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무더위를 날려 줄 ‘오싹’한 소설들!

2014. 8. 4. 11:03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출처_ flickr by David Blackwell.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에어컨 없이 여름을 거뜬히 넘겼는데, 이제는 해가 갈수록 다르게 더위를 견디기가 힘들어집니다. 선풍기를 틀지 않고서는 잠을 청할 수 없고, 에어컨은 하루라도 꺼질 틈이 없이 바쁘게 돌아갑니다. 더위는 아무래도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요즘 더위 때문에 밤잠 설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무더위를 날려줄 소설 몇 권을 준비해봤습니다.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더위도 살짝 잊을 수 있고, 스릴러적인 요소가 있는 책이라면 약간의 오싹함 마저 맛볼 수 있는 그런 책들을 말이죠. 이 책들을 읽고 나시면 소설의 맛을 제대로 느끼실 수 있을 거라 감히 확신해 봅니다.  




제노사이드, 특정 집단을 절멸시킬 목적으로 그 구성원을 대량 학살하는 행위를 뜻하는 말입니다. 보통 종교나 인종적 갈등에 의해서 자행되고, 윤리적으로는 금기시 되고 있는 말이지만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암묵적 묵인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학살 행위죠. 이 책에서는 인류를 능가하는 지능을 가진 생물의 출현에 학살을 자행한다는 스토리에 착안, 제목을 '제노사이드'라 붙였습니다. 그리고 다카노  가즈아키는 이토록 묵직한 주제를 엄청난 상상력으로 재미있고 탄탄하게 그려냅니다.


이 거대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주인공은 크게 두 명입니다. 일본의 약학 대학원생 고가 겐토. 그는 어느 날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고, 아버지가 비밀리에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실험이 심상치 않음을 깨닫게 되죠. 누군가가 아버지의 실험 결과를 빼돌리려 하고,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은 보통의 사람이 만들 수 없는 완벽에 가까운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아챈 것입니다. 한편 또 한 사람의 주인공은 불치병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용병을 자원한 조너선 예거입니다. 그는 휴가를 앞두고 거액의 임무를 제안받게 됩니다. 내전 중인 콩고의 정글 지대로 가서 피그미족이라는 부족과 피어스라는 인류학자를 없애라는 것이었죠. 


서로 다른 듯한 이 둘의 이야기가 콩고로 들어가면서 접점을 찾고, 초인류적인 생물체를 만나며 이야기가 매우 급하게 진행됩니다. SF적 요소 덕분인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고, 다카노 가즈아키의 장점인 인물의 감정 묘사가 뛰어나 학살에 대한 인간적인 고민도 느껴집니다. 더욱 재미난 건 이 책에 겐토를 도와주는 한국인 학생과, 난징학살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들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의학용어만 가뿐하게 패스하며 읽는다면 두껍지만 금세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출처_ yes24




이 책. 정말 특이합니다.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책 자체가 특이합니다. 책을 펼치면 글자 없이 그림만 흘러가는 페이지도 있고, 사고가 난 듯한 페이지도 있습니다. 처음엔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서야 이 책의 편집이 이런 이유를 알았습니다. 이 책은 '사이코패스'의 일기장이었고, 사이코패스의 정신세계를 담아내기 위해서 책 자체를 그렇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좀비>의 주인공 쿠엔틴은 서른한 살의 평범한 학생입니다. 아니, 미성년 성추행 혐의로 기소되어 보호관찰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정기적으로 상담받고, 약 먹으며 사람들이 보기에는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이는 학생입니다. 이 책은 그가 일기를 쓴 형식으로 쓰여 있는데, 그래서 이 소설은 더 무섭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태연하게 연기하며, 한쪽에서는 저 사람 머리를 어떻게 도려낼까 고민하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자아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좀비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을 납치를 계획하고, 수술을 계획하며, 실패하면 버려버립니다. 더 무서운 건 이 모든 일에 어떤 감정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작가도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그 어투와 행동, 사고방식이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이 책을 반 정도 읽었을 땐 내 정신이 다 이상해지는 것 같아 잠시 접어두고 쳐다도 보지 않았을 정도니 말입니다. 귀신보다도 무서운 것이 사람이라고, 제대로 무서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해드립니다!


 

출처_ yes24




이 책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도리스 레싱의 대표 소설입니다. 그런데 보통의 노벨문학상 작가의 작품과 달리 표지 이미지도, 제목에서도 묘하지만 오싹한 느낌이 풍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읽고 나면 더욱 들어맞습니다. 무덤덤한 작가의 서술이 두렵게 느껴지고, 가족애를 강조하고 꿈꾸는 주인공들에게서 사랑을 가장한 집착과 가식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행복한 평범한 가족을 꿈꾸던 두 남녀가 만나고 가정을 꾸립니다. 문란한 혼전 성관계, 이혼 또는 혼외정사, 산아 제한, 마약 같은 것들을 거부하며 그들은 전통적 의미의 행복한 가정을 건설해 나가죠. 그리고 그 정점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으로 완성하려는 듯 계속해서 아이들을 낳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하나둘 늘고, 허전했던 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차고, 부부는 자식들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고 도움을 주려는 부모로서 그 역할에 충실합니다. 그러나 원치 않은 임신으로 생겨난 '다섯째 아이'를 가지면서부터 이 가족은 변하기 시작합니다.


(부모의 생각으로는) 이상한 유전자의 지배를 받고 있는 비정상적인 아이가 태어남으로써 이 화목했던 가정은 파멸로 치닫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가족상'이 얼마나 허상이었는지, 가족애를 가장하고 얼마나 잔인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짧은 분량이지만 '가족과 가정'이라는 안전지대를 무참히 밟으며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하는 이 책. 노벨문학상을 받은 책은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깨뜨려준 소설입니다. 


 

출처_ yes24




사건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FBI 요원 사이먼에게 이미 십 년 전에 소인이 찍힌 우편물이 하나 도착합니다. 신가야라는 이름의 한국인에게서 온 편지였죠. 편지에 의하면 이 편지가 배달된 날부터 5일 동안 한 명씩 사람이 죽어 나가게 된다고 합니다. 그들은 마땅히 죽어야 하는 인물이며 인류 평화를 위해 마땅히 죽어야 하는 인물이지만, 만약 살인을 막고 싶다면 엘리스라는 여자를 찾으라고 합니다. 그녀의 기억 속에 모든 단서가 들어있다고 말이죠.


하루하루 죽어 나가는 세계 산업을 지배하는 다섯 명의 거물들, 그리고 10년 전 이 살인을 구체적인 방법까지 정확하게 예고한 의문의 한국인 신가야. 알 수 없는 이들의 관계와 정체를 밝혀나가는 것이 이 책의 큰 줄거리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난 스릴러일 거라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사건의 스케일이 점점 커지며 그 안에 추악한 인간의 탐욕과 돈에 대한 성찰까지 담아냈습니다. 실제 역사적인 사건들에서 상상의 날개를 덧붙여 팩션의 느낌을 자아냈고, 궁극의 아이 신가야의 정체를 밝혀나가는 과정은 그 어느 추리소설 못지 않게 흥미진진하하게 그렸습니다. 돈이 권력이 되어버린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도 담겨 있고, SF적인 요소가 있지만 그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그 덕분에 인간사회의 비극성이 적나라하게 그려집니다.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습니다. 10년 전 기억과 현재가 교차하며 사건의 조각들이 맞춰지고 역사적 사건과 함께 정체가 밝혀질 때면 쾌감마저 느껴집니다. 500쪽이 넘는 책이지만 한번 잡은 순간 내려 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을 읽다가 혹시 잠이 달아날지 모르니 주의하기시 바랍니다.


 

출처_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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