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7. 26. 13:00ㆍ특집
지난해 광장에서 타오른 촛불 민심은 잘못된 대통령을 바꾸고 정권을 교체하는 데 성공했다. 그 과정에서 소셜미디어는 국민의 생각을 하나로 모으고 행동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미디어 생태계의 선순환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기초이며,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은 민주시민의 바로미터가 된다. 민주시민 양성을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
김경희(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많이 사용하지만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얼마 전 유시민 작가가 한 TV 프로그램에서 민주주의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 형식의 프로그램이지만 참여한 방송인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질문하면서 진행된 특별한 수업이었다. 유시민 작가는 ‘다수의 국민이 마음을 먹을 때 국민이 합법적으로 권력을 교체할 수 있으면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잘못된 선택이 이루어지지만, 다수의 국민이 잘못을 인식하고 합법적으로 정권을 바꿀 수 있다면 민주주의라고 덧붙였다.
미디어 생태계 선순환으로 이룬 민주주의
다수의 국민이 어떻게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오래된 장수 프로그램 <전원일기>에 나온 동네처럼 주민들이 함께 농사짓고 마을회관에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낸다면 가능하지만, 이렇게 뿔뿔이 흩어져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같은 마음으로 행동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게 한국에서 현실이 되었다. 시민들은 대통령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몇 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 시민들은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고 결국 새로운 대통령을 뽑아 정권을 교체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라는 것을 증명하는 사건인 동시에 흩어져 살아가는 사람들이 ‘같은’ 마음을 먹고 ‘함께’ 행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런 결과를 만들어낸 데에는 미디어 생태계가 한몫했다. 권력을 집요하게 감시하고 비리를 밝혀낸 기자들과 용감한 보도, 그 뉴스들을 보고 열심히 공유한 시민들,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여론을 전달해준 수많은 미디어들. 미디어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한국 사회를 바로잡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와 소녀상 건립을 위해 마리몬드가 진행한 #handxhand 캠페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참여를 이끌어낸 사례다.
이렇게 미디어를 잘 이용한다면 우리가 당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위안부 할머니와 소녀상 건립을 위한 기부금 모금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냈다. 마리몬드에서 실시한 ‘휴먼브랜드 꽃 할머니 프로젝트’에서는 평화의 소녀상 배지와 팔찌, 열쇠고리 등을 팔아 수익금을 소녀상 건립에 사용했고, #handxhand 캠페인(당신이 ‘위안부’ 할머니와 손잡을 때 생기는 일들)을 통해 기부금을 521,525,259원(2017.3.20. 기준)이나 모았다.
소셜미디어의 등장은 알지 못하는 사람들끼리 의견을 공유하고 모아서 하나의 집단을 만들어 사회를 바꿔나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미국의 셔키 교수는 그의 저서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Here Comes Everybody: The Power of Organizing Without Organizations)』에서 10년 전에는 일어날 가능성이 없었던 일들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집단행동의 출현과 그 역동성에 주목했다.
어떤 이슈가 발생하면 그 이슈에 의견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행동하는 새로운 군중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이런 새로운 군중의 탄생은 사람과 사람을 손쉽게 연결해주는 소셜미디어가 있어 가능해졌다.
미디어가 올바로 작동하지 못할 경우
그러면 소셜미디어가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렇게 선순환적인 미디어 생태계의 작동과 바람직한 집단행동만이 있는 것일까? 불행하게도 우리는 탄핵을 위한 촛불 집회에서부터 대통령 선거까지의 국가적 위기 국면에서 민주시민과는 동떨어진 잘못된 사람의 모습도 접했다. 온갖 미디어를 떠돌아다니는 가짜 뉴스를 퍼 나르는 사람들, 가짜 뉴스에 이성을 잃는 사람들을 수없이 목격했다. 여기에도 미디어 생태계가 한몫했다. 누구나 쉽게 뉴스와 미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을 기반으로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가짜 뉴스를 만들어냈다. 게다가 그런 가짜 뉴스가 사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하기도 전에 지인들에게 공유해버리는 무책임한 사람들이 있었고, 가짜 뉴스에 현혹되어 진실을 왜곡해서 수용해버린 사람들도 존재했다.
우리가 겪은 이런 경험들은 우리가 왜 미디어 리터러시를 향상시켜야 하는지를 환기해주었다. 또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우는 일이 민주시민이 되는 것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도 알려주었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가진 민주시민이 없다면 ‘국민들이 마음을 모아 합법적으로 권력을 바꾸는’ 민주주의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해서 사회적으로 소통하는 능력이다. 기본적으로는 미디어를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미디어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것마저 쉬운 일은 아니다. 미디어를 잘 다룰 수 있다면,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가짜 뉴스를 퍼 나르면 안된다. 그러려면 미디어에서 본 내용이 신뢰할 만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또 나에게 유익한 내용인지 안 좋은 내용인지도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판단은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를 통해 가능하다.
비판적 사고는 증거에 근거해서 생각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비판적 사고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조건이다. 뉴스를 보고 이 뉴스가 가짜 뉴스인지 신뢰할 만한 뉴스인지를 판단하려면 증거를 찾아야 하고 그 증거에 근거해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가진 사람은 자신이 접한 뉴스가 어느 언론사의 뉴스인지, 누가 작성했는지, 뉴스에 나온 발언을 한 사람은 신뢰할 만한 사람인지, 뉴스에서 제시한 출처는 믿을 만한 것인지 등 그 뉴스가 사실인지 거짓인지의 증거를 찾는다. 이런 증거에 근거해서 뉴스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이 뉴스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또는 불필요한 정보인지를 판단하게 해주고, 나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인들과 공유해도 좋을 콘텐츠인지, 아니면 공유해서는 안 되는 콘텐츠인지를 구분할 수 있게 해준다. 이처럼 비판적 사고를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운 사람은 민주적 시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국가가 나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은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첫걸음이며, 민주시민 양성이 민주주의 국가를 유지해나가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 민주주의의 기반
한편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많은 이 시대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사회적 소통 능력이다. 사회적 소통 능력은 공감 능력과 표현 능력, 토론 능력이다. 공감 능력은 다른 사람의 상황과 기분을 느끼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슬픈 영화에 나오는 애절한 주인공의 스토리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다른 사람이 쓴 글이나 동영상과 같은 표현물을 보고 그 사람의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다. 이러한 공감 능력은 소통을 위해 갖추어야 할 기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표현 능력은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글로 기술하거나 이모티콘, 영상, 사진 등으로 나타낼 줄 아는 능력이다. 거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근거 없는 비난을 하지 않는 태도를 포함한다.
혐오 표현이나 근거 없는 비난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글이나 영상 등을 만드는 사람들은 표현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토론 능력은 다른 사람의 글이나 영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후 그에 대해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며 동의한다거나 동의하지 못하는 점을 기술하는 능력이다. 인터넷에서 제대로 된 토론방이 열리지 않는 것은 사람들이 자기 의견만을 제시할 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이해하고 그에 대해 논의하는 반응적 댓글을 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토론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적기 때문에 토론은 없고 의견만 하염없이 나열된 토론방이 넘쳐나는 것이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고만 이야기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쇠귀에 경 읽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읽은 후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달면서 서로가 수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나가는 것이 토론이다. 토론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아져야 우리가 당면한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대안을 찾아 나갈 수 있다.
이처럼 소셜미디어 시대에 갖춰야 할 미디어 리터러시는 민주시민이 갖춰야 할 능력과 같다. 따라서 이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민주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 교육인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는 미디어를 통한 참여와 공유가 핵심이다. 그리고 참여는 올바른 미디어 콘텐츠를 수용하고 사회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민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전 국민의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을 위해 사회적인 노력과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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