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4만 건’, 어린이 콘텐츠 품질 평가에 진심

2023. 3. 13. 13:18특집

특집 : 유아 미디어리터러시교육

 

미국 커먼센스미디어의 유아 미디어교육 자료

written by. 최원석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활동가)

 

유아와 어린이는 분명한 디지털 미디어 소비자다.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오랜 시간 다양한 곳에서 미디어에 노출된다.

아이가 독립적인 판단력을 갖추기 전에는
미디어 현상과 그 내용을 적절히 선별하고 또 설명하는 역할을 보호자 또는 주변인이 맡아야 한다.

그러나 어린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알려줘야 하는지,
나이나 주제를 기준으로 어떤 미디어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일은 대다수 성인에게 무척 어렵다.

이런 배경에서 미국 비영리 미디어교육 단체 커먼센스미디어(Common Sense Media)는
유아 미디어교육에 참고하기에 좋은 자료를 20년 가까이 미국 사회에 제공해 오고 있다.

이 글에서는 커먼센스미디어 웹사이트에 수록된 유아 미디어교육용 자료를 일부 선택하여 소개한다.

 

커먼센스미디어의 가장 큰 강점은 어린이 및 청소년 콘텐츠 리뷰와 별점이다.

특히 어린이가 많이 이용하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애플 TV+, 훌루(hulu) 등

OTT(스트리밍 서비스) 콘텐츠의 최신 리뷰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커먼센스미디어가 제공하는 &lsquo;어린이와 함께 보기 좋은 추천 영화&rsquo; 목록 일부. <사진: 커먼센스미디어 화면 갈무리>
 

커먼센스미디어(Common Sense Media)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비영리 단체다. 이 기관은 학부모와 교육자가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와 기술 세계를 이해하고 또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각종 자료와 리뷰를 제공한다. 특히 교사와 학부모, 학생이 미디어에 숨어 있을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인식하도록 돕는 동시에, 미디어와 기술을 학습과 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교사 전문성 개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과 보호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2003년 커먼센스미디어를 창립하고 20년째 이끌고 있는 짐 스타이어 CEO는 아동 인권 변호사, 독서 지도 교사로도 활약했으며, 현재 스탠퍼드교육대학원에서 겸임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용 콘텐츠 리뷰와 별점 4만 건

커먼센스미디어의 각종 자료는 미국 내 7만 5,000개 학교가 활용할 정도로 미디어교육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회원 수는 125만 명에 달하며 누구든 무료로 가입해 자료를 일정량 열람할 수 있다. 한 달 5,000원가량을 내면 각종 리뷰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다. 공인된 교육 기관에 소속된 교육자는 무료로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미국내 각종 기금과 재단, 대기업 및 개인으로부터 소액 후원을 받아 운영하며, 독립성과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먼센스미디어의 가장 큰 강점은 어린이 및 청소년 콘텐츠 리뷰와 별점이다. 영화, TV시리즈, 책, 유튜브, 팟캐스트, 게임, 웹사이트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 3만 건 이상에 대해 4만여 건의 리뷰를 제공한다. 전문가와 이용자가 직접 나이, 재미 형식, 교육 점수, 장르, 캐릭터 특성 등을 기준으로 콘텐츠를 평가해 후기를 남기고 별점도 매긴다. 특히 어린이가 많이 이용하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애플 TV+, 훌루(hulu) 등 OTT(스트리밍 서비스) 콘텐츠의 최신 리뷰를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미디어교육 전문가를 포함한 커먼센스미디어 직원 300여 명과 이용자가 최신 콘텐츠를 신속하게 시청하고 평가한 결과다.

콘텐츠 품질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비영리 단체이므로 이해충돌 없이 중립적 위치를 유지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짐 스타이어 CEO는 2019년 미국 IT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 인터뷰에서, 웹사이트에 쌓인 리뷰로 돈을 벌어보라는 여러 제안이 늘 있지만 독립성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이어는 메타(Meta)를 비롯한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어린이 이용자 개인정보와 미디어-디지털 소비 생활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관련 정책 제안과 캠페인에도 활발히 참여한다.

“(상업화 제안은) 계속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위스처럼 중립적입니다. 디즈니의 밥 아이거(CEO)가 와도 우리의 리뷰와 별점을 살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텔레비전, 영화, 비디오게임, 책, 모바일폰, 소셜 미디어에 대한 독립적인 정보를 찾는 부모들을 위해 일하고 있어요. 우리 목표는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가 최우선 순위에 있도록 하는 겁니다.”

Jim Steyer runs the powerful nonprofit Common Sense Media; now he’s using his influence to battle big tech, 2019.2.13., TechCrunch

https://techcrunch.com/2019/02/12/jim-steyer-runs-the-powerful-nonprofits-common-sense-media-and-hes-increasingly-using-his-influence-around-tech-consumption/

커먼센스미디어 CEO 짐 스타이어가 IT매체 <테크크런치>와 인터뷰한 내용.

 

커먼센스미디어 사이트는 어린이와 가까이 생활하는 학부모와 교육자가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에 큰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교육 정보를 제공하는 어느 매체나 단체의 웹사이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각종 상업적 광고가 없고, 메뉴와 웹사이트 구성, 이미지와 리뷰 등록 방법 모두 간결하다. 교육·연구·정책 등 단체 활동과 주요 관심사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후원자와 운영진을 투명하게 소개해 신뢰성도 높인다.

 

유아와 어른을 위한 디지털 미디어교육 자료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또 교육하는 단체인 만큼, 웹사이트 전반에서 온라인 안전(online safety)과 편의성, 또 각종 텍스트와 이미지 선택 측면의 고민도 느껴진다. 예를 들어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계 이용자 이미지를 골고루 사용해, 다문화·다인종 국가인 미국 사회의 다양성도 엿볼 수 있다.

커먼센스미디어 웹사이트의 방대한 내용 가운데 유아 미디어교육 관련 내용은 크게 학부모용과 교육자용 메뉴에 포함되어 있다. 이 가운데 학부모 메뉴에서는 콘텐츠 리뷰와 ‘추천 리스트(“Best of” Lists)’가, ‘교육자(Common Sense Education)’ 메뉴에서는 ‘가정용 자료실(Family Resources)’ 메뉴가 특히 유아 미디어교육용으로 유용하다.

먼저 리뷰는 앞서 소개한 대로 각종 형식의 미디어 콘텐츠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추천 리스트’에서는 영화, TV, 스트리밍 서비스(OTT), 게임, 앱, 도서, 팟캐스트, 웹사이트, 성격 발달, 학습용으로 적합한 추천 콘텐츠를 제공하며, 리뷰와 별점을 공개한다. 각 콘텐츠 상세 설명으로 들어가면 좀 더 깊은 수준의 후기와 분석을 읽어볼 수 있다. 학부모가 작품에 대해 알아야 할 배경 정보, 콘텐츠 내에 담긴 각종 메시지나 내용 요소(폭력, 성, 언어, 광고, 음주 등), 그리고 리뷰와 별점, 적정 시청 연령이 나타난다. 리뷰 메뉴는 다시 부모와 어린이 리뷰로 나뉘어 양육과 교육적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성인 관점과 재미와 이야기에 더 집중할 이용자 당사자 관점의 평가를 모두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 2020)’을 리뷰한 부모들은 적정 시청 연령을 10세로, 어린이들은 7세라고 판단했다. 커먼센스는 8세 어린이에게 적합한 영화라고 평가했다.[각주:1]

 

 

 

커먼센스미디어 리뷰와 별점 내용 구성.

 

“당신은 아이를 잘 알고, 우리는 미디어와 기술을 안다”

커먼센스미디어는 콘텐츠 리뷰와 함께 각종 디지털 기술 관련 교육 자료도 개발한다. ‘부모를 위한 팁과 질의응답(Parent Tips and FAQs)’ 코너에서 특히 유아 미디어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자료를 많이 찾을 수 있다. 한국의 부모와 영유아 교육자에게도 고민거리인 스크린 시청 시간이나 온라인 환경의 디지털 발자국 문제, 사이버 폭력, 성인물 시청,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 속 재현(representation) 문제 등 유아 미디어교육 분야에서 핵심적인 주제를 폭넓게 다룬다. 연령, 주제, 플랫폼별로 나눠 제공하는 읽을거리를 탐색하다보면, 유치원이나 가정에서 직접 어린이와 해볼 수 있는 워크북도 찾을 수 있다.[각주:2]

유아 미디어교육 담당자라면 ‘교육자(Educators)’ 메뉴에서 디지털 시민성 활동(Quick Digital Citizenship Activities for K-5)을 살펴보거나 가정용 자료실을 들여다보길 권한다. 영유아의 미디어 사용 시간을 진단하고 적절한 지도법을 소개하는 동영상 강의와 실습 자료도 곳곳에 숨어 있다. 디지털 미디어 문해력을 기르기에 적합한 교육 자료다.

 

커먼센스미디어 웹사이트 메뉴 중 &lsquo;부모를 위한 팁과 질의응답&rsquo;. <사진: 커먼센스미디어 화면 갈무리>
어린이와 스크린: 영유아 부모를 위한 워크숍 비디오. <사진: 커먼센스미디어 화면 갈무리>
영유아 디지털 기기 사용 습관 점검을 위한 워크북. <사진: 커먼센스미디어 화면 갈무리>

 

 

유아 미디어교육의 과제

어린이가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정뿐만 아니라 미취학 아동 교육 기관의 과제도 늘고 있다.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디지털 환경에 접목시킨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는 만큼, 영유아 단계에서도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균형감 있게 사용하는 역량 훈련이 필요하다. 미디어 안에서 마주치는 콘텐츠, 언어 표현, 상업 광고 등 여러 형태의 내용 요소를 이해하는 훈련, 또한 메타버스나 게임, 나아가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는 활동도 교육적으로 시급하다.

이번 글에서 살펴본 커먼센스미디어는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부터 어린이의 미디어 리터러시에 주목하고, 지난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당대의 미디어 현상을 반영한 교육과 캠페인, 정책 제안을 이어왔다. 공공성과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자료를 커먼센스미디어 웹사이트에서 살펴보는 일은 한국 유아 미디어교육의 현재 상황과 과제를 전망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본 원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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