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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민주시민교육과 미디어교육

  독일의 민주시민교육과 미디어교육은 공공‧민간 영역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효율적인 교육 시스템 구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사회를 통합시키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본 글을 통해 독일의 민주시민교육과 미디어교육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심영섭(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미디어를 이용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춰

독일의 미디어교육은 ‘미디어 활용능력(Medienkompetenz)’ 배양 중심이다. 이러한 미디어 활용능력 배양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중요하다(Moser, 1999, p.64~67). 


첫째, 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미디어가 이용하는 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 

둘째, 미디어 논리를 이해하고, 이를 판단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셋째, 미디어를 통한 정보생산과 전달구조 이해를 통해 행간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결국, 미디어교육은 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행간읽기를 통한 취사선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교육이 지식을 가르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도구이면서도, 동시에 인지능력을 떨어뜨려 가상과 현실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있다. 그래서 효율적인 미디어교육은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정보에 대해 이용자의 인지 오류를 줄이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본다(Bonfadelli, 1994). 미디어교육을 미디어 활용교육으로 인지하든 미디어 비판교육으로 인지하든, 미디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독일에서 미디어교육을 체계적으로 구분한 사람은 바케(Baacke)다. 바케는 미디어교육을 미디어 비평, 미디어 이해, 미디어 이용, 미디어 제작 등 네 가지로 나누고 있다(Baacke, 1997, 98ff). 바케에 따르면 첫째, 미디어 비평은 이용자들이 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를 주체적으로 분석하고 활용하며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미디어 이해는 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를 이해하기 위해서 미디어의 작동원리를 이해하는 것이다. 셋째, 미디어 이용은 정보획득 도구이자 수단으로서 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제작은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미디어 콘텐츠 만들기 교육을 의미한다. 



이러한 미디어교육은 교육목적에 따라 진행 방식이 달라진다. 학교교육은 미디어 내용에 대한 비판적 이용과 미디어 이해, 미디어 제작과 같이 미디어를 이용한 교육 중심으로 이뤄진다. 사회교육은 시민을 대상으로 미디어에 대한 이해와 미디어 제작 교육 중심으로 진행된다. 사회교육은 정규교육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 속에서 이루어지는 장기적인 교육학습이라는 의미에서 평생교육이다. 특히 미디어교육은 사회 구성원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써 새로운 정보기술과 미디어 장비를 다루고, 그 내용물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평생 가르친다. 그 목적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사회에서 사회가 필요로 하는 노동력을 재교육 하고, 미디어의 기능과 역할을 이해‧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소비자를 만드는 데 있다.


정치교육 통한 민주주의 의식 고취

시민을 대상으로 한 독일의 정치교육은 오랜 역사가 있다. 1918년 초 바이마르(Weimar)공화국은 제국고향복무청(Reichszentrale fuer Heimatservice)이라는 다소 생소한 관청을 신설했다. ‘고향복무’는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중 독일국민의 지역방위를 위한 저항의식 고취를 목적으로 설립한 일종의 민방위 기관이다. 그러나 패전 직후인 1919년에 시민의 민주주의 의식 고취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지식을 전파할 목적으로 시민교육 담당 기관으로 지정되었다(Schiele, 2004). 이후, 나치 정권 때 폐지되었다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정권이 패전하면서 1952년 11월 25일 연방 내무부 산하의 연방고향복무청(Bundeszentrale fuer Heimatdienst)으로 부활했다. 이 관청의 명칭은 1963년에 현재와 같은 연방정치교육원(Bundeszentrale fuer politische Bildung)으로 개칭된다. 연방정치교육원이 연방교육부나 연방공보처가 아닌 연방내무부 산하기관으로 편재된 것은 바이마르공화국 때부터 일종의 민방위 조직으로 시민들에게 민주주의 의식 고취를 위한 교육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한편, 1957년 독일 연방정부는 동서진영의 이념경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반공주의를 확산할 목적으로 동방학교(Ostkolleg)를 설립했다. 그러나 동서해빙기에 동서학교(Ost-West Kolleg)로 개칭되며, 서독이 지향하는 민주주의 사회 체제와 가치를 전파하는 기관으로 탈바꿈하였다. 동서학교는 독일 통일 후에도 동독지역은 물론 구 공산권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민주주의 사회의 가치와 정치체계를 교육하는 기관으로서 역할을 했으며, 2004년에 해산되었다(Hentges, 2012).  


연방정치교육청은 뮌헨선언(Muenchener Manifest)을 통해서 정치교육의 목표를 밝혔는데, 이 선언은 2001년 1월 24일 연방정치교육청 규칙을 통해 명문화되었다. 연방정치교육청 규칙 제2조는 “연방정치교육청은 정치교육을 통해 정치현안에 대한 이해를 돕고, 민주주의 의식을 고취하며, 정치참여를 강화하려는 의지를 북돋우는 역할을 수행한다.”이다. 연방정치교육청은 이러한 교육을 통해 정치적으로 균형 잡힌 입장(Usgewogene Haltung)을 대변하고, 업무의 효율성도 고려하기 위해 규칙 제6조 제1항에 따라 22명의 연방의회 의원으로 구성된 이사회(Kuratorium)를 두고 있다. 또한 학술적인 자문을 목적으로 12명의 대학교수로 이루어진 학술자문회의(Wissenschaftlicher Beirat)를 두고 있다.



시민과 학생을 위한 다양한 사업 진행

독일의 연방정치교육원은 본(Bonn)에 본청이 있고, 베를린에 별관을 두고 있다. 연간 예산은 2016년 말 결산 결과 총 5,020만 유로(약 669억 원)였다. 이 가운데 전체의 68.3%인 3,430만 유로가 정치교육 활동 사업비로 쓰였고, 인건비는 전체의 23.9%인 1,200만 유로, 기타 관리비 및 투자, 정보기술비가 7.8%인 390만 유로가 쓰였다. 물론 정치교육사업비에는 각종 세미나와 특강 강사비를 비롯하여 각종 서적 및 신문 기고, 멀티미디어 제작에 들어가는 원고료 등도 포함된다(BpB, 2017).


연방정치교육원의 주된 활동은 시민들을 위한 교육자료 발간이다. 연방정치교육원은 3개월에 한 번씩 일명 흑서라고 불리는 잡지인  『정치교육정보(Informationen zur politischen Bildung)』 를 발행하고 있다. 『정치교육정보는 주요 정치현안(가뭄, 종교분쟁, 사회복지정책 등)이나 주요국가(인도, 미국, 중국 등)에 대해 상세히 분석한 계간지다. 또한, 2001년부터 독일연방의회가 발행하는 신문인 의회(Das Parlament)지의 부록으로 정치와 동시대 역사에서(Aus Politik und Zeitgeschichte)라는 소논문집을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출판물은 총서(Schriftenreihe)다. 총서는 정치학, 역사, 사회학, 경제학, 환경학 등 민주주의 가치와 의회 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이해를 도울 목적으로 매년 20여 권 발행하고 있는 단행본이다. 연방정치교육원의 총서는 유가로 배포되는데, 누구든 1권당 행정수수료인 4.50~7유로를 지불하면 된다. 연방정치교육원은 2016년도에 출판비용으로만 1,040만 유로를 지출했지만, 총서 등을 구입하는 시민과 학생들이 지불한 행정수수료로 220만 유로의 수입을 거뒀다. 이 비용은 출판물 재판을 위해 사용된다. 


연방정치교육원에서 발행하는 출판물의 효과를 측정할 목적으로 1971년부터 실시한 학생 대상 정치교육독후감 대회는 지금까지 약 300만 명의 학생들이 응모하였다. 이 독후감 대회는 범 독일어권 국가에 거주하는 학생도 참가할 수 있다. 연방정치교육원은 1981년부터 지역 언론에서 활동하는 언론인을 대상으로 월간지 회전판(Drehscheibe)을 발행하고 있다. 또한, 지역 언론인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출판물도 발행하고 있다. 2001년 창간한 청소년 웹진인 플루터(fluter)는 계간으로 발행하여 학교에 보급하고 있다. 8~12세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잡지인 하니자우란트(Hanisauland) 웹진으로도 운영되는데, 민주주의를 쉽게 설명할 목적으로 웹툰을 이용한다. 


연방정치교육원의 또 다른 핵심 사업은 세미나와 심포지엄, 강연, 학생들의 견학수업 지원이다. 세미나와 심포지엄이 주로 학술행사 중심의 사업이라면, 강연과 견학수업은 사회교육과 학교교육을 위해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편성하여 전국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업이다. 이때 수업자료는 연방정치교육원이 제작한 출판물과 온라인서비스를 활용한다. 연방정치교육원이 중점을 두고 있는 또 다른 사업은 극단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출판물과 시청각자료 제작, 온라인 포털 운영이며,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위한 여론결집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최근에는 16개 주의치교육원과 연방정치교육원, 연방과 16개 주의 행정기관, 각종 단체, 정당과 연대하여 ‘민주주의와 관용’을 위한 긍정적 여론 조성을 담당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이는 온라인포털과 전단지를 통해 유포되는 외국인 이주민에 대한 허위사실과 조작된 정보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이와 유사한 사업의 하나가 2006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유대인 대학살(Holocaust) 컨퍼런스’다. 격년으로 실시하는 이 컨퍼런스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독일이 저지른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기억과 반성 그리고 교훈을 공유하는 일을 지속해서 행하고 있다.


연방정치교육원은 매년 300여 개의 재단과 협회, 조직의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대다수의 지원 사업에서 주최 측이 행사 참가비를 할인해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민간차원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자발적 행동이 많아짐으로써, 사회 전반에 걸쳐 시민주도로 민주주의 교육이 시행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Baacke, D. (1997). Medienpädagogik (Grundlagen der Medienkommunikation). Tuebingen: De Gruyter.

Bonfadelli, H. (2001). Einführung in die Medienwirkungsforschung. Band I: Grundlagen und theoretische Perspektiven; Band II: Anwendungen in Politik, Wirtschaft und Kultur. Konstanz : UVK Verlag.

Bundeszentrale fuer politische Bildung (2017). Jahrebericht 2016. Bonn/Berlin.

Hentges, H. (2012). Staat und politische Bildung: Die Bundeszentrale für Heimatdienst bzw. Bundeszentrale für politische Bildung im Spannungsfeld zwischen Propaganda, Public Relations und politischer Bildung. Berlin: Springer VS.

Moser, H. (1999). Einfuehrung in die Medienpaedagogik. Aufwachsen im Medienzeitalter. Opladen : Westdeutscher Verlag. 

Schiele, S. (2004). Politische Bildung im öffentlichen Auftrag – Die Bundeszentrale und die Landeszentralen für politische Bildung. In: Gotthard Breit, Siegfried Schiele (Hrsg.). Demokratie braucht politische Bildung. Wochenschau, Schwalbach/Tau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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