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독다독, 다시보기/영자신문 읽기

영자신문을 더 즐겁게 읽는 세 가지 장르적 특성

다독다독 (多讀多讀) 2013. 11. 18. 10:55





새로운 분야를 배우려면 그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본적인 규칙과 관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사진을 배운다고 하면 사진을 찍는 기본적인 원칙과 상황에 따라 다른 관례를 알아야 하죠. 조리개와 렌즈의 원리, 빛의 중요성, 광각, 표준, 망원렌즈의 차이 같은 것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진의 기초지식이라고 한다면, 가족사진, 결혼사진, 인물사진, 보도사진 등을 잘 찍는데 필요한 부분은 응용지식과 기술, 훈련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사진의 원리를 배웠다고 해서 처음 찍어보는 보도사진을 잘 찍을 수는 없습니다. 해당 보도사진에도 많은 세부 원칙과 지켜야 할 관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영어기사에도 이런 원칙들이 있습니다. 글쓰기라는 큰 범주에서 보면 신문기사는 하나의 장르로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딱딱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신문기사는 시나 소설과 같은 문학 장르와는 다른 나름의 원리와 규칙, 관례(conventions)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같은 신문기사이지만 하위 장르에 따라 쓰는 원칙이 부분적으로 다릅니다. 한국어와 영어로 쓰는 경우에 생기는 차이도 상당히 많습니다. 영자신문으로 시사상식과 영어를 공부하는 학습자의 경우 이런 신문기사 장르의 특성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영어신문의 문단 특성 


영어로 에세이를 잘 쓰는 사람도 막상 영어로 기사를 쓰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바로 문단(paragraph)입니다. 대학 영어작문 시간에 배우는 문단의 길이는 4~5개의 문장, 혹은 150단어 정도로 규정합니다. 물론 이런 기준도 책이나 선생님마다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참고로 Essay Writing Skills라는 책에서 나온 문단의 길이에 관한 부분입니다. 



There is no set rule about paragraph length. They can be long or short..., though do note that both the shortest and the longest are rare and you should take care in their use. What works best is usually a mixture of longer and shorter paragraphs within the middle range. Aim to vary length rather than look for a set formula... [A] paragraph [that] contains... 150 words... is probably about average for what would most often be used in an essay."



문단이 모두 같은 길이는 아닙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와 글의 내용에 따라 매우 짧을 수도 있고 상당히 길수도 있습니다. 대략 평균 잡아 150단어 정도라고 하는데, 위에 박스 안에 설명하고 있는 문단이 93단어임을 고려하면 대략적인 문단의 크기를 아실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학교에서 배운 문단의 형식과 영어기사에 쓰이는 문단의 형식이 다릅니다. 영어기사는 문단이 비교적 짧은 편입니다. 


주말에 민간 헬리콥터가 강남의 아파트에 충돌한 사건이 있었는데 해당 기사에 실제로 쓰인 문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 코리아 헤럴드]



Officials probe cause of chopper crash


Authorities commenced a full-scale investigation of a helicopter collision with a high-rise apartment building in southern Seoul on Saturday morning that killed two pilots and raised concerns about the safety off lights across the city’s rising skyline. (37단어) 


The Ministry of Land and Transport said Sunday that its investigation team has started to analyze the data recorder, or black box, to determine the exact cause of the crash that occurred in dense fog. (35단어) 


“The black box analysis is expected to take about six months,” said Kim Jae-young, chief of Seoul Regional Aviation Administration under the Transport Ministry. “We are going to analyze the device (that recorded) the flight route, altitude and cockpit conversation,” he said. (42단어) 


The private chopper owned by LG Electronics Inc. slammed into the upper section of an IPARK apartment building in Samseong-dong, an affluent business-residential area in Seoul’s Gangnam district. (28단어)   


The helicopter left Gimpo International Airport at around 8:46 a.m. and headed to LG’s Jamsil heliport to pick up company executives and transport them to Jeonju on a business trip, according to company officials. (34단어) 


기사 [바로 가기



예로 든 기사의 5개의 문단을 보면 최소 28단어에서 최대 42단어로 하나의 문단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부분 하나의 문장이거나 길어야 두 문장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150단어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왜 영어신문기사는 하나의 문단의 길이가 이렇게 짧을까요? 일단 종이신문에서 편집될 때 가로 폭이 좁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빨리 독해가 가능하게 하려면 문단이 짧아야 합니다. A4 종이에 에세이를 쓴다고 하면 150단어라고 해도 시각적으로 문단이 쉽게 구별이 되고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문단을 신문에 한 칼럼에 배치해서 밑으로 길게 내려가는 방식으로 배치하면 정말 길게 느껴집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영어신문의 문단을 한 두 문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시, 소설, 뮤지컬, 방송대본 등의 다른 장르는 또 다른 문단의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장르의 관례를 유의해서 관찰하고 그 원리를 알면 해당 장르에 적합한 글을 쓰거나 읽는데 매우 유리합니다. 




영국식과 미국식 구두법 (punctuation) 





국제어인 영어는 지역과 문화에 따라 스타일의 차이가 큽니다.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의 차이가 대표적이죠. 가장 큰 차이는 바로 구두법입니다. 의외로 영어로 글을 쓰는 경우 이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에 예로 든 기사에 나온 문장의 일부분을 가지고 설명해 보겠습니다.



A) “The black box analysis is expected to take about six months.” 

B) “The black box analysis is expected to take about six months”.



A와 B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네, 마침표(period)의 위치입니다. A처럼 직접인용부호 안에 마침표나 쉼표를 배치하는 것이 미국식 스타일이고, B처럼 인용부호 밖으로 배치하는 것이 영국식입니다. 영국식영어로 기사를 쓰는 Financial Times나 Economist 같은 잡지를 읽어보시면 인용부호와 문장부호의 배치가 위에 설명한 방식임을 바로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예] The party's new blueprint (The Economist) 


In China’s   state-controlled media it is being called a new blueprint for reform, a   reform manifesto, even “reform 2.0”.


# # # 


Public expectations of reform were “high”, he said. “We absolutely must not waver”.


기사 [바로가기



물론 영국식 구두법에서도 인용부호 안에 마침표 등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문장전체를 인용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그러므로 위의 일반형태를 잘 기억해두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래 문장에 문장 하나를 미국식 구두점을 적용시켜보겠습니다. 



Public expectations of reform were “high,” he said. “We absolutely must not waver.”



이제 차이점이 보이시는지요?




직접인용 인터뷰 처리방식


영어신문의 초반부에는 직접인용문이 빈번하게 나옵니다. 아무래도 현장감을 주거나 구체적인 사항, 뉴스와 관련된 중요한 취재원의 주장 등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서 필수적이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인터뷰나 공식 발표에서 직접인용하는 부분이 들어간 문단을 만들 때 거의 굳어진 관례가 있습니다. 다시 위에 헬기추락 기사의 일부입니다. 




[출처 - 코리아 헤럴드]



“The black box analysis is expected to take about six months,” said Kim Jae-young, chief of Seoul Regional Aviation Administration under the Transport Ministry. “We are going to analyze the device (that recorded) the flight route, altitude and cockpit conversation,” he said. 



기사 초반에 바로 직접인용으로 문장이 시작합니다. 그런데 잘 보면 첫 문장이 (“The black box analysis is expected to take about six months”)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누가 말하는지 너무 긴 문장 뒤에 오면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급적 한 줄 이내의 문장이 먼저 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짧은 인용문의 화자(Kim Jae-young)가 언급되고 해당 취재원의 직책, 소속기관이 나열됩니다. 그리고 첫 짧은 인용문으로는 부족한 나머지 인용문이 바로 이어집니다. 맨 마지막에 나오는 인용문의 화자설명 (he said)의 경우 생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인용문을 사용한 문단의 구조를 다시 정리하면: 



“짧은 직접인용문장,” 취재원의 이름, 직위, 소속. “약간 긴 직접인용문장.”



이렇게 하나의 문단을 구성합니다. 보통 기사가 시작된 후 3, 4문단 안에 이런 문장이 많이 사용됩니다. 



[정리]


오늘은 영어신문이라는 장르의 특성 일부를 살펴봤습니다. 보통 에세이와 비교해서 문단의 길이가 매우 짧은 편이고 하나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문단이 많다는 것을 기억하시면 되겠습니다.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간에 많은 차이가 있는데 영어신문기사의 경우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일관되게 사용하고, 코리아헤럴드를 비롯한 한국의 영어신문들은 미국식 구두법을 따릅니다. 



지금까지 기사에 생동감과 현장감, 세부적인 사항을 보여주는 직접인용문 문단의 특성을 알아봤습니다. 문단에서 후반에 나오는 직접인용문의 경우 그냥 인용문 자체로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어신문을 읽는 독자와 혹시 영어신문기자를 희망하는 지망생의 경우 알아두면 유용한 형식입니다. 


기타 다양한 영어신문의 장르적인 관례에 대해서 다음 기회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다독다독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으로 다음뷰 pick에 선정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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