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디지털 첫걸음, 막지 말고 손잡아줘야

2023. 3. 29. 14:29특집

특별 기획 : 유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유아 발달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written by. 김낙흥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

 

그동안 유아기는 경험이 부족한 미성숙한 시기로서
이 시기의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돼 왔다.
이들의 미디어 이용에 대해서도 비슷한 관점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아의 미디어 이용에 대한 보호주의적 관점의 한계를 지적하며
보다 적극적으로 유아 미디어교육을 바라보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아 미디어교육의 흐름과 우리 앞에 놓인 과제를 살펴보았다.

최근 국내에서도 유아를 대상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보호주의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유아가 미디어의 주체적인 이용자로서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으로 변화해 오고 있다.

유리 브론펜브레너(1992)의 생태체계이론에 따르면 유아의 발달과 성장은 어느 하나의 요인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는 부모의 영향으로부터 시작하여 또래, 이웃, 학교 지역사회, 미디어, 멀게는 문화와 관습 등의 다양한 요인에 의해, 또한 요인들 간의 쌍방향적 관련성을 통해 영향을 받는다. 생태체계이론에서 미디어는 외체계로서 유아가 직접 경험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발달에 영향을 주는 사회 체계로 고려됐다. 이론을 정립할 당시의 미디어 문화는 유아가 간접적으로 경험한다고 인식됐으나 이제는 외체계가 아닌 미시적 체계와 중간 체계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즉, 이전보다 근접한 거리에서 유아의 발달과 성장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유아가 접하는 거의 대부분의 공간에서 유아와 미디어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회적 생태 환경이 만들어졌다(문혜성, 2018).

유아를 미디어로부터 보호하라?

미디어가 어린 시기부터 유아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발달과 성장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다 보니 이에 따른 찬반 의견이 오랫동안 논의되어 왔다. 그런데 눈에 띄는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과몰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서 미디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편이다. 특히 유아교육 분야에서는 아이들이 실물을 통해 직접 경험하는 교육이 강조되면서 교실에서 미디어 이용을 자제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그동안 유아의 미디어 이용에 대한 관점은 보호주의적 관점이 더 우세하여 유아의 미디어 이용에 대해 통제하고 보호하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보호주의적 관점을 갖게 된 배경에는 유아의 발달적 특성을 이해하는 관점과 연결되어 있는데 하나는 경험의 결여이고, 다른 하나는 성숙의 결여이다(Potter, 2020). 경험의 결여란 유아가 미디어 메시지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실제적인 경험을 충분히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성숙의 결여는 아이들은 잠재적인 해로운 영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한 종류의 미디어 메시지 요소를 능숙하게 처리할 만큼 충분히 성숙하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이렇듯 많은 교사와 부모들은 유아를 경험이 부족하고 미성숙하며 연약한 존재로 보고 있기 때문에 미디어에 나타나는 폭력과 섹슈얼리티 같은 도덕적 문제를 우려하며, 미디어는 유아에게 부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으로 인식한다(동풀잎, 2022).

물론 유아들은 자신이 본 것에 대해 거리를 두거나 이것을 논리적이고 인지적으로 극복해내는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다. 따라서 지나친 미디어 이용은 위험할 수 있다. 그러나 W. 제임스 포터(2020)는 미디어 이용에 대한 보호주의적 관점의 한계를 지적한다.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아이들의 미디어 노출을 통제하고 보호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만 가져오지는 않으며 오히려 아이들을 미디어에 취약한 상태로 만든다고 말한다. 또한 데이비드 버킹엄(2000)을 비롯한 전 세계 많은 미디어 학자가 유아들의 특정 행동에 대한 원인을 미디어와의 관계 속에서 찾기보다는 유아를 둘러싼 다양하고 복잡한 경험과 주변 상황 등에 대해 맥락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동풀잎, 2022에서 재인용). 즉, 유아의 공격적인 행동을 또래 관계, 가정 환경, 유아의 개인적 상태 등을 고려한 환경적, 맥락적 이해 없이 단순히 미디어 효과로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에 대한 새 관점과 교육 패러다임

이러한 맥락 속에서 2020년 8월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디지털 미디어 소통역량 강화 종합 계획’을 발표하고, 소통과 배려의 새로운 디지털 공동체 실현이라는 목표 아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미디어교육을 체계화하고 유아를 비롯한 누구나 어디서든 미디어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세부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청소년과 성인 중심의 미디어교육을 전 국민 대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하에 ‘유아 대상 미디어교육’을 별도로 명시했다. 국가 수준의 유아교육과정인 2019 개정 누리과정에도 이러한 중요성을 반영하여 누리과정의 5개 영역 중 신체 운동·건강 영역 안에 ‘건강한 생활 습관을 기른다’와 관련하여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바르게 사용한다’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교육부, 보건복지부, 2019). 이처럼 유아의 다양한 가능성과 역량, 잠재력을 함양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보다 새로운 미디어 이해와 교육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이제는 유아를 연약하고 수동적으로 미디어를 소비하는 존재로 보던 관점을 넘어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는 존재로 보고 이에 따라 유아 미디어교육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유아 미디어교육에 대한 관점의 변화는 여러 유관 기관의 보고를 통해 제시되고 있다. 미국 에릭슨 연구소(Erikson Institute)의 TEC(Technology in Early Childhood Center)는 디지털 미디어와 기술이 유아 발달과 교육을 긍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여러 도구 중 하나라는 인식을 공유한다(강은진 외, 2021). 또한 전미유아교육협회(National Association for the Education of Young Children, NAEYC)도 공중보건 패러다임, 즉 미디어로부터 유아의 안전과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접근에서 유아의 발달 수준에 적합한 미디어 리터러시 지식, 기술, 또는 습관 형성을 목표로 하는 교육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Rogow, 2022).

미디어 환경이 일상적인 삶의 공간이 되어버린 유아들에게 처음부터 미디어 조절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점진적으로 미디어에 관한 기술과 지식이 쌓이고 이를 적용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날 때 궁극적으로 유아에게는 독립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미디어 조절력이 형성된다(Rogow, 2022). 이를 위해 유아교육자와 부모들은 유아를 유능한 존재로 바라보고, 유아에게 친숙한 일상생활 경험을 통해 유아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적, 내용적 수준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송미선, 박현주, 2002). 따라서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만큼이나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도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유아가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미디어를 가지고 탐색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에 NAEYC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목적을 ‘비판적이며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하며 윤리 의식을 갖춘 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해 미디어를 통해 탐구의 습관(habits of inquiry)과 표현의 기술(skills of expression)을 기르는 것’이라고 보았다(Rogow, 2022).

유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 개발

최근 국내에서도 유아를 대상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보호주의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유아가 미디어의 주체적인 이용자로서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으로 변화해 오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한 《유아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방안 및 커리큘럼》(조재희 외, 2021)은 유아의 인지 발달 단계와 미디어 경험을 복합적으로 반영하여 누리과정에 기반한 미디어 리터러시 핵심 역량을 도출했다. 커리큘럼은 ‘미디어 이해’, ‘미디어 이용’, ‘미디어 건강’, ‘미디어 윤리’, ‘미디어 창의적 생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그림책과 가이드라인을 함께 제시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과 육아정책연구소가 펴낸 《유아 대상 미디어교육 프로그램》(강은진 외, 2021)은 유아의 건강한 미디어 생활 습관 형성과 미디어를 자기표현의 방법으로 활용하여 소통하는 능력을 함양하는 데 목적을 둔 유아 미디어교육 관련 교수·학습지도안을 개발했다. ‘접근’, ‘참여와 탐색’, ‘비판적 탐구’, ‘창작’, ‘평가’, ‘이해’의 역량을 중심으로 교육 내용을 선정한 뒤 각 내용이 26개 놀이 및 활동 안에서 서로 연계되도록 구성했다.

이처럼 유아를 대상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유아가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미디어 놀이와 경험으로부터 시작하여, 놀이와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경험하고, 다양한 미디어 텍스트를 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조재희 외, 2021). 또한 유아가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할지라도 유아 스스로 미디어에 대한 지식, 기술, 태도를 습득하는 것은 아니므로 교사나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조재희 외(2021)는 유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유아의 발달 단계를 고려할 때 일상생활 속 미디어 경험과 놀이를 통해 자기 통제성 발달과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부모와 교사의 미디어 중재 역할이 중요하다.

미디어 중재는 적극적 중재, 제한적 중재, 공동 시청 세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김지선, 이강이, 2019). 유아가 미디어 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선별적인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등 미디어 사용과 관련하여 유아와 대화를 나누는 적극적 중재부터 유아가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의 유형이나 사용 가능 시간대 등을 제한하는 등 유아의 미디어 사용과 관련해 한계를 정하는 제한적 중재, 그리고 부모 또는 교사가 자녀와 함께 TV 등의 미디어를 시청하는 공동 시청까지 미디어 중재 방식은 다양하다. 부모와 교사는 유아의 발달과 성장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 때문에 이들을 통한 다양한 방식의 미디어 중재는 유아에게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성취하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부모·교사의 일관성 있는 미디어 중재 필요

따라서 유아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원활한 적용 및 운영을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중재하는 부모와 교사 스스로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함양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부모와 교사가 일관성 있는 미디어 중재를 할 수 있도록 가정과 기관에서 교사-유아 및 부모-유아 상호작용에 초점을 둔 교육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보급할 필요가 있다(조재희 외, 2021). 유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주체가 가정과 기관에서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미디어교육 환경이 조성될 때 유아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단순한 미디어 소비자가 아닌 미디어로 자신을 표현하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공동체의 문제 해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한 사회의 시민으로 성장해 갈 것이다.

참고문헌

강은진, 김은영, 박원순, 김창숙, 조혜주(2021). 《유아 대상 미디어교육 프로그램 개발연구》. 서울: 시청자미디어재단·육아정책연구소.

교육부, 보건복지부(2019). 《2019 개정누리과정 해설서》. 세종: 교육부, 보건복지부.

김아미(2020). 《교원 및 예비교원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역량 강화 방안 연구》. 서울: 시청자미디어재단.

김지선, 이강이(2019). “부모의 미디어 리터러시, 스마트미디어 중재, 유아의 스마트미디어 사용시간, 사회적 유능감의 구조적 관계”. 《아동학회지》, 40(6), 63-76.

동풀잎(2022). “미디어는 정말 유아에게 해로운 것인가?: 한국 사회의 유아 미디어 담론에 대한 비판적 고찰”. 《유아교육연구》, 42(5), 29-51.

문혜성(2018). 《스마트사회의 미디어교육학》. 파주: 학지사.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2020). 디지털 미디어 소통역량 강화 종합계획(안). https://www.moe.go.kr/boardCnts/

송미선, 박현주(2002). “유아 미디어교육방법에 관한 고찰”. 《어린이미디어연구》, 1, 137-152.

조재희, 이재은, 정선임(2021). 《유아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방안 및 커리큘럼》.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Bronfenbrenner, U.(1992). 《인간발달 생태학》[The ecology of human development]. (이영 역). (원전 1979년 출판)

Potter, W. J.(2020). 《미디어 리터러시 탐구》[Media literacy 9ed.]. (김대희, 전미현 공역). 서울: 소통. (원전 2019년 출판)

Rogow, F.(2022). Media literacy for young children: Teaching beyond the screen time debates. Washington, DC: NAEYC.

본 원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