는 동영상 학습 도구라는 순기능도 무시하기 어려우므로 1시간만 유튜브 보고 공부해!와 같은 시간 통제적 지도는 점점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의 이용 습관, 과연 올바를까?

자녀나 가족 구성원의 미디어교육 또는 이용 조정이 필요한 경우, 스스로 유튜브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자가 분석을 해 보는 것 좋. 타인의 이용을 조정하기에 앞서 자신의 이용 습관 객관적으로 분석해보면 공감대를 형성할 근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 습관을 가시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은 첫째, 이용 로그데이터를 추적해 보는 것이다. 유튜브 계정에서 시청 총량과 자주 본 콘텐츠, 댓글 개수 및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 그 콘텐츠를 보게 되었는지 상기하는 것은 자신의 유튜브 이용 습관을 파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둘째, 자주 보는 콘텐츠 특성과 구독 채널, ‘좋아요를 누른 콘텐츠의 특징은 무엇인지, 왜 그것을 보았는지에 대해 간단한 시청감상을 써 보는 것이다. 이때, 가족 구성원끼리 자신이 즐겨보는 콘텐츠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것도 유익하다. 셋째, 유튜브로 인해 사라진 미디어 활동이 무엇이며, 어떤 채널의 동영상이 주요 미디어 활동을 대체했는지 생각해 본다. 유튜브로 뉴스 보기를 대체하고 있다면, 그 채널의 동영상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확신이 있는지 숙고해 봐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방법은 합의가 가능한 관계 놓여 있을 때 효과가 있다. 누군가는 자신이 즐겨 보는 콘텐츠를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습관 형성 위한 이용자 교육 필요

한편, 유튜브는 세대 간 소통을 증진시키고, 양육과 교육 대체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이에 따르는 기초적인 이용자 교육은 없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울고 있는 아기에게 모바일로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옳은가?’, 옳다면 무엇을, 얼마나 보여주는 것이 좋은가?’ 등과 같은 단순한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 아직 없다. 마찬가지로 부모님이 즐겨 보시는 뉴스 동영상이 그릇된 정보 가짜 뉴스일 때, 이용 자제를 요청할 수는 있겠지만 견해 차이를 좁히기 위해 근거를 들어 설득 방법은 마땅히 없다. 이미 습관화된 시청 패턴을 수정하려면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오히려 갈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관계 기관은 소위 MCN(Multi Channel Network)을 대안 미디어, 콘텐츠 사업으로 여기고 수익모델을 발굴하는 데 주력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학계에서조차 유튜브 이용자, 크리에이터 등 각 단위 행위자에 대한 성찰적 분석보다 거시적, 산업적 차원에서 논의하는 실정이다좋아요구독자 수가 가치 평가의 척도가 되면서 다양성과 차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배려하는 인식은 간과되어 온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미디어교육 현장과 가정에서 참고할 유튜브 생태계를 구성하는 행위자들에 대한 기초 자료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유튜브 시대에 적절한 미디어교육이 수행되려면 유튜브가 이용자의 복지와 일상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이용자 선호하는 콘텐츠의 특징은 무엇인지, 연령별 세대별 이용의 특징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통계 수치에 매달리기보다 유튜브 시청이 가족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유해 콘텐츠나 가짜 뉴스, 악성 댓글, 채팅으로 인해 정신 건강에 영향 받는 것은 없는지 등 미디어교육에 활용할 이용자 자료 확보가 시급하다.


미디어교육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물과 사람의 관계 맺기와 소통 방식을 알아가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나의 부모님이, 나의 아이가, 나 스스로가 유튜브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1. ‘홈마스터’의 줄임말로 연예인의 고퀄리티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여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는 사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