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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디지털 단일 시장 전략 속 다양한 디지털 교육 프로젝트 시행

2018년부터 초·중·고교에 코딩 교육이 순차적으로 의무화될 예정이다. 모든 교육이 대입을 향해 가는 현실에서 디지털 세상의 언어인 코딩 교육마저 주입식 교육이 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우리보다 먼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추진 중인 유럽은 어떨까?



최원석(핀란드 라플란드대학 미디어교육 석사 과정)


이 글에서는 유럽연합(EU)과 핀란드의 일부 사례를 통해 유럽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현황을 소개하려 한다. 미리 밝히는 건, 같은 국가에서도 지역이나 기관마다 다양한 형태의 정책과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소개하는 사례들이 특정 국가를 대표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현황이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이 시대에 ‘디지털 리터러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고민해보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유럽의 디지털 리터러시 공모전

“디지털 단일 시장을 만들겠다.” 2015년 5월, EU는 28개 회원국 사이의 디지털 장벽을 허물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른바 디지털 단일 시장(DSM, Digital Single Market) 전략이다. 디지털 분야에서 주도권을 쥔 미국, 생산력과 기술력을 동시에 갖춘 중국에 맞서기 위해 각종 규제를 없애고 혁신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배경 속에 EU는 ‘디지털 교육’을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선정해 각종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EU 인구 47%가 아직 디지털 활용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분석과 또 이런 이유로 2020년에 82만여 개 일자리가 마땅한 노동인구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연구도 있었다.[각주:1] 니트족(NEET, 직업 교육이나 학교에 소속되지 않은 청년 무직자)이 2016년 기준 1,70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위기감에 일조했다. EU가 디지털 리터러시를 ‘성장동력’으로 바라보는 근간에는 이 같은 경제적 배경이 있다.


그렇다면 EU 차원의 디지털 리터러시는 어떤 내용을 다룰까? 지난해 회원국 전체를 대상으로 공모한 프로젝트 258개 가운데 수상작[각주:2]으로 선정된 활동을 통해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슈퍼코더 

‘모두를 위한 디지털 기술’ 부문 수상작 #슈퍼코더(#SuperCoders)는 9~13세 어린이들에게 코딩을 ‘맛보게 하는’ 워크숍 프로젝트다. 자원봉사자들이 어린이들과 기초적인 코딩을 해보며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HTML이나 자바스크립트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직접 가르치지 않고, MIT 미디어랩에서 제공하는 무료 코딩 교재인 스크래치[각주:3]를 활용한다. 2014년부터 2016년 말까지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 17개 국가에서 어린이 6,000여 명이 워크숍에 참여했다. 유럽 통신 사업자 오렌지(Orange Group)가 자원봉사자를 교육하고 지원했다.


유럽의 성장 엔진

‘노동자를 위한 디지털 기술’ 부문의 유럽의 성장 엔진(Growth Engine for Europe) 프로젝트는 전방위적인 직업군 및 중소 사업가들의 능력 계발을 목표로 잡았다. 28개 EU 회원국에서 각각 다양한 디지털 기술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온라인 기반 워크숍을 통해 디지털 마케팅, 홈페이지 구축, 소비자 분석 등의 기술을 소규모 사업자나 창작자들이 배울 수 있도록 했다.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구글 교실이나 크롬북 활용법도 프로그램에 포함했다. 유럽에서만 2,000만 명이 참여했다.


프롬프트

‘정보통신 고급 인력 양성’ 부문 수상작인 프롬프트(PROMPT)는 다수의 학교 및 기관, 주요 기업들이 협력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각 주체가 협력해 고급 수준의 온라인 강의를 개발하고,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학업 또는 직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원격수업, 인터넷 강의, 세미나 등을 학교와 회사에서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프롬프트는 특히 각 산업 현장에 고급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제공하는 데 목표를 뒀다.


EU 공모전에서 수상한 #슈퍼코더의 루마니아 코딩 워크숍 장면. #슈퍼코더는 자원봉사자들이 MIT 미디어랩에서 개발한 스크래치 프로그램을 이용해 어린이들에게 코딩을 가르친다.


교육 강국 핀란드: 이제는 디지털 교육!

핀란드의 경우 EU 차원의 ‘디지털’ 전략을 큰 틀에서 따르면서도, 특히 교육적인 차원에서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에 주목하는 추세다. 다양한 이론적 연구를 바탕으로 수업 및 방과후 활동에 이를 적용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핀란드 교육문화부가 지난 2016년에 전면적으로 개편한 교육과정은 멀티 리터러시를 중요한 개념으로 포함했다.[각주:4] 이러한 이론적,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학교, 공공기관, NGO, 또 가정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각 활동 주체가 긴밀히 교류하면서 각자의 사업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국가적 차원의 미디어교육 목표를 실천한다.


핀란드 각 기관에서 만든 미디어 리터러시 포스터. 교육 강국 핀란드는 국가적 차원의 시민 의식 함양을 목표로 각 교육 주체들의 협력하에 미디어교육에 힘쓴다.


핀란드의 디지털 리터러시는 미디어교육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시민 의식 함양에 큰 가치를 둔다. 헬싱키대학 크리스티이나 쿰푸라이넨 교수는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경쟁력과 책임감을 갖춘 디지털 시민 정체성을 발달시키는 활동”[각주:5]이라고 표현했다. 단순히 기술적인 능력을 갖추는 교육뿐 아니라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의 자질과 가치관을 기르는 일까지 중요하게 여기는 인식이다. 아래 두 가지 사례를 간략히 소개한다.


먼저 디지털 환경을 기반으로 청소년 활동을 개발하고 논의하는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 소메캠프(SomeCamp)가 있다. 소셜 미디어 캠프를 줄인 이름으로, 한국의 ‘청소년 지도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교사 및 활동가들이 모여 다양한 디지털 기술과 게임, 미디어 등에 대해서 배운다. 핀란드 교육문화부 산하 ‘디지털 청소년 활동 개발기관’인 베르케(Verke)가 주관하며, 유튜브, e스포츠, 페이스북, VR 등을 다룬다.


핀란드 통계에 따르면 7~8세 어린이 97%가 디지털 게임을 한다. ‘핀란드 게임 주간(Kansallinen Peliviikko)’은 게임이 청소년 및 아동의 학습 활동과 연결된다는 연구들을 바탕으로, 게임에 대한 성인의 시각을 바꾸기 위해 시작됐다. 핀란드 교육문화부는 문화정책 가이드라인을 통해 아동 및 청소년의 게임은 부모가 주목해야 할 활동이라고 안내한다. 이를테면 게임이 청소년의 성 역할 인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주간은 매년 11월이며 핀란드어로 진행하지만, 온라인으로도 세미나를 공개한다.


‘핀란드 게임 주간’ 포스터와 그림. 매년 11월에 열리는 연례행사로 게임의 학습적 효과에 주목한 핀란드 정부가 아동 게임에 대한 성인의 시각을 바꾸기 위해 기획됐다.


디지털 리터러시의 아이돌 ‘코딩 교육’

디지털 리터러시 논의에서 최근 빠지지 않는 내용이 ‘코딩’이다. 미디어교육에 포함되는 다양한 주제 가운데 가장 뜨겁다고 할 수 있겠다. 이미 국내 언론이 여러 차례 다뤘다시피, 영국과 에스토니아는 코딩 교육을 초등교육 과정에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에스토니아와 같은 성공적인 사례를 모델로 삼아 코딩 교육을 시행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2016년 헝가리 ICT협회는 ‘엘리자베스 캠프’의 일환으로 8~12세 어린이 75명을 초청해 일주일 동안 코딩 캠프를 열었다. 엘리자베스 캠프는 저소득층 가정 어린이들을 초청하는 여름방학 프로그램인데 응급처치법, 호신술, 수공예품 제작, 펜싱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포함한다. 헝가리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에 1인당 참가비는 3.5유로로 매우 저렴하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여성의 지위는 북미나 유럽 국가에 비해 낮다. 인텔은 ‘그녀가 아프리카를 연결할 거야(She Will Connect Africa)’[각주:6]란 이름의 코딩 교육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 여성들이 자존감을 키우고 경제적으로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원했다. 나이지리아,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에서 2013년부터 15만 명 넘는 여성들이 코딩 교육을 받았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미국 교육계에서 쓰는 표현처럼 ‘21세기 기술’[각주:7]의 하나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선정적이거나 불법적인 정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면서도 기존에 책으로 얻던 정보들을 올바로 검색할 수 있는 능력, 나아가 이런 이해를 토대로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시민의 기술이다. 정치, 경제, 교육적으로 각 나라의 ‘미디어교육’이 디지털 리터러시에 힘쓰는 이유일 것이다.





  1. 2015년 EU 관련 연구컨설팅그룹 엠피리카(Empirica) 백서, 22쪽 참고 [본문으로]
  2. 유럽연합 디지털 스킬 2016(European Digital Skills Award 2016) [본문으로]
  3. MIT 미디어랩 스크래치(Scratch) [본문으로]
  4. 핀란드에서는 미디어 및 정보 리터러시(MIL, 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라는 용어를 쓴다. 그 내용 가운데 하나로 멀티 리터러시를 포함한다. MIL은 미디어 리터러시와 정보 리터러시, ICT를 통합한 개념으로, 교육을 통해 지식, 기술, 태도 등을 기르는 데 목적을 둔다. 핀란드의 시각은 유네스코(UNESCO)가 추진하는 미디어교육 방향과 일치한다. [본문으로]
  5. '2016 세계 언론 자유의 날' 컨퍼런스 (WORLD PRESS FREEDOM DAY 2016) 강연 [본문으로]
  6. She Will Connect Africa, Intel® [본문으로]
  7. 미국 전문가들이 ‘21세기형’ 교육 정보를 공유하는 비영리기관 P21의 웹사이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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