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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시민의 필수 역량, 미디어 리터러시

  미디어 환경이 급변 하면서 뉴스 소비 형태 역시 변화하고 있다. 새로운 변화는 콘텐츠 유통과 이용 방식의 혁신이라는 긍정적 측면을 가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시민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다.




유홍식(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디어와 그 관련 기술은 자고 일어나면 바뀌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로봇이 작성한 스포츠, 증권, 기업실적 뉴스가 등장하였고, 음성 기반의 AI 스피커로 미디어 콘텐츠를 검색해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본방사수’라는 말은 옛말이 되고[각주:1], 1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한 번에 몰아볼 수 있는 영상 서비스가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 방송프로그램과는 사뭇 다른 1인 창작자(Creator)의 콘텐츠가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청소년들은 어떤 것을 배우기 위해 다른 미디어보다도 ‘유튜브(Youtube)’를 먼저 찾고, 이를 통해 습득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TV 방송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TV는 20대 이상의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는 매체이자, 50대 이상의 장‧노년층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매체로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 미디어’라는 지위는 이미 스마트폰에 내어준 것이 현실이다. 


미디어 환경의 급변 속에서 가장 적은 선택을 받은 매체는 종이신문이다. 젊은 연령대의 이용률이 10% 내외(20대 7.4%, 30대 11.4%)에 불과하고, 50대만이 30%(31.8%)대를 유지하고 있다. 종이신문 구독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약 20% 내외로 축소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뉴스 자체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10대만 보더라도 58.1%가 모바일을 통해 하루에 13.7분 정도 뉴스를 읽고 있다(한국언론진흥재단, 2016).


LA Times의 ‘Quakebot’은 지진 기사를 담당하는 로봇으로, 진도 3.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전달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사를 작성하고 CMS에 등록한다. 

<사진 출처: LA Times 온라인 신문 화면 캡처>


미디어 이용의 변화가 불러오는 문제

이러한 미디어 이용의 변화를 요약해보면 첫째, 전통적인 방식의 TV 방송보다는 편리성을 제공해주는 포털 또는 동영상 중심의 서비스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개입하여 음성으로 콘텐츠의 선택과 소비가 가능해지고 있다. 둘째, 모바일 기반의 텍스트보다 영상과 이미지 중심의 이용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셋째, 종이신문을 통한 뉴스의 유통과 소비는 사라지고, 뉴스 이용의 대부분이 인터넷 포털과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사실상 모바일에서 이용하기 적합한 콘텐츠가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는 구조가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동 중에 과자같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5~15분 분량의 웹예능, 웹드라마, 웹툰 또는 방송프로그램의 핵심만 짧게 편집한 방송 클립 등을 주로 즐기는 ‘스낵 컬처’(Snack Culture)가 유행하고 있다. 세계와 사회에 대한 이해와 지적 만족을 주는 경성뉴스(hard news)는 모바일에서 사라지고 있다. 즉각적인 재미나 특정 호기심을 자극하는 연성뉴스(soft news), 이미지 중심의 카드 뉴스 또는 비디오 뉴스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뉴스 소비는 다양한 문제를 야기한다. 먼저, 중요한 사회 이슈를 다루는 뉴스의 유통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한, AI에 기반을 둔 콘텐츠와 뉴스 추천 시스템[각주:2]은 이용자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필터버블(Filter Bubble) 현상을 발생시키거나 강화시키기도 한다(Pariser, 2011). 인터넷 포털과 소셜 미디어는 개인의 이용 패턴에 기반해 정보들을 필터링한 후, 이 알고리즘을 활용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이용자들에게 특정 정보만을 편식하도록 ‘강요’하여 이른바 ‘정보의 편식’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게다가 최근 페이스북, 카카오톡과 같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진짜처럼 교묘하게 만들어진 가짜 뉴스가 대량으로 유통되었고, 이는 여론과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를 대처하기 위해 언론사와 유관단체를 중심으로 팩트체크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지만 가짜 뉴스 유통을 막기는 쉽지 않은 형국이다. 또한,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특정 인터넷 또는 소셜 미디어 공간에 모여 폐쇄적으로 의견을 공유하는 호모필리(homophily, 동종애)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도 하다(한국언론진흥재단, 2017).


이러한 새로운 현상과 변화는 기술적 진보에 따른 콘텐츠 유통과 이용 방식의 혁신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시민사회의 건강성을 위협한다는 면에선 부정적 측면도 동시에 가진다. 즉, 시민사회 구성원들의 의견과 표현의 다양성을 약화시키고, 때로는 갈등과 혐오의 표현을 여과 없이 전달하여, 의견의 극단화와 극화를 일상화하여 확산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보다 자신의 즐거움에 그치는 콘텐츠 이용방식을 고수하고, 이로 인해 시민사회의 건강성은 회복하지 못한다. 결국, 개인은 더욱더 개인적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필터버블은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가 쓴 『생각 조종자들(The Filter Bubble)』에 등장하는 단어로, 이용자는 필터링 된 정보만 접하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사진 출처: 「온라인 ‘필터버블’을 주의하세요」 TED, Eli pariser 화면 캡처>



건강한 시민사회의 형성

민주주의 시민사회의 토대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시민들이다. 성숙한 시민은 사회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도 타인의 의견과 의사를 존중한다. 또한, 자본·정치·문화·교육 등에 존재하는 권력의 불의와 불법에 저항할 수 있는 개인이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시민사회는 ‘시민’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시민들의 참여도는 낮고, 시민사회 또한 능동적 시민을 양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김석호, 2015). 일련의 조사결과는 이를 자명하게 보여준다. 2017년 통계청 사회조사에 의하면, 시민사회단체 참여율은 4.2%, 지역사회모임 참여율은 5.2%에 불과했다. 2009년 ‘국제시민교육연구’(ICCS)의 결과에 의하면, 한국 청소년의 ‘시민지식’ 수준은 38개국 중 3위로 높았지만, 실제 ‘시민참여활동’ 수준은 전체 평균보다 10% 낮은 최하위권에 속했다.


시민들이 더욱 성숙해지고, 이를 통해 시민사회의 건강성이 유지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다. 시민들이 좋은 미디어 콘텐츠를 중심으로 선택적‧비판적 소비를 하여 미디어 생태계가 건강성을 회복하고, 이를 통해 건강한 시민사회가 형성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미디어 리터러시가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다양한 미디어들이 생산하여 유통하고 있는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이해·분석하면서 활용하고 공유할 수 있는 능력, 콘텐츠 생산과정에 비판적‧창의적으로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 미디어 콘텐츠를 바탕으로 타인들과 소통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디지털 미디어가 보편화됨에 따라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접근·분석·판단 능력(European Commission), 디지털 미디어의 이용·이해·창작 능력, 비판적 사고력(영국의 Digital Britain)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그동안의 국내 미디어 리터러시 증진 사업이나 교육은 ‘미디어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주로 학교 내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왔다. 또한, 미디어 콘텐츠나 뉴스의 비판적 이해와 수용, 개별 교과목에서의 미디어 콘텐츠 활용, 신문 또는 뉴스의 제작이나 읽기에 그 중점이 있었다.


이에 비해 유럽에서는 시민사회 차원에서 접근해 왔다. 유럽연합은 2006년 시민들이 학습을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하는 8개 핵심역량[각주:3] 중 하나로 ‘디지털 역량’(digital competency)을 제시한 바 있다. 디지털 역량은 업무, 레저, 고용, 학습, 사회 편입, 사회 참여와 관련된 목표들을 성취하기 위해 미디어를 비판적이고 창조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정의되었다. 이것이 21세기 사회와 경제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 모든 시민들에게 요구되는 필수 역량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인간의 권리라고 보는 시각까지도 존재한다(Ferrari, 2012).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디지털 기술이 시민사회에 도입됨에 따라 이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수용, 책임 있는 이용과 활용을 위한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사회적으로 배제되지 않고, 능동적으로 사회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 역량이라는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활성화의 필요성

한국 시민사회 구성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디지털 미디어 이용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앞서 살펴본 디지털 역량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그들은 사회적‧역사적‧사건적 맥락과 다양한 시각을 이해하도록 도움을 주는 경성뉴스(국제·지역·정치·경제·교육과 관련된 뉴스)보다는 즉각적인 재미나 쾌락을 주는 연성뉴스(연예·스타,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된 뉴스) 중심의 소비를 하고 있다(한국언론진흥재단·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2016). 또한, 모바일을 통한 재미 위주의 영상 콘텐츠 소비가 주축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미디어 생태계는 건강성을 상실했으며, 이용자들의 문제적 행태를 유도하거나 유지시키는 형태로 굳어져 있다. 청소년들의 수학‧과학 성취도는 국제적으로 높게 평가받고, 그들은 상호작용적인 미디어를 능숙하게 이용한다. 그러나 이질적인 집단에서 타인과 상호작용을 하거나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측면에서는 완전하게 반대되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요약하면, 한국 시민사회의 구성원들과 향후 시민사회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의 미디어 활용 및 조작능력은 뛰어나다. 하지만 이에 비해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이해‧활용하는 역량, 사회공동체 구성원들과 오프라인에서 공감하고 상호작용하는 역량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할 방안 중 하나가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활성화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비판적 수용과 활용 역량을 향상시켜 미디어 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해야 한다. 또한, 이를 통해 시민사회의 건강성 회복, 유지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시민의 미디어 이용 역량을 강화하고, 성숙한 참여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우며, 궁극적으로는 건강한 사회와 민주주의의 유지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민주시민의 필수 역량이며, 한국 미디어 생태계와 시민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를 잘 구축함으로써 향후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좌우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미디어 생태계와 시민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 전체를 위한 체계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한국언론진흥재단(2016). <2016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한국언론진흥재단(2017). <뉴스 미디어와 4차 산업혁명>. 

한국언론진흥재단·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2016). <디지 뉴스리포트 2016 한국>. 

Ferrari, A. (2012). Digital competence in practice: An analysis of frameworks (A technical report by Joint Research Centre of European Commission).  

Pariser, E. (2011). The filter bubble: What the Internet is hiding from you. London, UK: Penguin Books. 




  1. 대표적으로 LA Times는 3.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Quakebot'이라는 로봇이 미국지진관측소로부터 자료를 받아 자동으로 기사를 작성한다. 국내의 경우, <파이낸셜타임스>가 로봇에 의해 작성한 증권시황 뉴스를 제공하기도 하였다(한국언론진흥재단, 2017). [본문으로]
  2. 예를 들어, 구글 검색은 개인의 이용패턴을 분석하여 콘텐츠를 추천하기 때문에 동일한 검색어를 사용해도 이용자마다 다른 콘텐츠를 추천한다. 카카오의 RUBICS(Real-time User Behavior-based Interactive Content Recommendation System)는 개인의 뉴스 소비 패턴을 기계학습하여 최적화된 뉴스를 추천하며, 네이버의 ‘AIRS’(AI Recommendation System)도 개인의 최근 7일 동안 활동을 AI시스템으로 분석해 뉴스를 추천한다(한국언론진흥재단, 2017). [본문으로]
  3. 8개 역량은 (1)모국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역량, (2)외국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역량, (3)수학 역량(mathematical competency) 및 과학과 기술 분야의 기초 역량, (4)디지털 역량, (5)학습역량, (6)사회적·시민적 역량, (7)진취적이고 기업가적인 역량, (8)문화적 의식과 표현 역량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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