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ile_menu

다문화 시대, 세계시민을 위한 미디어교육의 과제

예멘 출신의 난민 신청자들이 제주도로 몰려듦에 따라 온라인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공포를 더한 혐오 표현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사회와 언론 그리고 미디어 리터러시의 주요 프로그램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글: 박진우(건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난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World Refugee Day)’이었다. 원래 아프리카에서 1975년부터 ‘아프리카 난민의 날’을 정하여 기념해오던 것을 2000년 UN 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세계 난민의 날’로 승격시켰고, 이후, UN난민고등판무관 사무소가 주관하여 매년 세계적인 행사가 열리고 있다. 


난민과 언론, 미디어교육의 과제

공교롭게도 마침 날, 국내 언론 지면에는 예멘 출신의 난민 신청자들이 제주도에 몰려들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실렸다. 그동안 엄연히 사회 구성원의 일부로 존재하지만, 정당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던 ‘외국인(중국 동포, 외국인 노동자, 결혼 이주민 등)’의 범주에 난민들까지 포함되는 분위기다. 정부가 기존의 관행과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이 온라인상에서는 ‘이슬람’과 ‘잠재적 범죄자’에 대한 공포가 결합된 혐오 표현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난민과함께”라는 구호를 내걸었던 배우 정우성을 곤혹스럽게 만든 저간의 사정이 이를 잘 보여주는 건 아닐까.[각주:1] ‘난민’에 대한 최소한의 인도주의적 관심과 지원은 세계 공동체에 필요한 대의명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마저도 ‘이미 우리 땅을 밟은 난민’이 우리에게 가할 수 있는 ‘가시적인 위협(?)’에 대한 대중들의 신경질적인 반응 속에 묻혀 버린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 한국 사회와 언론 그리고 미디어 리터러시의 주요 프로그램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우리 시대는 이제 디지털⋅모바일 미디어의 확산과 소셜 미디어의 포화라는 말만으로는 요약이 불가능한, 그야말로 ‘초연결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고도화된 기술 사회는 필수적으로 글로벌 차원의 자본과 노동의 이동, 문화적 교류와 대규모 ‘이주민’을 동반하는 ‘유동하는 사회(Liquid Society)’를 물적 토대로 삼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글로벌 차원의 연결성이 곧장 그에 걸맞는 문화적 변화를 반드시 수반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뿌리 깊은 문화적 편견들인종 차별, 소수자에 대한 차별, 외부인에 대한 적대적 의식 등이 소셜 미디어의 속도와 결합하는 것도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특히 그것이 가짜 뉴스라든가 혐오 표현의 문제와 합쳐질 경우, 우리는 어쩌면 그동안의 모든 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한 노력들이 전면 백지화될 수 있는 새로운 국면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렇듯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시민적 가치 속에 다문화사회, 난민 구제, 그리고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와 글로벌 시민사회(Global Civil Society)의 자리는 결코 작지 않다.   



배우 정우성은 지난 6월 20일 자신의 SNS에 난민에 대한 글을 게재했다. <사진 출처: 정우성 인스타그램>



미디어 리터러시로 시민적 가치 가다듬어야

이 문제는 일찍부터 미디어교육의 위상을 정립한 소위 ‘선진국’에 해당하는 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2016년 여름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투표 결과도 중동 전쟁난민 문제가 도화선이 되었다. 난민 문제는 분명히 국내 정치적인 측면에서의 여러 이슈들실업 문제, 사회보장 제도의 개혁, 세금 문제 등을 하나로 모으는 폭발력이 있다. 오랫동안 인종차별 철폐와 탈식민주의, 양성 평등, 소수자 보호와 문화적 다양성 수호에 관해 영국 사회가 확산시켜 나갔던 문화적 동의이것이 또한 영국의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의 핵심적 가치이기도 하다가 눈앞에 밀려드는 중동 난민들의 모습 앞에서 그 힘을 급속히 잃어버린 셈이다. 

그렇기에 최근 이들 국가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대대적인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필연적이라 하겠다. 영국과 독일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특히 온라인 공간을 통해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 및 이를 뒷받침하는 각종 음모 이론과 결합된 가짜 뉴스에 전면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언론인들이 주도하는 팩트체킹 영역과 함께, 독자들의 노력이 요구되는 또 다른 영역이라 하겠다. 

프랑스의 경우 올해 4월, 전국기자협회 차원에서 언론인들이 공동으로 행하는 팩트체킹 노력과 미디어교육 기관인 끌레미(CLEMI)와 시민사회 및 학교 현장의 미디어 리터러시 활동가들이 결합하는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하자는 결의도 있었다. 관건은 역시 글로벌 시민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보다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재구성일 것이다.  

물론 미디어 리터러시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을 구체화하는 작업만으로도 우리가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다. 제주도 난민 사태는 그동안 ‘다문화 사회’를 위해 진행된 국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한 차원 높은 단계의 규범적인 과제로 확장시킬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는 언론과 시민사회, 그리고 언론 수용자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중대한 임무일 것이다. 


냉철한 ‘독자의 눈’ 필요
글로벌 미디어 리터러시의 새로운 과제는 바로 이러한 상황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디지털 시대를 맞이한 저널리즘의 혁신을 소리 높여 외치던 지난 수 년 동안 과연 국제 뉴스가 어느 정도 변화했는지 냉철하게 평가해 보자. 각 분야에서 여러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오랜 쟁점들은 여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주변 강대국 중심의 보도나 서구 중심의 편향된 시선을 그대로 인용하는 등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다. 
하지만 이처럼 무분별한 국제 뉴스의 이면에는 그것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독자들과 시민사회의 태도가 함께 자리 잡고 있다. 관행에 무감각하게 편승하며 국제 뉴스에서도 안일하게 편가르기 하는 언론 보도들을 독자의 시선으로 비판하자. 또한 우리 주변에 결코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목을 끌지 못하는 수준 높은 국제 뉴스들을 발굴할 수 있는 감식안을 기르자. 그리고 이런 뉴스들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확산시킬 수 있도록 제도화된 틀을 만들어 나가자. 독자들이 지나치게 여의도 중심적인 정치 뉴스의 관행에서 빠져나와, 이러한 뉴스들에 주목하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자. 그 과정에서 중국 동포들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이자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는 관행적인 감수성을 바꾸는 토론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나가자. 많은 여성들이 현실적으로 느끼는 공포심을 해소시키는 보다 사려 깊은 정책적 개입을 독자의 눈으로 요구하자. 
그 속에서 보다 높은 수준의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우리 실정에 맞는 글로벌 시민사회의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이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1. “누가 제주 예멘 난민에게 돌을 던지나”, <한겨레>, 2018년 6월 21일자.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50392.html#csidx55dca75071a0d71b902e1b8f55b618c [본문으로]
Trackback 0 Comment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