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함께 외친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MIL’

2021. 1. 15. 16:08포럼

2020년 글로벌 미디어정보리터러시 주간 한국세션 현장.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온라인으로 함께 외친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MIL’

 

‘2020년 글로벌 미디어·정보리터러시 주간’ 대표회의

 

유네스코와 우리나라가 공동 개최하는

‘2020 글로벌 미디어·정보리터러시 주간’ 행사가

2020년 10월 26일부터 5일간 진행됐다.

한국의 유네스코 가입 70주년을 맞아 개최되어

더욱 의미가 있었던 이번 행사 중 대표회의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글 박다혜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커뮤니케이션팀 전문관)


 

 

싱취 유네스코 부사무총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MIL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량임을 강조했다.

코로나와 같은 질병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허위정보는

인류의 목숨을 위협하고 사회적 분열을 조장한다고 설명했다.

 

 


 

 

살면서 힘들 때 아무 소원이나 빌지 말자. 유네스코 관련 국제회의 개최 실무가 매년 비슷하게 반복되다보니 좀 재미있는 회의를 기획하게 해달라고 평소에 말하고 다녔었다. 그런데 기출 변형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속 국제회의 개최가 나올 줄이야. 집에서 달고나 커피를 수천 번 휘핑하며 이 역병이 지나가길 기다렸지만, 인생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의지의 한국인이 아닌가. 우리는 결국 온 팀이 힘을 합쳐 코로나 시대에 국제회의를 온라인상에서 개최하기 위해 가상의 회의장을 만들어냈고(QR코드 참조), 그곳에 회의 참관, 전시 감상, 네트워킹 등 오프라인 행사의 주요 기능을 구현해내는 데 성공했다.

 

온라인에 차려진 콘퍼런스 홀

천신만고의 과정을 거쳐 시작된 2020년 글로벌 미디어·정보리터러시(MIL) 1) 주간은 “디스인포데믹(disinfodemic) 2)에 저항하다: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MIL”이라는 테마로 꾸며졌다. 넘쳐나는 허위정보(disinformation)에 맞서 MIL을 강화할 방법을 모색하는 데 주력한 것이다. 개회식에 참석한 싱취(Xing Qu) 유네스코 부사무총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MIL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량임을 재차 강조했다. 코로나와 같은 질병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허위정보는 인류의 목숨을 위협하고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며, 유엔이 지정한 17개의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달성에 큰 장애물로 떠오르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중의 MIL 역량 증진은 건강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사생활 보호, 표현의 자유 등 오늘날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가치들을 강화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고 표현했다. 유네스코가 가진 MIL에 대한 열정과 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기조강연자로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 교수가 나섰다. 미디어학계의 슈퍼스타 젠킨스 교수의 기조강연은 여느 때와 같이 압도적으로 흥미진진했다. 젠킨스 교수는 우선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이 공적, 경제적, 사회적, 창의적 영역에서 활발히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내용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결, 창조, 문제 해결을 위한 협업, 그리고 배포라는 네 가지 요소에 기반을 둔 ‘참여형 문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문해(literacy)의 개념은 개인 중심에서 커뮤니티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새롭게 형성되어가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시 놀이, 퍼포먼스, 집단지성, 네트워킹 등 다양한 참여형 요소를 포함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 예시로 최근 K팝 팬덤이 소셜 미디어를 역이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유세에 훼방 놓은 사례를 들기도 해, 빠르게 변화하는 청년 세대의 미디어 이용 형태를 정말 면밀히 관찰하고 연구한 후에 완성된 발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젠킨스 교수는 청년 간 ‘참여 격차’를 해소해 디지털 리터러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기조강연을 마무리 지었다.

 

그 후 우리의 가상 콘퍼런스 홀에서는 총 9개의 세션이 더 진행됐다. 이 짧은 글에 다 담을 수는 없지만 MIL과 민주주의, 소셜 미디어, 평등, 청년 참여 등 국제 사회가 오늘날 마주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데 MIL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MIL을 이용해 해결책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 전 세계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시차 덕분에 누군가에게는 오후 3시, 누군가에게는 새벽 2시에 개최된 회의였지만, 시간과 국적을 불문하고 MIL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데 꼭 필요한 역량임에 모두의 의견이 모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번 회의를 위해 구축된 가상 회의실에서 기조강연을 펼치고 있는 헨리 젠킨스 교수.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특별 세션-한국의 MIL

올해의 글로벌 MIL 주간은 한국이 주최국인 만큼 한국 MIL 현황에 대한 특별 세션이 진행됐다. 특별 세션의 중요성과 상징성 때문에 한국 세션만큼은 오프라인으로 강행했는데, 다행히도 그 주에 거리두기 단계가 하향 조정되어 띄어 앉기 등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고 무사히 오프라인 세션을 진행할 수 있었다.

 

먼저, 국내 미디어 리터러시 최고 전문가 중 한 분인 안정임 서울여자대학교 교수의 발표가 있었다. 안정임 교수는 먼저 197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국내 미디어교육의 역사를 짚으며 발표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민단체에 의한 미디어 모니터링 및 미디어 소비자 운동의 일환으로서 미디어교육이 진행됐지만, 미디어교육의 중요성이 점차 알려지면서 정규 교과과정 편입 및 법제화 노력의 단계까지 발전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 한국 내 다양한 MIL 교육 사례를 소개하며 특히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 대상의 교육이 활발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향후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은 많았다. 특히 미디어교육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온라인 교육 모델이 강화되어야 하며, 첨단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취약 계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바, 디지털 포용의 고민을 함께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발표는 마무리 됐다.

 

이어 박유신 서울석관초등학교 교사는 코로나19로 학교에 닥친 여러 위기 상황을 소개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갑자기 들이닥친 온라인 학습 실천은 쉽지 않았지만, 모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혁신 사례를 소개했다. 특히 박유신 교사가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에서 제작·배포한 ‘미디어 리터러시 백신’을 소개하며, 코로나 시대에 허위정보를 방지하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날들을 보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개학 이후 학교 교육 현장에서는 다양한 어플과 기술을 활용해 교사들이 최선을 다해 보편적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음을 설명해주셨다.

 

세 번째 발표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속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질병관리청의 고재영 대변인이었다. 방역의 최전선에서 1분 1초가 아까울 상황에서도 이번 회의에 화상으로나마 참석해주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었다. 고 대변인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미디어·정보 리터러시가 생사를 가를 만큼 중요한 역량임을 피력했다. 초연결 시대 위기 상황하에서는 빠르고, 정확하고, 투명하며, 신뢰할 수 있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소통 방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조수진 국민대 교수대북 콘텐츠 개발을 중심으로 남북관계에서도 MIL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내용으로 발표했다. 남북관계와 미디어 리터러시라니,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연결고리여서 더 집중해서 발표를 따라가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남북관계에 있어 허위정보는 관계 악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결과이다. 따라서 한국 언론이 북한에 대해 보도할 때는 조심스러운 자세와 철저한 사실 확인, 그리고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한 보도가 필수적이라고 한다. 또한, 북한 내에서 정보는 라디오, 유튜브 등의 채널을 통해 유통되는데,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만든 콘텐츠도 방송이 된다고 한다. 따라서 대북 콘텐츠는 무조건 프로파간다라는 편견을 버리고, 북한 대중, 특히 젊은 세대가 필요로 하고 흥미로워 할 콘텐츠 개발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다양한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북이 상호 소통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을 통해 관계를 개선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MIL 실천을 위한 서울 선언문

회의에 참석한 65개국 600여 명의 참가자들은 회의 결과문서로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MIL에 관한 서울 선언문”을 채택했다. 서울 선언문은 한국의 공동 주최 기관에서 설계한 초안을 모든 참가자에게 공유해 의견을 받고, 이를 반영해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이 안에는 MIL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서문뿐만 아니라, 정부, 도시, 청년, 그리고 국제기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MIL 역량을 증진시키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행동들이 담겨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심이 있다면 유네스코 홈페이지(영문) 혹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홈페이지(국문)에서 원문을 꼭 찾아 일독해볼 것을 권한다.

 

사실 미디어·정보 리터러시라는 개념이 쉽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번 국제회의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개념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가수 에릭남도 섭외해 MIL이 무엇인지, 일상생활 속에서 MIL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홍보 영상도 만들고, 인스타그램 유명 작가들과 MIL 만화도 제작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한데 모여 그 메시지가 잘 전달됐길 바란다(혹시 이번 홍보자료를 수업 자료 등으로 활용하고 싶으신 분들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커뮤니케이션팀으로 연락 주시면 적극 협조해 드리겠다).

 

마지막으로, 각자 다른 시간대와 기술적 환경의 제약하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영감을 받아가는 참가자들을 보며, 우리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서로 계속해서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래도 이왕이면, 코로나가 사라진 세상에서 서로 얼굴 마주보며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날이 다시 오기를 간절히, 정말 간절히 희망해본다.

 

 

 

1)흔히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유네스코는 미디어 리터러시와 정보 리터러시(information literacy)를 결합한 합성 개념으로의 미디어·정보 리터러시(MIL)를 표방한다.

2)허위정보를 뜻하는 ‘disinformation’, 전염병을 뜻하는 ‘pandemic’이 합쳐진 신조어로, 전염병처럼 허위정보가 빠르고 널리 퍼져나가는 사회적 현상을 일컫는다.

 

 

 

*QR코드 링크: gmil2020.com

(회의 영상 다시보기 및 자료 다운로드 가능)

본 원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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