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외래어 표기법,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2011. 5. 11. 09:04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여러분은 커피 좋아하시나요? 하루에 한 잔, 혹은 두 잔씩은 꼭 마시게 되는 커피. 예전에는 커피라고 하면 프림과 설탕을 타 먹는 인스턴트 커피가 주종을 이뤘지만, 요즘은 커피 고유의 향을 느낄 수 있는 원두 커피가 인기를 얻고 있죠. 최근에는 테이크 아웃 커피 전문점도 많이 생기고, 이들 가게에서는 아메리카노, 라떼,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헤이즐넛 등 다양한 원두 커피가 팔리고 있는데요.

하지만 커피 이름이 모두 외래어인지라, 가게마다 제각각으로 적힌 이름을 볼 때마다 어느 것이 맞는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에스프레소만 하더라도 에스푸레소, 에스프렛소, 애스프레쏘로, 카푸치노의 경우 카프치노, 카쁘치노, 카뿌치노 등 여러가지 한글로 표기되고 있는데요. 과연 어떤 것이 올바른 표기법일까요?

이번 시간에는 ‘에스프레소’‘카푸치노’ 두 가지 커피 이름의 유래를 알아보고, 또 올바른 한글 표기를 통해 우리말 외래어표기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에스프레소와 카푸치노로 알아본 외래어 표기법

올바른 표기법을 알아보기 전, 우선 간단하게 두 커피의 유래에 대해 알아볼까요? 에스프레소는 ‘모든 커피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스프레소는 높은 증기 압력을 가해 짧은 시간에 커피의 원액을 뽑아내는데요. 여기에 물을 탄 것이 우리가 마시는 에스프레소입니다. 또, 우유를 타면 라떼가, 거품을 만들어 넣으면 카푸치노가 되는 셈인데요.

이탈리아어 에스프레소espresso는 영어 익스프레스express와 어원이 같은 말로 '빠르다'는 뜻입니다. 보통 30mL의 커피를 뽑아내는 데 20초가 걸릴 만큼의 빠른 속도로 커피를 만든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모음 a, e, i, o, u는 각각 아, 에, 이, 오, 우로 적는다고 나와 있는데요. 그 규칙에 따르면 espresso는 에스프레소로 적는 것이 올바른 표기법이겠죠?

카푸치노cappuccino는 에스프레소 커피에다 뜨거운 증기로 우유를 데워 만들어낸 거품을 얹어줍니다. 이 커피에 카푸치노라는 이름이 붙게 된 이유가 재밌는데요, 원래 카푸치노라는 말은 가톨릭 수도사들을 일컫는 말이었답니다. 카푸치노 수도회의 수사들은 뾰족한 두건으로 머리를 가리는데, 우유 거품으로 커피를 완전히 덮어버린 이 커피 모습이 카푸치노 수도사들의 복장을 닮았다고 해서 이 말의 쓰임이 커피 이름으로까지 확장되었다고 합니다.
 


사전에서 cappuccino를 찾아보면 프란체스코파의 수도사란 의미와 커피의 이름 두 가지로 풀이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의 한글 표기를 살펴보면 의문점이 생기는데요, 똑같은 c가 두 번 쓰였는데, 앞에서는 ㅋ으로 적고, 뒤에서는 ㅊ으로 적고 있다는 것이죠. 왜 그럴까요?

이것은 c를 모음 a, o, u 앞에서는 ㅋ으로 적고, e, i 등 전설모음 앞에서는 ㅊ으로 적도록 한 영어 표기법에 따른 것이랍니다. Francesco라는 단어를 표기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이 원칙이 적용되는데요, 앞의 c는 모음 e 앞이므로 ㅊ으로 적고, 뒤의 c는 o 앞이므로 ㅋ이 되어 ‘프란체스코’로 적는 것이죠.

언뜻 어려워 보이지만, 몇 가지 규칙만 외우고 있으면 한글로 표기하기가 쉬운데요, 다만 영어의 경우 같은 철자라도 단어마다 발음이 다른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표기법을 알려면 신문이나 방송에 표기된 외래어 단어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 영어 자음은 한글로 어떻게 적는지 살펴볼까요?


위 표를 살펴보면 b는 ㅂ으로 s는 ㅅ으로 z는 ㅊ 등으로 적게 됩니다. 그런데 g는 c와 마찬가지로 뒤에 나오는 모음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해서 적어야 합니다. 모음 a, o, u 앞에서는 ㄱ으로 적고, e나 i 앞에서는 ㅈ으로 적는 것이죠. 이 규칙을 따라 적용해보면 Gabriel은 '가브리엘'로 적어야 하고요, Lucciano Pavarotti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아니라, '루차노 파바로티'로 적는 게 맞답니다. 어떠세요? 이제 웬만한 영어는 쉽게 한글로 바꿀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오늘은 커피전문점에서 낯선 커피 이름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입니다. :)



알쏭달쏭 중국어 인명 표기법

자, 커피 종류별 우리말 표기법에 대한 궁금증은 어느 정도 풀리셨나요? 그럼 덤으로 중국어 인명 표기법도 알아볼까요? 지금 30대에 접어든 직장인이라면 모택동이나 장개석, 성룡이나 유덕화 같은 중국 이름이 귀에 익어있을 텐데요. 하지만 어느새부터인가 이들 이름이 마오쩌둥, 장제스, 청룽, 유더화 등 중국 원음으로 불리고 있어 조금 혼란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겁니다. 특히 중국 인명은 우리나라처럼 3글자가 많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말 한자 발음 그대로 표기하는 것이 더 친숙했었는데요. 이들 이름을 갑자기 중국어 원음으로 표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표준화된 법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1992년 중국과 수교를 시작한 후 중국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자 그간 한자 발음으로 표기되던 중국 인물들 역시 중국어 원음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었습니다. 주요 일간지에서 시작된 원음 표기는 지금은 거의 정착 단계에 이르렀는데요. 그렇다고 모든 중국인을 원음으로 표기하는 것은 아니고, 한자 발음 그대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화 ‘마지막황제’ 이전과 이후로 분류하면 쉽습니다.>

기준이 되는 것은 1911년 중국에서 일어난 신해혁명인데요.
신해혁명을 기준으로 혁명 이전에 태어난 인물들은 종전과 같이 한자로 표기하고, 혁명 이후의 인물들은 중국 원어로 표기하게 나누어졌답니다. 신해혁명은 중국의 마지막 왕조인 청나라 왕조를 무너뜨리고, 공화정인 중화민국이 시작된 해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하려면 청나라 시대 사람까지는 한자 발음으로, 그 이후 사람들은 중국 원음으로 표기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렇다면 일본어는 어떻게 표기할까?

일본어는 어순은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우리말과 음운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딱 들어맞는 우리말 표기법으로 옮기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몇 가지 원칙을 정해두었는데요.


우선 일본어에서 받침 노릇을 하는 촉음 ‘つ’은 우리 글자 ‘ㅅ’으로 통일해서 표기합니다. 예를 들어 ‘ろつぽんぎ’라는 지명은 ‘롯폰기’로 통일해서 읽고, 록본기나 록폰기 등으로 적지 않습니다. 비슷한 예로는 ‘삿포로’나 ‘홋카이도’ 등이 있는데요. 과거에는 ‘홋카이도’를 ‘혹카이도’라고 표기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장모음은 표기하지 않습니다. 예전에 ‘도오꼬오’ ‘오오사카’ 등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현재는 장모음은 하나의 단어로 표기한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 틀리는 것이기도 한데, 일본어를 우리말로 표기할 때, 단어 첫머리에 거센소리(ㅋ, ㅌ, ㅊ)을 쓰지 않도록 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규슈-큐슈×, 도요토미 히데요시-토요토미 히데요시×, 도요타-토요타× 등이 있는데요. 이렇게 앞서 언급한 세 가지 규칙만 잘 기억해 두면 일본어를 표기하는데 있어 큰 무리는 없을 겁니다.

 

*그럼 왜 ‘도요타’가 아닌 ‘토요타’로 표기할까?

원래 일본어 한글표기법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 회사인 토요타 역시 ‘도요타’로 표기하는 게 맞을 텐데요. 하지만 해당 단어가 회사명이나 브랜드명으로 쓰이는 고유명사일 경우 예외를 적용할 수 있답니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역시 원래 표기법은 ‘소나타’가 맞지만, ‘소나 타는 차’라는 조롱이 일자, 현대자동차 측에서 ‘쏘나타’로 변경해 브랜드명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헷갈린다면, 신문에서 표기하는 방식을 따라할 것

사실 국어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외래어 표기법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외래어 표기법은 국어 중에서도 가장 공부하기 힘든 음운학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전공자들도 버거워하는데요. 그럼 좀더 쉽게 공부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신문을 읽는 것입니다. 신문 기사는 현재의 국어 맞춤법, 외래어 표기법에 맞게 몇 번이고 교열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살아있는 국어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데요. 꾸준히 신문 기사를 읽다보면 자주 나오는 외래어는 자연스럽게 외우게 되고, 따로 공부하지 않더라도 올바른 표현을 사용하는 능력이 갖춰지게 된답니다.

거리를 걸어 다닐 때 외래어로 쓰여진 간판을 한번 유심히 살펴보세요. 신문을 자주 읽다 보면 틀리게 적힌 외래어를 금방 구분해낼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외래어는 조금 틀리게 적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런 만큼 올바른 외래어 표기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더욱 대접받을 수 있겠죠^^?

글로벌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외국어가 아닌 우리말 구사능력이란 사실, 잊지 마세요.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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