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언택트 시대! 온라인에서 열린 '미국 디지털 리터러시 여름 연수'

2020. 12. 7. 09:56포럼

언택트 시대 온라인 교육의 모범이 되다

온라인에서 열린 ‘미국 디지털 리터러시 여름 연수’

 

코로나19로 각종 연수 프로그램과 회의가 취소 또는 연기되거나

온라인으로 옮겨 진행됐다는 소식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미디어리터러시》에서도 소개됐던 미국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석학

르네 홉스 교수가 주최하는 교사 대상 디지털 리터러시 연수도 올해는 온라인에서 진행됐다.

 

글 윤지원 (미 로드아일랜드대학 미디어교육연구소 교수)


 

 

애니타임 워크숍은 참가자가 리얼타임 워크숍 전에 미리 공부하는 시간이다.

아는 것이 없으면 질문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습자가 세 개의 애니타임 워크숍을 통해 관련 내용을 사전 숙지하기 때문에

리얼타임 발표자 또한 더욱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룰 수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 여름 연수 프로그램(Summer Institute in Digital Literacy)’은 미국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분야의 석학인 르네 홉스(Renee Hobbs) 교수와 온라인 읽기 및 교육을 연구하는 줄리 코이로(Julie Coiro) 교수가 시작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사 연수 프로그램이다. 2013년부터 매년 개최되며 8회를 맞이한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언택트 시대의 디지털 리터러시 교사 연수 프로그램이 어떻게 참여자를 만족시키는 풍성한 배움의 장이 될 수 있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촘촘하고 알찬 구성

르네 홉스 교수와 줄리 코이로 교수는 국제도서학회(International Reading Association)에서 함께 교사들을 가르치면서 알게 됐다. 그 후 르네 홉스 교수가 필라델피아에 있는 템플대학에서 로드아일랜드대학으로 옮기면서 이들은 공통 관심사인 ‘리터러시’ 관련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하자고 의기투합했다. 당시는 리터러시 개념이 막 확장되고 있던 시기였다. 지난 8년 동안 유치원부터 초중고 교사뿐 아니라, 도서관 사서, 대학교수, 미디어교육 활동가, 학자에 이르기까지 900명이 넘는 참가자가 함께한 이 교사 연수 프로그램에는 일반 교사 대상인 1단계 과정과 리더십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2단계 과정이 있다. 대학원 과정의 일부로 학점을 인정받을 수도 있다.

 

매년 로드아일랜드대학에서 여름방학 기간 중 6일 동안 진행되던 이 프로그램은 올해 시카고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해 모든 프로그램이 온라인상에서 운영되며 미국을 포함한 6개 국가 150명의 참가자가 7개의 다른 시간대를 초월해 함께 했다.

 

연수 프로그램의 구성 항목을 설명해 보여주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패스라이트의 화면.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온라인 교육 플랫폼 패스라이트(Pathwright)에서 진행된 이번 연수는 기조연설, 35개의 워크숍, 그리고 디자인 스튜디오로 구성돼 있다. 참가자들은 연수 첫날 패스라이트 사용법과 앞으로의 일정에 관해 설명을 듣는다. 사진2에서 볼 수 있듯이 각 항목을 클릭해 들어갈 수 있는데, 패스라이트나 줌(Zoom) 사용 중에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지 ‘라운지(The Lounge)’를 클릭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라운지에는 기술적인 문제를 비롯, 연수 참가자에게 발생한 어떤 어려움도 상의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항시 대기하고 있다.

 

기조연설은 매일 다른 연사가 다양한 주제에 대해 발표하고 관련된 추가 자료를 제공하여 참가자들이 관련 분야의 지식을 넓힐 수 있도록 돕는다. 기조연설 중 몇 개를 살펴보면, △흑인과 히스패닉 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융합교육) 리터러시를 연구하는 조지아대학의 티샤 루이스 엘리슨(Tisha Lewis Ellison) 교수의 ‘고정관념의 탈피: 관계의 인간화’ △학교 교사이자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전문가인 크리스틴 짐케(Kristin Ziemke)의 ‘디지털 시대의 리터리시 진화’ △센트럴미시건대학 트로이 힉스(Troy Hicks) 교수의 ‘디지털 글쓰기’ △럿거스대학 조이스 발렌자(Joyce Valenza) 교수의 ‘정보 리터러시’ 발표가 진행됐다.

 

이번에 준비된 워크숍 주제는 모두 35개로 참가자는 원하는 워크숍 세션을 골라 들을 수 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또한 참가자들은 35개 주제로 구성된 개별 워크숍 가운데 개인이 참가하고 싶은 세션에 들어간다. 워크숍 주제는 ‘다시 생각해보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실 안에서의 배움’, ‘어린이 미디어 분석’, ‘이미지를 통한 역사적 관점 세우기’, ‘온라인상에서 소풍가기’, ‘실제 삶에서 사용할 수 있는 토론과 논쟁 가르치기’, ‘매거진 리터러시’, ‘원격 수업에서 협동할 수 있는 도구와 실천 사례’, ‘창조적 비디오 제작 수업’, ‘음모론과 문화 전쟁’, ‘대학에서의 온라인 수업’, ‘스크린 캐스트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 수업’, ‘디지털 공간에서 피드백 주고받기’,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디지털 책의 마법’, ‘교육 안에서의 디지털 불평등’,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 독려 방법’, ‘COVID-19으로 인한 원격 수업에서 배운 것들’, ‘문화와 교실을 연결하는 가족 리터러시’ 등이다.

 

Anytime, Real Time!

워크숍은 참가자가 편리한 시간에 참여하는 ‘애니타임 워크숍(Anytime Workshop)’과 정해진 시간에 참여하는 ‘리얼타임 워크숍(Real Time Workshop)’으로 나뉜다. 르네 홉스 교수가 진행한 ‘알고리즘의 개인화와 프로파간다’ 워크숍을 예로 들어보자. 이 워크숍 참가자들은 리얼타임 워크숍이 열리는 7월 22일 오후 6시 전에 애니타임 워크숍 수업을 끝내야 한다. 애니타임 워크숍에는 <엔터테인먼트 안의 알고리즘>, <개인화된 저널리즘>, <알고리즘적 설득> 등 세 가지 학습 내용이 있다. 이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안의 알고리즘>을 클릭하면 넷플릭스 같은 비디오 스트리밍 사이트의 알고리즘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사람들이 어떻게 어떤 영향을 받는지 성찰해 볼 수 있는 질문이 있다. 그 밑에는 넷플릭스에서는 왜 사람들이 몰아보기를 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리즘으로 설명한 NBC의 비디오(Why Netflix’s Algorithm is So Binge-Worthy)가 삽입되어 있다. 그리고 개인화된 엔터테인먼트의 좋은 점과 싫은 점에 대해 학습자가 간단히 자신의 생각을 적을 수 있다. 이어서 그 밑에는 ‘메타데이터’, ‘이미지 랭킹’, ‘썸네일 아트워크’, ‘A/B 테스팅’, ‘오토플레이’, ‘옵트-아웃(opt-out)’ 등 비디오를 본 사람이라면 다 이해할 수 있는 단어가 카드처럼 펼쳐져 있는데 각 단어를 클릭하면 카드처럼 뒤집히면서 설명을 보여준다. 낱말카드 밑에는 ‘왜 당신과 나의 넷플릭스 썸네일은 다른가’라는 유튜브 영상이 삽입되어 있다. 영상을 보고 난 후에는 영상을 통해 배운 내용과 이 내용을 가족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간단히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알고리즘과 관련된 이 세션의 또 다른 애니타임 워크숍인 <개인화된 저널리즘>에는 뉴욕타임스가 어떻게 뉴스를 개인화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해당 내용을 읽고 이에 대한 참가자 개인의 생각을 적는다. 또한 각 참가자는 링크되어 있는 패들렛(Padlet)에 개인화되어 있는 설득(Personalized Persuasion)의 예를 찾아 스크린 캡처하여 공유하고 설명을 적는다. 이렇게 애니타임 워크숍은 참가자가 리얼타임 워크숍 전에 혼자서 미리 공부하는 시간이다. 아는 것이 없으면 토론도 질문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습자가 세 개의 애니타임 워크숍을 통해 관련 내용을 사전 숙지하기 때문에 리얼타임 워크숍 발표자 또한 더욱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룰 수 있다.

 

르네 홉스 교수는 인터뷰에서, 온라인 수업이나 연수의 강사는 세심하게 수업을 설계해서 학습자가 자신의 속도에 맞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어야 하며, 줌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강사와 학습자가 실시간 수업을 하면 배움을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홉스 교수는 올해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고, 교육적 효과도 컸기 때문에 코로나 이후에도 계속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은 ‘디자인 스튜디오’다. 이 시간은 참가자들이 그동안 배운 내용을 적용하여 파트너와 함께 자신이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제작하는 시간이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설명은 참고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수 후에도 웨비나에서 이어지는 교육

여름 연수 프로그램의 실제 연수 기간은 6일이지만 참가자들은 미디어교육연구소(Media Education Lab)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웨비나를 통해 1년 내내 배움을 이어나간다. 웨비나는 저명한 미디어 리터러시 학자가 참가하는 다양한 세미나로 진행되거나, 연수에 참여했던 교사들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나누는 기회로 이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연수가 끝나고 3주 뒤에 있었던 웨비나는 리더십 프로그램인 2단계에 참여했던 두 명의 참가자가 자신들의 경험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이었다. 누구든지 웹사이트에서 (https://mediaeducationlab.com/)에서 뉴스레터를 신청하면 정보를 받아볼 수 있고 웨비나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또한 연구실 멤버들의 연구 논문 및 다양한 미디어교육 수업 자료도 다운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올해 여름 연수는 코로나로 인해 불가피하게 온라인으로 진행됐지만 온라인상에서도 얼마든지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 가능하고, 오히려 교육 효과가 증대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언택트 시대가 되어 전 세계의 교실이 온라인으로 옮겨온 지금,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여러 플랫폼을 적절히 활용할 뿐 아니라 온라인 교육을 통해 할 수 있는 다양한 교수법을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아래는 디지털 리터러시 여름 연수 프로그램의 교육 철학과 배경, 교수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료다. 모두 미디어교육연구소 웹사이트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Hobbs, R. & Tuzel, S. (2017). Teacher motivations for digital and media literacy: An examination of Turkish educators. British Journal of Educational Technology 48(1), 7 – 22. DOI: 10.1111/bjet.12326

 

Hobbs, R. & Coiro, J. (2018). Design features of a professional development program in digital literacy. Journal of Adolescent and Adult Literacy. DOI: doi: 10.1002/jaal.907

 

Hobbs, R. & Coiro, J. (2016). Everyone learns from everyone: Collaborative and interdisciplinary professional development in digital literacy. Journal of Adolescent and Adult Literacy 50(2), 1 – 7. doi:10.1002/jaal.502

 

 

 

1) 참가자들의 프로그램 평가는 다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digiu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