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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현황과 해결 과제

‘디지털 리터러시’를 일컬어 EU는 ‘21세기 성장동력’으로, 미국은 ‘21세기 기술’이라고 부른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갖추어야 할 필수 역량임은 틀림없다. 학교 현장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현황을 진단하고 개선할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본다.

 


옥현진(이화여대 초등교육과 교수)


이 글은 학교 현장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현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논의하는 데 초점을 둔다. 이를 위해선 먼저 이 글에서 말하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무엇인지에 대한 언급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학문 분야와 개별 학자에 따라 디지털 리터러시의 개념이 사뭇 다르기 때문에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인식이나 전망 또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말하려는 디지털 리터러시는 광의의 개념으로 디지털 미디어가 매개하는 의사소통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제반 역량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유관 개념으로 그동안 논의되어 온 인터넷 리터러시, 컴퓨터 리터러시, ICT 리터러시, 정보 리터러시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간 능력

이처럼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사회에서 핵심적인 인간 능력이며 그 이전인 인쇄 기반 사회에서의 리터러시, 즉 글자를 깨치고 글을 읽고 쓰는 데 중점을 두었던 능력과 뚜렷이 구별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을 학교 교육의 역사적 관점에서 달리 표현하자면, 디지털 리터러시는 21세기 교육을 20세기 교육과 구분 지어주는 경계선으로 설명될 수도 있다. 19세기 말부터 인쇄 매체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리터러시를 습득하지 못한 많은 시민의 사회 활동은 제약될 수밖에 없었고 학교는 20세기 내내 그러한 시민들의 리터러시 문제 해결, 즉 글자 깨치기를 돕고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길러주는 데 주력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다른 각도에서 인쇄 기반 리터러시가 제1, 2차 산업혁명을 이끈 핵심적인 인간 능력이었다면 디지털 기술로 촉발된 제3,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 인간 능력은 디지털 리터러시가 될 것으로 본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시민들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활동 양상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디지털 리터러시는 이러한 활동에도 필수적인 요소이다. 한 개인이나 집단의 디지털 리터러시 관련 활동이 그 개인과 사회 전반에 유익한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수평적·쌍방향적 소통 능력, 자발적 참여 의식, 비판적 사고, 협업 능력,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 상호이해와 존중의 태도 등이 핵심적이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이러한 능력들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학교에서 다루는 교육의 내용은 세 차원, 즉 인지적 차원, 사회정서적 차원, 신체행동적 차원으로 구분되며 리터러시 교육은 신체행동적 차원을 제외한 나머지 두 가지 차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인지적 차원은 다시 지식기능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사회정서적 차원은 태도라는 이름으로 다루어진다. 이러한 내용 구분 방식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내용을 조직하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메인의 유형(go.kr이나 .com )에 따라 그 인터넷 사이트가 제공하는 콘텐츠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이나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의 구동 방식을 아는 것은 지식 요소에 해당한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걸림돌

이렇듯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 내용이 뚜렷하고 그 중요성도 인정되지만, 아직 이러한 교육 내용이 학교 현장에 체계적·안정적으로 뿌리내리지는 못한 상태이다. 학교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운영되는 기관이고, 지난 수십 년간의 논의를 통해 그 내용이 지속적으로 선별·조직되어 여러 교과속에 꽉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교육의 요소가 투입되려면 기존의 요소를 더 효율적으로 재조직하거나 일부 요소를 덜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여기에는 수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관여하므로 그 조정 과정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

 

디지털 리터러시의 교육 내용을 학교 교육에 안착시키기 어려운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존재하는데, 우선 첫 번째로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 속도를 언급할 수 있다. 일례로 1990년대에는 정보 검색 대회나 홈페이지 제작 대회가 학교 교육에서 자주 다루어졌지만, 검색엔진과 웹 제작 도구가 급속도로 발달한 지금에 와서는 그러한 교육 내용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상대적으로 인쇄 매체의 발전 속도는 더디고 안정적이어서 이에 관한 리터러시의 교육 내용 또한 오랜 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정련됐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 매체 및 관련 활동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걸림돌 중 하나이다. 우선 디지털 매체 콘텐츠가 책이나 신문에 비해 전문성이나 정확성이 떨어지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는 인식이 그러하다. 물론 그런 콘텐츠나 활동 양상이 없지 않으나 위키피디아처럼 양적·질적으로 인정받고 접근이 용이한 콘텐츠도 얼마든지 있다. 오히려 검증되지 않거나 소모적인 콘텐츠에 휘둘리지 않게 비판적 인식을 고양하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또 다른 부정적 인식의 하나는 과몰입 문제이다. 가뜩이나 과몰입 문제로 고민인데 학생들이 관련 교육을 통해 디지털 매체에 노출되는 시기가 더 빨라지면서 과몰입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하지만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등학교 이전부터 디지털 매체를 상당 수준으로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과몰입 문제 역시 방어적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성찰과 조절 능력을 길러주는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디지털 리터러시의 교육 방법 또한 인쇄 매체 리터러시 교육의 경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기에도 여러 걸림돌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인쇄 매체 시대의 리터러시 교육은 대체로 학교 중심적이었고 하향식이었다. , 교사로 대표되는 앞 세대가 생애 전반에 걸쳐 익혀 온 리터러시를 학교 울타리 안에서 후세대인 학생들에게 전수하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서는 그러한 흐름이 역전되는 현상을 수시로 목격하게 된다. 디지털 매체의 변화 속도가 빨라 교사와 학생이 그 변화를 동시에 경험하면서 적응 속도가 더 빠른 학생들로부터 오히려 교사들이 기술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학교 울타리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교 밖의 여러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20세기 리터러시 교육 모델이 작동하기 어려운 원인 중 하나이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관련해서는 교사뿐만 아니라 또래 집단이나 네티즌의 역할도 상당하다. 이런 현상은 비단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만 국한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 교육 전반에 걸쳐 학교와 교사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정립되어야 할 시기가 됐다고 하겠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한 또 다른 조건으로 디지털 미디어 환경과 디지털 형태의 교수·학습 자료를 들 수 있는데, 이 부분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우선 학생들이 학교에서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자원이 제한적이다. 사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가 부족하고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렸다고는 하지만 접근 가능한 사이트도 제한적이다. 한동안 디지털 교과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지만, 그 결과물이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더욱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디지털 교과서는 그 개념조차 아직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상태이다. 앞서 디지털 리터러시를 디지털 미디어가 매개하는 의사소통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제반 역량이라고 정의한 데에 비추어 본다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위한 교과서란 곧 디지털 리터러시 활동이 존재하는 디지털 공간 전반으로 확장되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언급한 대로 문명사적 관점에서 볼 때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하며, OECD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 그리고 국제 교육 평가 기관에서도 이미 21세기 핵심 역량의 하나로 언급한 바 있다. 반가운 것은 국내 교육학계에서도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과 교육적 필요에 대해 점점 긍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글을 통해 열거한 여러 문제가 공론화되고 적절한 해결 방법으로 귀결되어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활성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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