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1. 16. 10:00ㆍ카테고리 없음

안녕하세요!
미리프렌즈 2기 이민혁입니다 :D
눈치가 빠른 분들은 캐치하셨겠지만,
저는 현재 교환학생으로서 독일에서 미디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ㅎㅎ
독일만의 미디어 특징을 배우며,
자연스럽게 독일의 미디어사 또한 접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제가 들은 것 중 다소 충격적이던
'클라스 렐로티우스 기자 날조 사건'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그럼 바로 들어가 보실까요?

클라스 렐로티우스, 그는 누구인가?
클라스 렐로티우스(Claas Relotius)는
독일의 권위 있는 시사 주간지 'Der Spiegel(슈피겔)'에서 일하는 저명한 기자였습니다.
그만의 취재력과 문학적 스토리텔링 능력을 인정받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무려 4개의 Deutscher Reporterpreis(독일 기자상)을 수상하는 등
세대 최고의 기자로 촉망받았습니다.

왜 위조를 시작하게 된 걸까?
렐로티우스 본인은 위조 계기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주요 언론에서는 그의 행동의 주요 동기를 '강박적인 인정 욕구'와
'완벽한 이야기 제작에 대한 압박'으로 분석합니다.
평범한 이야기가 아닌, 독자들을 감동시키고 상을 받을 만한
보다 극적이고 완벽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어했죠.
그러한 강박에 휩싸여 현실에서 이야기를 찾기 힘들 때
허구로 채워 넣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위조로 하여금 얻게 된 지위과 명예
그의 기사들이 연이어 상을 타고 찬사를 받으면서,
렐로티우스는 독일 저널리즘계에서 전례 없는 명성을 얻었습니다.
슈피겔 내에서 가장 존경받고 신뢰받는 스타 기자로서 사실상 무제한의 취재 자유를 누렸고,
2014년 CNN '올해의 기자' 상과 독일 기자상을 반복 수상하며 '천재 기자'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전례 없는 명성을 가지게 된 렐로티우스, 그리고 그의 동료 후안 모레노 기자
렐로티우스의 사기 행각은 그와 공동 취재를 하던
동료 기자 후안 모레노(Juan Moreno)의 끈질긴 의심과 집념 덕분에 드러났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2018년 미국-멕시코 국경 자경단에 대한 공동 취재에서 시작되는데요.
'예거의 국경(Jaegers Grenze/The Jaeger Border)'이라는 기사는
렐로티우스와 모레노가 공동 취재로 다룬 기사입니다.
미국-멕시코 국경을 순찰하는 트럼프 지지 성향의 자경단 그룹에 대한 내용으로,
모레노는 렐로티우스가 제공한 기사 내용이 자신이 현장에서 관찰한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렐로티우스의 기사에서 자경단 리더인 '예거(Jaeger)'는
인종차별적인 성향이 강하고, 이민자들에게 극도로 잔혹한 인물로 묘사되었는데요.
렐로티우스는 예거와 다른 자경단원들이 실제로 하지 않은,
극적이고 선정적인 인용문을 마치 그들의 발언인 것처럼 기사에 삽입했습니다.
그러나, 이상함을 느낀 모레노가 현장을 다시 방문해 예거를 만나보니
그는 렐로티우스가 묘사한 것만큼 과격하거나 극단적인 인물이 아니었고,
이들을 다시 인터뷰하며 렐로티우스의 인용문이 허위임을 밝혀냈습니다.
모레노는 '예거의 국경' 기사 외에도
렐로티우스의 다른 기사들에서도 비슷한 불일치점을 발견했는데요.
'페르거스 폴스' 기사에서 렐로티우스는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사는 미국 미네소타주 페르거스 폴스에 대한 기사를 썼는데,
현지 주민들이 기사를 접한 후 직접 확인한 결과,
"멕시코인은 오지 마시오."라고 손으로 쓴 환영 표지판을 봤다는 렐로티우스의 주장 등
거의 모든 세부 사항이 허위이자 날조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한 주민은 렐로티우스가 마을에 대해 정확하게 맞췄던 건
마을의 인구 수와 연평균 기온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렐로티우스는 인터뷰도 조작을 시도했는데요.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닉은 2016년부터 미국 국가 연주 시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에 항의하며 무릎을 꿇는
일명 'Kneeling Protest(무릎 꿇기 시위)'를 주도하여 국제적인 이슈가 된 인물입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보수층의 격렬한 비판을 받으며,
캐퍼닉은 NFL에서 사실상 퇴출되었는데요.
렐로티우스는 'A Boy Like Him'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캐퍼닉의 양부모인 릭(Rick Kaepernick)과 테레사(Teresa Kaepernick)를 인터뷰했다고 주장했는데요.
그의 기사에서 다뤄졌던 내용은
"캐퍼닉이 인종차별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을 때,
부모님은 아들의 행동에 대해 어색해하거나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어머니 테레사가 아들 캐퍼닉의 시위와 그로 인한 논란 때문에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고뇌하고 있다."
"캐퍼닉의 행동이 부모에게 부담을 주고,
이로 인해 가족 간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 것 같다."라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내용으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그러나, 렐로티우스가 해고된 후 슈피겔 내부 조사 위원회 감사 결과
캐퍼닉의 부모님은 렐로티우스와 인터뷰하거나
심지어 접촉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명확히 부인했고,
기사에 삽입된 부모님의 사진은 소셜미디어나 다른 매체에서 무단으로 가져와 사용해,
자신이 직접 찍은 것처럼 위장했습니다.
모레노는 이렇게 저널리즘 윤리를 훼손하는 렐로티우스를 조사하고자
사비를 들여 다시 미국 국경으로 건너가
렐로티우스 기사에 등장했던 인물들을 직접 추적하고 인터뷰했습니다.
그리고 끈질긴 노력 끝에 모레노는 렐로티우스가 기사에 쓴
인용문, 사실 관계, 인물 묘사 등이 모두 허구임을 입증할
증거(인터뷰 영상, 기록 등)를 확보하여 편집국에 제시했고,
결국 렐로티우스의 날조가 확인되었습니다.
렐로티우스가 허위 정보를 계속 만들어낸 이유
렐로티우스에게 명성은 무엇보다 중요했기에
사기 행각을 은폐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예시로,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인물들에게 모금 활동을 해주는 척하며
개인 계좌로 돈을 받은 후 그 일부를 인물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자신의 기사가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배경 장치를 마련하고,
그와 동시에 기사 속 인물들이 말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목적이었던 것이죠.
즉, 돈을 이용해 취재원과의 관계를 유지하거나 조작된 이야기에 신뢰성을 부여하려 했습니다.

모레노의 폭로 이후 렐로티우스의 반응
초기에 모레노가 의혹을 제기했을 때 렐로티우스는 완강하게 부인하고 모레노를 비난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모레노가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자,
그는 최소 14편의 기사를 위조했음을 인정했으며, 그 즉시 슈피겔을 떠났습니다.
또한, 공식 성명을 통해 "병적인 동기로 인해 거짓말을 했으며, 수치심을 느낀다"고 밝히고
자신의 행동이 저널리즘과 동료들에게 끼친 해악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렐로티우스 날조 사건'이 시사하는 점
해당 사건이 시사하는 점으로 우리는 네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첫번째로 내부 고발의 중요성입니다.
렐로티우스 사건은 아무리 엄격한 팩트 체크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주었습니다.
진실은 조직 윤리에 대한 신념을 가진 내부자의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즉, 조직 내 부정행위를 견제하는 최후의 방어선으로서 내부 고발이 활용되었습니다.
두번째는 언론사 자체의 윤리 강령 및 문화의 문제점입니다.
언론사가 특정 기자에게 과도한 신뢰와 권한을 부여하다 보면,
사실의 정확성보다 이야기의 매력이 우선시될 수 있는데요.
특히, 해외 취재나 검증이 어려운 영역에서 기자의 저널리즘 윤리가 해이해질 경우,
언론 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세번째는 실수 이후의 언론사의 후속 조치입니다.
슈피겔은 사건을 숨기지 않고 자발적으로 대중에게 공개하고 사과하는 투명한 대응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또한, 외부 인사를 포함한 독립적인 조사 위원회를 구성하고,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하여
팩트 체크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강화하는 등의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입니다.
렐로티우스의 기사는 대부분 선악 구도가 뚜렷하고, 감동적이며, 완벽하게 서사적인 특징을 가졌습니다.
서사를 가질수록 독자가 더 끌리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당연한 사실이기에
독자들은 지나치게 감동적이거나 완벽하게 짜인 이야기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견지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더불어, 독자가 뉴스를 소비할 때
기사의 출처가 믿을 만한지, 내용은 교차 검증되었는지 등
스스로 판단하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선호하는 언론사를 따른다거나, 혹은 언론사의 권위만을 맹신하는 것이 아니라
기사 내용 자체의 논리성과 현실성을 따져보는 능력이
독자에게 바라는 지금 시대에서 제일 필요한 능력임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내용 어떠셨나요?
6년 전에 발생한 사건이지만,
우리에게 아직도 필요한 부분을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거짓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사실을 사실이라고 증명하는 게 더 어렵습니다.
아무리 공신력 있는 언론사일지라도 완벽하지 않으며, 실수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을 밝혀내고자 하는 끈질긴 지구력이
뒤돌아보면 세상을 가장 건강하게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 됩니다.
이제부터라도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건강한 사회와 미디어를 위해 바꿔나가면 어떨까요?

그럼 저는 다음에 더 유익한 정보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