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ile_menu

독일과 프랑스의 미디어교육 법체계 및 정책기구

  본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편찬한 「해외 미디어교육 법체계 및 정책기구 연구」(강진숙·조재희·정수영‧박성우, 2017) 연구보고서에 근거하여 일부 수정‧정리한 것이다.



강진숙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사회적 능력(soziale Kompetenzen)을 촉진하고, 안전한 사회적 만남을 위해서는 먼저 마음의 문을 열도록 해야 한다.”[각주:1]


이것은 오스트리아 물리학자의 전통을 계승한 루트비히 볼츠만 학회(LBG)와 칼 란트슈타이너 사립 보건과학대학교(KL)[각주:2]가 공동 연구한 D.O.T 연구보고서 중에서 언급된 말이다.


‘마음의 문’을 여는 작업은 사회적 만남에서 오는 고통과 문제, 나아가 폭력의 경험까지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헤아리는 중요한 건강 교육의 출발점이다. 미디어교육도 이와 같다. 일차적 목적은 미디어를 능동적,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미디어 능력을 개발하는 데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마음의 치유와 건강을 꾀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마음의 고통과 트라우마는 뇌의 한 작용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 전체를 뒤흔드는 신체적 고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디어교육은 교수자와 학습자, 혹은 학습자와 학습자 사이에 놓인 마음의 문을 어떻게 열 것인지 그 방안을 도출하는 데 초점을 둘 수 있다.


미디어교육은 마음의 문을 여는 작업과 같다. <사진 출처: merz>


이러한 맥락에서 유럽의 미디어교육, 특히 독일과 프랑스의 미디어교육은 다양한 세대들이 어떻게 미디어를 통해 마음의 문을 열고 현실의 부정적 경험을 변화시킬 것인지, 나아가 어떻게 안전한 미디어 환경과 민주적 시민의 법‧제도적 토대를 확립할 것인지 등의 문제의식에 기초한다. 


독일: 공영방송사, 적극적으로 미디어교육 프로그램 제작

독일 미디어교육의 법체계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청소년미디어보호주간협약(Jugendmedienschutz-Staatsvertrag der Länder, JMStV)」이다. 이 주간협약은 독일 16개 주의 공동체결 아래 2002년 8월 9일 제정되었다. 목적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전자적 정보통신매체로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하는 데 있다(제1조). 그 외에도 금지된 제공물을 명시(제4조)하여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질서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제공물을 규제할 뿐 아니라 성적 표현과 폭력물에 대한 엄격한 규제 조항들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 안전의 중심은 어린이와 청소년 계층이다. 때문에 이들을 독립 개체로 존중하고, 안전한 환경을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TV 방송사에 청소년보호담당관(제7조)을 두어 해당 방송사의 유해물을 규제하고, 시청자나 제작자를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도록 하였다. 예를 들어 인터넷 기업 소속의 방송사일 때, 사업자가 청소년 보호 의무를 적절히 이행하고 있는지를 판별하고 조언 및 조사업무를 수행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의 미디어교육은 공영방송사의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를 통해 그 영역을 넓혀 왔다. 제1공영방송(ARD)과 제2공영방송(ZDF)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미디어 능력 개발을 위한 TV‧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편성하고 있다. 그리고 영상제작이나 비평대회 등 온‧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공론장에서 시청자가 미디어 활용능력을 표출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이러한 측면은 최근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는 우리나라 공영방송에 좋은 모델이 되며,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의 제작‧편성을 견인할 수 있다. 이때 중점이 되어야 하는 사항은 미디어 약자나 미디어 소수자로 표현할 수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 여성, 장애인, 이주민, 그리고 노인계층을 위한 맞춤형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을 제작‧편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미디어교육 전문가와 함께 안정적인 협의기구 및 정책 수립을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최근 공영방송의 변화는 시청자 우민화 정책이 이미 구시대 유물이며, 공영방송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데 방해가 됨을 입증한 역사적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한편, 2016년 10월 연방교육연구부(BMBF)는 주도적으로 주 정부와 함께 디지털 협정(Digital-Pakt)」을 체결하였다. 이 협정은 기본법 제91조 정보기술 조항에 따라 디지털 교육과 디지털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재정적, 정책적 지원을 수행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연방정부는 2021년까지 독일의 4만 개 학교에 컴퓨터, 랜 시설을 구축하는 데 약 6조 2,138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또한, 연방교육연구부와 주 정부의 협력 활동을 통해 디지털 능력 개발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개발하여 학교 디지털 교육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연방교육연구부는 장애인 포함교육지원 프로그램」(2017)을 실시하여 디지털 미디어 활용 직업교육과 재교육, 그리고 평생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유럽 사회기금과 공동으로 재정적 지원 방안을 구축하여 교육 프로그램뿐 아니라 자동 학습기, 팟캐스트, 가상현실 고글 등 디지털 기기와 미디어 장치를 학습자가 사용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였다. 


요컨대, 독일의 미디어교육은 미디어 능력 개발에서 디지털 능력 개발로 점차 목표를 특화하고 있다. 연방정부가 주 정부와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고, 디지털 학습 환경과 웹 미디어 기반의 미디어교육 환경을 구축하는 데 적극적으로 투자할 의지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새로운 디지털 환경과 제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연방정부 차원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독일 미디어교육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교사나 학생에게 모든 교육 활동을 부과하기보다 학부모까지 견인한 다채로운 행사와 교육 활동을 체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라인란트팔츠주 교육부의 학부모 정보의 밤」, 바이에른주 교육부의 디지털 학교 2020」은 학부모들의 스마트폰‧SNS 활용능력 강화와 자녀 미디어교육 방안에 대한 정보교류를 꾀하고 있다. 더불어 주간협약 체결을 통한 연방 교육연구부와 주 미디어 청의 유기적 협조체제 구축, 공영방송의 적극적인 미디어교육 프로그램 편성 등에서 독일 미디어교육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 전문교육기관 통해 집중적인 미디어교육 실행

프랑스는 2013년에 제정된 공화국의 학교 재정립을 위한 방향 제시와 교육과정 법」에 근거해 미디어교육의 제반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이 법의 목표는 컴퓨터 숙달, 미디어교육, 그리고 기술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하는 데 있다. 특히 현대 정보통신 사회에서 시민성을 발현하는 데 필요한 지식‧기술‧문화를 발전시키고 주도권을 갖도록(제10조 제1장 1절 4항) 하며, 정보와 디지털 미디어의 이해 및 아동의 권리와 남녀평등의 가치 존중에 관한 규정(제3장 5절 45항)을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법체계는 국립미디어센터 <끌레미(CLEMI)>의 사업을 통해 집중적으로 적용되며, 실제 미디어교육 집행의 근거로 작용한다. 


 

끌레미 상징(좌)과 활동 모습(우) <사진 출처: 끌레미 홈페이지>


교육부 산하 전문교육기관인 끌레미는 교사들을 위한 미디어교육 교재 제작, 교육 지원, 행사 기획, 수준별 미디어교육 로드맵의 실현, 그리고 ‘학교-언론사-시민단체’ 사이의 교량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주요 활동 사업인 학교에서의 언론과 미디어 주간」은 1989년부터 2017년까지 총 28회 진행되었으며, 다양한 언론 관련 테마를 기획하여 교사들의 미디어 활용능력을 강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진민정, 2017. 6. 30). 2017년 3월 20일부터 25일까지 ‘정보는 어디에서 오는가?’를 주제로 디지털 시대의 가짜 뉴스, 조작, 음모론에 대응할 정보와 정보원의 신뢰성 검토의 장을 마련하여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러한 프랑스 미디어교육은 끌레미를 중심으로 집중성 및 효율성에 기초하여 미디어교육과 미디어 리터러시 개발을 위한 기획‧정책을 실행한다는 시사점을 준다. 때문에 우리나라 미디어교육 교사와 전문가는 디지털 미디어의 변화 환경에 맞는 교육법 개발 및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것, 대학의 교사 연수기관과 교육내용 기준이 정립돼야 한다는 것, 그리고 미디어교육 과제가 끌레미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교사의 교육 의지와 자율성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것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독일과 프랑스의 미디어교육 법체계와 정책 활동은 서로 다르고, 각자 특수성을 지닌다. 하지만 법 제도와 다양한 정책의 시행을 통해 조기 미디어교육의 중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디어교육의 목표는 미디어 제작이나 코딩 학습 등 도구적 숙련성의 습득을 넘어선다. 부정적이고 폭력적 환경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세계 시민으로서 연대 의식을 학습하고, 나아가 주체적인 사회 참여를 위해 어린이·청소년 미디어교육과 시민성의 획득을 법 조항으로 함께 명시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양국 모두 ‘교사-학생-학부모’ 삼각 협력체를 통해 미디어교육을 학교 담장 밖으로 계속 관류하게 한다는 점이다. 




  1. http://www.merz-zeitschrift.de/index.php?NEWS_ID=11646 [본문으로]
  2. 1901년 A‧B‧O 항원을 발견해 안전하게 수혈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했으며, 193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칼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를 기리기 위해 설립된 학교 [본문으로]
Trackback 0 Comment 0
댓글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