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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 파악하며 비판적 읽기 능력 키우기 초점

미디어 리터러시를 교육하는 궁극적 목적은 무엇일까? 홍수처럼 쏟아지는 각종 미디어 정보를 비판적으로 읽고 판단함으로써 미디어 이용자가 중심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 글에서는 기존 미디어 활용 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차이를 짚어보고, 간단하고 쉬운 텍스트를 이용해서 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사례를 소개한다. 



정형근(정원여자중학교 교사)


미디어 리터러시란? 그렇지 않아도 수업 방법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거꾸로 수업’, ‘하브루타 수업’, ‘질문이 있는 교실’, ‘프로젝트 수업’, ‘토의·토론 수업’, ‘융합(통합) 수업’ 등이 학교 현장에 물밀듯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 ‘미디어 리터러시’는 또 무엇인가? 미디어는 알겠는데 ‘리터러시’는 또 무엇인가? 리터러시(literacy)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① 문해력(文解力)

② 읽고, 쓰는 능력

③ 교양


정확한 판단력 길러주기

‘문해력’이라는 말을 풀면 글을 이해하는 능력이 된다. ‘문해력’이라는 용어는 책이나 신문과 같은 문자로 이루어진 텍스트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그러므로 텍스트의 범위를 글만이 아니라 미디어로 확장시키면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리터러시가 ‘읽고, 쓰는 능력’을 가리킨다면,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를 읽고 쓰는 능력’이 된다. 읽기 이론에서 ‘읽기’는 주어진 텍스트의 내용을 파악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텍스트의 내용뿐 아니라 텍스트를 둘러싼 맥락을 비판적으로 읽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쓰기’는 종이나 컴퓨터의 지면에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글로 표현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매체를 이용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의 내용뿐 아니라 그 텍스트가 생산되고, 소통되고, 소비되는 전체 맥락을 비판적으로 읽는 동시에,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여 생산하는 것을 가리킨다.


‘리터러시’가 교양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이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협력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해결해가는 데에 필요한 교양을 길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회 구성원이 습득해야 할 교양의 내용은 민주 시민성이나 세계 시민성과 관련된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이든 간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교육하는 목적은 삶의 일부분이 된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고 쓰는 능력을 갖게 함으로써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나 지식을 합리적으로 읽어내는 정확한 판단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특히나 다양한 미디어에서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를 여과 없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청소년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순한 교육적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안목을 제공할 것이다. 더불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문제를 공유하고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추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민주 시민 또는 세계 시민으로의 자질을 길러줄 것이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듣고 나면 미디어 리터러시를 알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모르는 것 같은 기분이 많이 들 것이다. 선생님들께서 이미 해 오던 것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도 있고, 또 영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기존의 다양한 교육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차이를 가지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와 기존의 교육들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도, 또 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모두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이랄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 때문이다. 


텍스트 둘러싼 맥락 살펴야

일반적으로 학교에서는 논술이나 미디어교육에 ‘비판적 사고력’이라는 옷을 입히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신문 활용 교육(Newspaper in Education)도 마찬가지이다. 즉 텍스트의 범위를 신문에서 미디어로 넓히고,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은 후에 민주 시민성을 함양하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틀리다고 볼 수는 없다. 논술 교육에서도, 매체 활용 교육에서도, 신문 활용 교육에서도 비판적 사고력과 민주 시민성을 길러줄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 리터러시는 이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신문의 경우 기사를 읽고 기사의 정보나 근거가 얼마나 합리적이고 타당한지를 판단하면서 비판적 사고력을 측정하게 된다. 논술은 이런 면에서 신문 활용 교육과 많이 닮아 있다. 또한, 신문이나 논술 자료 대신에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통해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줄 수가 있다. 하지만 이는 텍스트의 내용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라 할 것이다. 다음은 언어학이나 문학에서 자주 인용되는 로만 야콥슨의 의사소통 모델이다. 이 모델을 통해 기존 활용 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하겠다.


[그림] 로만 야콥슨의 의사소통 모델


누구나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도식이다. 메시지를 만들어내는 발신자, 이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수신자 사이에는 맥락, 메시지, 접촉, 약호 등의 여러 층위가 존재한다. 여기에서 기운 글씨로 표시된 채널, 즉 ‘발신자-메시지-수신자’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것이 기존의 신문 활용 교육에서 하던 방식이다. 즉 다루고 있는 매체 텍스트의 ‘파롤(이미 말해진 것)’, 간단히 말해서 눈앞에 주어진 텍스트의 내용을 다루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서는 ‘메시지’ 자체가 초점화된다. 기존의 신문 활용 교육에서는 주어진 자료의 내용이 중요하고, 또 이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는 달리 미디어 리터러시에서는 ‘발신자-메시지-수신자’의 기본 채널 이외에, ‘발신자-맥락-수신자’, ‘발신자-접촉-수신자’, ‘발신자-약호-수신자’ 등 다양한 채널이 비판적 읽기의 대상이 된다. 어떤 경우에는 발신자와 수신자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맥락, 메시지, 접촉, 약호 사이의 상호 작용을 통해 텍스트의 의미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여기에서 약호(code)는 그 매체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문법과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신문이라는 매체가 있다면 그 매체는 어떻게 쓰이고, 어떻게 유통되고 있으며, 누가 주로 선호하는지 등이 그 매체가 가지고 있는 시대의 약호라 할 것이다. 만약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맥락(context)’ 및 ‘접촉’까지 다룰 수 있다면 보다 한 차원 높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 정도에 이르면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지 미디어의 내용뿐 아니라 그 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시대의 문화적 함의까지 읽어내게 된다. 다시 말해서,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의 생산과 소비, 미디어를 둘러싼 맥락, 약호, 접촉을 해석하는 문화 비평의 역할을 하게 된다.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설계

자,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바탕으로 미디어 리터러시의 관점에서 수업을 설계하면 어떻게 구현될까? 기존에 선생님들이 하던 방식과 겹치는 부분도 있고, 달라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본격적인 설계에 앞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은 미디어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읽기의 대상이 되는 미디어 텍스트는 어느 것이든 상관이 없다. 다만 그 텍스트를 통해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주면서 동시에 자신의 관점에서 그 문제의 해결책을 찾도록 유인하는 텍스트면 된다. 


수업 전

읽기의 대상이 되는 미디어 텍스트를 선정한다.

비판적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텍스트가 바람직하다. 나아가 그 텍스트를 통해 발견한 문제에 대해 학생들이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텍스트가 좋다. 사실 대상 텍스트의 선정이 앞으로 전개될 수업의 양과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교사는 평소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면서 텍스트로 삼을 만한 것들을 수집해 놓을 필요가 있다.

도입부

학생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한다.

제시된 자료는 학생의 학교생활이나 일상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을 끌어들이는 것이 좋다. 다만 너무 길면 환기의 효과도 떨어진다. 또 너무 자세하거나 구체적이면 수업 전개 부분과 겹쳐 실제 수업을 할 때 흥미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업 중

- 미디어 텍스트를 읽고 비판적 질문을 생성하도록 유도한다.

- 발견된 문제를 내면화하고 협력적으로 문제 해결 방안을 생산한다.

제시된 자료의 내용을 파악하는 활동은 최대한 줄이되, 텍스트와 텍스트를 둘러싼 맥락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다양한 관점에서 비판적 질문을 만들어 보도록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사가 비판적 질문을 말해 주면 수업은 그쪽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어 다양한 가능성을 차단하게 된다.

비판적 질문을 통해 발견한 문제를 자신의 삶이나 주변을 성찰하게 하는 과정을 통해 내면화하게 하고, 모둠 활동을 통해 해결 방안을 찾아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표현하도록 유도한다. 해결 방안은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것보다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것을 제시하도록 안내한다.

평가

생산된 해결 방안을 공유하고 평가한다.

모둠별로 제시된 해결 방안을 다른 모둠 앞에서 발표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상호평가를 유도한다. 발표의 형식은 월드카페, 패널 토의, UCC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 과정을 담은 수업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분량의 문제가 있어 대상 텍스트를 짧은 우화로 삼았다.


[선정된 텍스트]

서울쥐가 시골에 놀러 왔다가 보리와 곡식밖에 먹을 것이 없는 시골의 궁핍한 생활을 조롱하며 서울에 가면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유혹했다. 그 말에 솔깃해진 시골쥐는 서울쥐를 따라갔다. 시골쥐는 서울쥐가 내주는 맛있는 음식들에 감탄하며 자신의 가난한 운명을 저주했지만, 이내 서울에서의 삶에도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람들이 들어올 때마다 쥐구멍으로 숨어야 했다. 시골쥐는 서울쥐에게 이렇게 말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난 돌아가겠네. 가난하더라도 두려움과 의심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다네.”

수업 전

서울쥐와 시골쥐라는 우화를 텍스트로 골랐다.

텍스트 선정 이유: 너무나 익숙하고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는 다양한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읽을 수가 있어 텍스트로 삼았다.

도입부

(1차시)

두 편의 짧은 동영상을 제시하여 호기심을 환기한다.

1. 깊은 산중에서 혼자 자유롭게 살지만 모든 것을 자기가 다 알아서 해야 하는 자연인의 삶

2. 가정부나 기사를 두어 풍요롭고 안락하지만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회사의 업무를 늦은 시간까지 처리해야 하는 삶

수업 중

- ‘시골쥐와 서울쥐를 비판적으로 읽는다.

- 발견된 문제를 내면화하고 협력적으로 문제 해결 방안을 생산한다.

1. 텍스트의 내용에 대해 비판적으로 질문하기 -1차시

    (1) 시골쥐가 던진 질문과 빠트린 질문

        - 시골쥐가 던진 질문

        - 시골쥐가 빠트린 질문

    (2) 서울쥐가 망각하고 있는 질문

 2. 미디어를 활용하여 이와 유사한 이야기나 사건 찾기 -2차시

 3. 문제 해결을 위한 탐색 - 2차시

    (1) 우리 모둠이 발견한 가치관의 대립

    (2) 두 가치관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

    (3) 두 가치관이 합의할 수 있는 접점 찾기

4. 모둠별 협의를 통해 해결 방안 찾기 -3차시

    (1) 모둠에서 다룬 문제

    (2) 우리 모둠에서 합의한 내용을 광고로 작성하기 

평가

(4차시)

모둠에서 생산한 광고를 월드카페의 형식으로 상호 평가한다.

모둠별로 돌아가면서 다른 모둠에서 자신들이 설정한 쟁점이 무엇인지,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모둠이 사용한 효과적인 표현은 무엇인지 등에 관해 설명한다. 다른 모둠원은 설명을 듣고 나서 해결 방안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모둠에 스티커를 붙인다. 


* 미디어 텍스트를 통해 문제의 발견-내면화-해결책을 제시하는 과정은 45분 또는 50분 1차시로 구현하기는 불가능하다. 이번의 예는 4차시로 구현해 놓았다. 텍스트의 길이, 활동의 크기 등에 따라 차시는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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