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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디어교육 전문가 데이비드 버킹엄 교수 #1

데이비드 버킹엄(David Buckingham) 교수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전자매체와 맺는 관계 및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전문가다. 현재는 영국 러버러(Loughborough) 대학교의 명예 교수이자 서섹스(Sussex) 대학교의 객원 교수, 노르웨이의 어린이 연구센터 객원 교수로 강의와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정현선(경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최근 우리나라는 학생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강화를 위해 미디어교육을 교육과정에 적용할 구체적인 방안 탐색에 나서고 있다. 이에 미디어교육에 있어 저명한 학자인 데이비드 버킹엄(David Buckingham) 교수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와 조언을 들어보았다.


Q. 매스미디어(신문, 텔레비전) 시대에 미디어교육 연구를 시작했는데, 그 당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가? 

A. 학부 전공으로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당시 케임브리지대학교는 매우 엘리트적이고 전통적인 교육을 하는 곳이었는데, 학부에 미디어에 관한 수업은 없었다. 계급적으로 보면 나는 하위 계급 출신으로, 우리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어렸을 때 텔레비전을 즐겨 봤고, 10대 때는 영화 보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문학도 좋아해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문학 작품을 좋아하는 것과 그것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것 사이에는 격차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학부 졸업 후 1975년에 중등학교의 영어 교사가 되기 위해 훈련을 받았다.[각주:1] 그 무렵 문화 연구(cultural studies)를 접했고, 다양한 책과 연구물을 읽게 되었다. 그 당시 내가 영향을 받은 책 중에는 스튜어트 홀(Stuart Hall)의 <대중 예술(Popular Arts)>이 있었다.[각주:2] 이 책은 ‘학교에서 대중문화와 미디어에 관한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책을 읽으며 내가 교사가 되면 반드시 대중문화와 미디어에 대해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Q. 당시의 문제의식과 지금의 문제의식이 많이 다를 것 같다. 어떤 점이 가장 많이 달라졌는가?

A. 당시 영국의 중등학교에는 영어와 별개로 미디어 연구가 졸업 시험의 독립 과목으로 존재했다. 청소년 문화센터에서 이루어지는 비형식 교육에서도 비디오 제작이나 사진 촬영 등의 교육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비디오 제작은 기술적으로 너무 어려워서, 학생들이 영상 편집까지 하기는 어려웠다. 때문에, 미디어교육에서 창의적인 미디어 제작은 어려웠고, 대체로 비판적 분석 활동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나는 런던 시내의 노동계급 청소년들이 다니는 중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영화와 텔레비전 연구 석사 프로그램의 파트타임 과정에 등록해 공부를 시작했는데, 특히 텔레비전 연구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 텔레비전 연구는 고등교육의 학문적 연구 대상으로 막 관심이 시작된 단계였다. 이후 나는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교사 훈련을 담당하는 교수가 되었다. 영국의 중등교육에서 영어 과목과 미디어 연구 과목은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그러나 ‘미디어 연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었다. 


당시 미디어교육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론서는 렌 마스터만(Len Masterman)[각주:3]의 <텔레비전 가르치기(Teaching about Television)>(1980)와 <미디어 가르치기(Teaching about Media)>(1985)였다. 나에게도 이 책들은 유용했다. 그러나 렌 마스터만이 제시한 교육 모델은 실제 교실에 적용하기 어려웠고, 그가 제시한 청소년과 미디어의 관계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내가 생각하기에 렌 마스터만의 주장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매우 다른 방식으로 텔레비전과 관계 맺고 있었다. 어린이들은 텔레비전을 학문적인 방식으로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둘째, 교육과 학습의 측면에서, 렌 마스터만의 주장처럼 비판적인 분석 도구를 교실에 가져가서 학생들을 계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학생들은 비판적으로 미디어를 분석하는 일종의 ‘언어 게임’에 참여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미디어교육에 대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나는 두 가지 연구를 했다. 첫째는 ‘어린이는 미디어를 어떻게 배우는가?’에 대한 것이었고, 둘째는 ‘미디어를 배우기 전에 어린이는 무엇을 이미 알고 있고, 미디어에 어떻게 관여하는가(engage with the media)?’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 미디어는 텔레비전을 뜻했다. 나는 이 두 가지 문제를 가지고 박사과정의 연구를 시작했고, 박사 논문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어린이들, 텔레비전에 대해 말하다(Children Talking Television)>라는 책을 집필했다.


데이비드 버킹엄 교수는 렌 마스터만의 이론서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토대로 두 가지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어린이들, 텔레비전에 대해 말하다(Children Talking Television)>를 집필하였다. 


나는 초점집단인터뷰를 통해 어린이들이 텔레비전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한 후, 문제를 해결해보거나 어떠한 활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연구방법을 사용했다. 이는 기존의 연구와 매우 다른 방법이었다. 버밍엄 학파를 중심으로 한 문화 연구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고, 데이비드 몰리(David Molly)가 연구했던 <‘네이션와이드’의 수용자(The Nationwide Audience)>(1980)라는 책의 연구 방법을 적용한 것이었다. 1970년대 미디어 연구는 텔레비전과 영화를 의미가 담긴 하나의 ‘텍스트’로 보고 세밀하게 분석했다. 그것은 좋은 접근이지만, ‘수용자가 미디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라는 매우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었다. 데이비드 몰리는 처음으로 문화 연구에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다양한 사회 집단에 보여주고 수용자의 반응을 탐구했으며, 내가 처음 쓴 책인 <Public Secrets: Eastenders and Its Audience>(1987)에서는 텔레비전 드라마인 ‘이스트엔더스[각주:4]’에 대한 텍스트 분석과 함께 그 제작 과정을 탐구했다. 그리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초점집단인터뷰를 수행했는데, 이러한 연구는 주류 미디어 연구와 매우 다른 접근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이루어지던 텔레비전 연구의 주된 패러다임은 텔레비전이 시청자에게 미치는 ‘효과(effect)’를 중시하는 것이었다. ‘원인과 결과’라는 단순한 이론적 모델에 따라 텔레비전은 어린이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원인으로 그려졌다. 텔레비전의 성적 표현이 미성숙한 어린이에게 끼치는 영향, 음식물 광고가 어린이 비만에 끼치는 영향 등에 대한 논의가 그 대표적 예시다. 이러한 연구는 미디어에 단순한 의미가 있다고 보고, ‘폭력적인 미디어가 폭력적인 사람을 만들어 낸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러한 논의의 기저에 있는 생각을 뒤집어 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그중에서도 특히 어린이들이 무엇을 폭력이라고 보는지, 그들이 미디어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어린이들이 미디어를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바탕을 둔 ‘어린이 중심 관점’이 미디어 교육에 더 좋은 기반이 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보호주의적 관점’의 미디어교육은 어린이들에게 미디어에서 나쁜 메시지를 찾고, 그것을 뒤엎으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어린이들이 이미 미디어에 관해 알고 있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그들의 미디어 이해력을 확장해 갈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좋은 미디어교육이라고 보았다.


나의 이런 관점은 미디어의 영향에 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고, 실제 데이터에 근거한 일련의 경험적 연구로 이어졌다. 어린이들은 미디어에 나타나는 성, 폭력성, 상업주의 등과 같은 ‘나쁜 영향’을 피할 수 없다. 이 문제를 각각 다루기 위해 1990년대 중반에는 ‘미디어의 폭력성을 어린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대해 다룬 <영상 이미지(Moving Images)>를 집필했고, 2004년에는 미디어에 나타난 성을 청소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논의한 <청소년, 성, 그리고 미디어(Young people, sex and the media)>를, 최근에는 미디어의 상업성을 어린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다룬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소비자로 키워지는가(The Material Child)>를 저술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이 단순히 미디어의 희생양이 아니라는 점, 이 문제를 그들의 관점에서 훨씬 더 복잡한 현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데이비드 버킹엄 교수가 집필한 <청소년, 성, 그리고 미디어(Young people, sex and the media)>, 2004 (좌), 

<우리 아이들은 어떻게 소비자로 키워지는가(The Material Child)>, 2013 (우)


나는 텔레비전에서 시작해 책과 잡지, 컴퓨터 게임, 교육용 소프트웨어,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시민 참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디어를 연구했다. 최근 미디어 연구는 새롭게 등장하는 미디어, 이를테면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을 다루는데, 연구 대상인 미디어는 달라졌지만 똑같은 문제를 새로운 미디어에서도 제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존의 미디어 연구 역사로부터 배우는 점이 있어야 한다.


또한,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한다고 해도 올드 미디어는 늘 우리 곁에 있다. 어린이는 여전히 텔레비전을 보고, 책을 읽는다. 어린이가 보면, 올드 미디어가 새로운 미디어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디어가 추가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이 영화를, 인터넷이 텔레비전을 대체한 것이 아니다. 그저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이유가 달라졌고, 영화는 텔레비전보다 더 스펙터클해졌다. 인터넷도 텔레비전을 대체한 것은 아니다. 유튜브로 텔레비전을 보는 것과 같이 텔레비전을 사용하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올드 미디어는 여전히 우리 삶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올드 미디어를 사용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계속해서 새롭게 등장하는 미디어를 따라가는 방식으로만 연구한다면 미디어의 역사로부터 배우는 것이 없게 된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해도 미디어 이용에 대해서는 똑같은 걱정이 생긴다. 지금 우리는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며, 소셜 미디어의 유해 효과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는 성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 많고, 소아성애병자와 테러리스트의 활동 등 유해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드 미디어 초창기 역사를 보면 미디어가 어린이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 똑같이 존재했다.


Q. 미디어교육은 그 개념이 매우 광범위하며, 미디어교육을 통한 비판적 이해와 창의적 생산, 책임 있는 활용 등 여러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현대사회의 미디어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미디어교육에서 비판적 요소와 창의적 요소는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 이 두 가지는 역동적인 관계에 놓여있다. 비판적 요소만 강조하는 것은 아이들을 냉소적으로 만들고, 마찬가지로 창의적 미디어 제작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창의적 미디어 제작만 강조하면 어린이와 청소년은 미디어에 표면적으로 관여하게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미디어교육에서는 이 두 가지를 결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창의적 제작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가능한지 테스트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디어의 이미지 분석은 매우 표준화된 교육 내용 중 하나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비판적 분석에서 시작해서 창의적 제작을 한 후 다시 비판적 분석을 하는 것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미디어에 나타난 성 고정관념에 대해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공부를 한 후, 이를 주제로 미디어를 창작한다. 비판적 분석에서 시작해 창의적으로 미디어를 제작하되, 고정관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학생들에게 조건을 제시한다. 그런데 미디어를 제작하다 보면 어린이들은 고정관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우리는 고정관념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이런 과정을 성찰하면서 비판적 분석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


두 번째는 창의적 제작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사진과 비디오를 활용해 스토리텔링을 하게 한 후, 어린이들이 만든 이야기가 어떤 의미와 효과가 있는지 되돌아보도록 한다. 그리고 이야기가 포함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고 빠뜨린 것은 무엇인지, 이야기가 수용자와 어떻게 의사소통하는지 등의 질문을 자신이 만든 이야기에 묻게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창의적인 제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이면서 창의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중등학교에서 미디어를 가르치는 교사로 일하고 있었을 때 미디어교육 이론가인 렌 마스터만은 비판적 분석만을 강조하였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미디어 제작을 하게 하면 주류 미디어의 이미지를 모방할 뿐 미디어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의 경험에서 볼 때, 미디어교육의 의미 있는 장면은 어린이들이 카메라를 가지고 영상물이나 잡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교사가 모든 것을 통제하기보다 어린이들에게 무언가 창의적으로 만들어볼 수 있는 공간을 허용하고 스스로 발견하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했다. 이런 점에서 창의적 제작은 매우 중요한 학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영국에서는 ‘미디어 연구 2.0’이라는 아이디어가 유행하고 있다. 그 핵심은 기존에 해오던 비판적 분석은 낡았으며 잘못된 것이라고 보는 데 있다. 미디어교육에서 비판적 분석은 제쳐두고 소셜 미디어‧디지털 테크놀로지‧창의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비판적 분석의 중요성도 강조되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창의적 제작도 중요한 활동이지만, 사고가 동반되지 않은 창의성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또한, 현대 소셜 미디어는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소수의 독점 기업이 통제하고 있다. 그들은 사람들의 창의적인 작업에 기반을 두고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따라서 미디어교육은 단지 창의적인 자기표현만이 아니라 비판적 분석도 중시해야 한다.

  1. 당시 영국에서 중등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관련 전공을 학부에서 공부한 후 1년간 별도의 교사 훈련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일반적인 영국 대학교의 학부 과정은 3년이며, 초등 교사의 경우는 4년제 학부과정을 졸업할 수도 있고, 학부 3년 졸업 후 1년간 별도의 교사 훈련 과정을 거칠 수도 있었다. [본문으로]
  2. 스튜어트 홀과 그의 저서 <대중문화>의 의미에 대해서는 ‘http://www.redian.org/archive/67086’를 참고 [본문으로]
  3. Len Masterman에 대해서는 ‘http://www.medialit.org/sites/default/files/VoicesMediaLiteracyLenMasterman_1.pdf’를 참고 [본문으로]
  4. 런던 이스트엔드에 사는 사람들을 소재로 한 텔레비전 드라마로, 1985년에 첫 방송 후 지금까지도 방송되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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