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20. 10:00ㆍ수업 현장
디지털 원주민이라 불리는 젊은 세대들.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미디어에 접근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영상대학교의 <현대사회와 미디어> 수업은 대학생들이 미디어를 능동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과제와 실습이 제공되었다. 시행착오 속에서도 변해가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미디어교육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
김민영(미디어교육 강사)
평소 중학교에서 미디어를 강의하면서 대학에서도 이런 내용을 교육할 수 있다면 좀 더 깊이 있는 학습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중에 외래교수로 출강하던 대학에서 ‘현대사회와 미디어’라는 교양과목이 개설돼 반가운 마음으로 지원하여 강의를 맡게 되었다.
매주 2시간씩 진행하는 이 수업에는 다양한 학과·학년의 학생 40여 명이 신청했다. 수업 첫날 학생들이 미디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간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전반적으로 미디어에 대한 참여 욕구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하면 미디어와 친해지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미디어와 친해지기
현대사회에서 미디어는 인간을 둘러싼 거대한 환경으로 성장했다. 참여와 공유를 바탕으로 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지면서 인간에게 보다 역동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그래서 본 수업은 학생들이 미디어를 보다 가치 있고 풍요롭게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익히도록 설계됐다.
수업 초반에는 효과 이론을 중심으로 매스 미디어의 역사적인 흐름을 살펴보면서 미디어가 우리 삶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데 중점을 뒀다. 미디어 관련 수업을 경험하지 않은 학생들이 많아서 용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신경 썼고, 이론 수업 후에는 모둠 활동을 통해 미디어와 친해지도록 노력했다(예: 뉴스 가치를 판단하는 개념을 기준으로 이번 주 뉴스 Best 3를 뽑고 그 이유를 설명하기, 인쇄 미디어의 위기를 극복할 방법 찾기 등).
주차 |
주차별 세부 수업 내용 |
1 |
수업개요 |
2 |
미디어의 유형과 특성 |
3 |
미디어의 이론과 효과 |
4 |
디지털 미디어의 특징 |
5 |
[개인 리포트 발표] 소셜 미디어의 현황과 문제점 |
6 |
소셜 미디어 시대의 정보형성과 참여방식 |
7 |
소셜 미디어의 가능성과 과제 |
8 |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광고의 개념 |
9 |
미디어와 정치(정치적 효과, 캠페인) |
10 |
중간고사 |
11 |
카드뉴스(뉴스의 새로운 형식) 소개 및 제작방법 |
12 |
조별 실습-카드뉴스 스토리 보드 작성 |
13 |
미디어 윤리 기준과 올바른 수용자의 자세 |
14 |
[조별과제 1] 카드뉴스 발표 및 피드백 |
15 |
[조별과제 2] 카드뉴스 발표 및 피드백, 수업 총 정리 |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평소 무심하게 지나쳤던 미디어가 우리 생활에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지 경험하고 미디어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공감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필기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었고 모둠 활동 시간이 부족하다며 쉬는 시간까지 토의하는 학생들도 생겨났다. 미디어의 영향력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처 알지 못했던 소셜 미디어의 세계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던 과제 중 하나는 <소셜 미디어의 가능성과 과제> 리포트였다. 학생마다 좋아하는 소셜 미디어를 선택하고, 그 역사와 장·단점, 앞으로의 가능성과 과제를 제시하도록 했다. 소셜 미디어 수업을 앞두고 예습 차원에서 제시한 과제였는데 발표 후 학생들은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었다는 반응이었다. 평소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자주 사용하지만 정작 그 배경에는 관심을 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리포트와 발표가 선행학습이 된 셈이다. 교수의 역할은 학생들의 발표에서 빠진 부분만 보완해 주고 문제 제기를 통해 활발한 토의를 이끌어내는 것으로 충분했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은 학생들이 미디어를 제한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이다. 비슷한 포털 사이트에서 같은 키워드로 검색하는 등 대학생들의 미디어 접근 능력이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그래서 자료 검색이 필요한 활동에서는 모둠마다 방향을 점검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 패들렛(Padlet)을 활용하기도 했다. 패들렛은 회원가입이 필요 없고 담벼락을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다. 학생들은 교수가 제공한 주소에 스마트폰으로 접속해 자신들이 찾은 이미지와 동영상 등을 바로 올릴 수 있어서 모둠원들의 참여를 쉽게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다른 모둠 발표를 듣고 댓글도 남길 수 있어서 학생들끼리 평가하는 수업도 가능했다. 평소 PPT 과제에 지쳐있었던 학생들에게 편리한 수단이자 스마트폰의 또 다른 활용법을 알려주는 효과를 누린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정치 캠페인> 사례 분석 시간에 ‘패들렛(디지털 담벼락)’을 활용한 수업 자료. 패들렛은 관련 이미지, 링크, 동영상 등을 쉽게 공유할 수 있어서 간단한 발표 수업에 활용도가 높다.
실제로 정치 커뮤니케이션 수업에서 미디어의 기능과 역할을 설명한 뒤 모둠별로 사례를 찾아 패들렛에 공유하도록 했다. 평소 소극적이던 학생들도 발표라는 부담에서 벗어나 담벼락에 포스트잇을 붙이듯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했고, 서로의 SNS를 살펴보듯이 즐거워했다.
카드뉴스로 표현한 청춘의 꿈
후반부에 가장 중점을 둔 것은 학생들이 미디어를 능동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었다. 중학생 대상의 카드뉴스 제작 수업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한계들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3주간에 걸쳐 카드뉴스를 제작해 발표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카드뉴스라는 틀 자체가 학생들에게 친숙했고, ‘청춘의 꿈’이라는 공통 주제를 정하고 모둠마다 소주제를 찾도록 하자 주제 선정이 빨리 끝났다. 스토리보드 작성에 충분한 시간을 갖도록 했으며 중간 점검과 피드백을 거쳤다. 이미지 촬영은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수업시간 내에 이뤄지도록 해서 따로 모이는 부담을 덜어줬다.
학생들의 카드뉴스 제작 모습
이때 모둠 과제 작업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고려해 몇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1. 카드뉴스 스토리보드는 반드시 중간 점검을 받아 수정한다.
2. 이미지 촬영 시 모둠원이 최소 한 번씩은 등장하도록 연출한다.
3. 따로 모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수업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한다.
다행히 학생들은 카드뉴스 형식에 관심을 보였고 자신의 이야기를 미디어를 활용해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 즐거워했다. 한 모둠은 카드뉴스 제작이 끝난 후 네이버 포스트에 자신들의 작품을 올리는 등 적극적인 참여 자세를 보여줬다. 이때 저작권 문제 등 콘텐츠를 공유할 때 주의할 점을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어서 더욱 유익한 수업이 됐다.
학생들이 발표한 카드뉴스는 △롤 모델을 제시하며 도전을 유예하지 말라는 <가까이에 있는 행복>, △꿈꾸기 힘든 현실을 지적한 <과연 수능 문제는 옳은 것인가>, △바쁜 일상을 보여주며 그래도 꿈꾸는 사람들을 응원한다는 <꿈은 피곤해>, △현실의 벽을 통과하기 위한 다짐 <맨발의 청춘> 등 다양한 작품들이 나왔다. 마지막 발표 수업을 앞두고 과연 마무리될 수 있을지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한 모둠은 주제와 어울리는 음악을 넣어 제작했는데 발표할 때 울컥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수업 시간 내내 속도가 가장 느리고 의지가 없어 보여서 걱정했던 모둠이었기 때문이다. 교육자로서의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학생들이 제작한 카드뉴스 <맨발의 청춘> 일부. 지금은 힘들지만 꿈을 포기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흑백효과를 통해 차분하게 설명했으며 이미지 연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알아 두면 쓸데있는 미디어 수업
미디어 수업이 어려운 점은 미디어가 살아 있는 매체라는 점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쏟아지는 새로운 미디어 용어들을 따라잡기도 어려운데, 갈수록 경계가 모호해지는 유사 뉴스 정보, 가짜 뉴스까지 구별해야 하니 비판적인 뉴스 소비자가 되는 길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알아 두면 쓸 데 있는 미디어 상식을 정리하는 시간도 준비했다. 예를 들어 <가짜 뉴스>의 개념과 유형들을 정리하고 모둠별로 가짜 뉴스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가짜 뉴스에 대한 국내외 대처 방안과 가짜 뉴스를 확인하는 가이드라인을 학습했다. 또한, 뉴스 이용자인 우리에게 권리(잊혀질 권리, 초상권, 퍼블리시티권)와 책무(뉴스 저작권 지키기)가 있음을 강조하는 등 우리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원문 : http://www.bbc.com/news/38053324
수업을 마치면서 학생들과 롤링페이퍼를 작성했다. 교양과목이라서 가볍게 생각했는데 좋은 경험을 했다는 학생, 소셜 미디어를 조금이라도 설명할 수 있게 돼서 보람 있었다는 학생, 카드뉴스 제작을 통해 뉴스가 친근해졌다는 학생 등 긍정적인 반응들을 확인하고 나니 안도감이 찾아왔다. 시나브로 변해가는 학생들을 지켜보며 미디어 교육의 희망을 재확인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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