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쓸쓸한 날의 연필 테라피
내 어린 날의 몽당연필 아이의 필통을 열자 손때 묻은 색색의 연필들이 와르르 쏟아졌어요. 크고 작은 연필들이 뒤섞여 있었는데 그 중엔 손에 쥐어질 것 같지도 않은 꼬마 몽당연필도 있더군요. 그걸 본 순간 배시시 웃음이 나면서, 잊고 지냈던 옛 기억들이 한꺼번에 떠올랐지요. 모서리 반듯하게 접은 콧수건을 옷핀 꼽아 가슴에 달고 새 책가방 메고 ‘국민학교’(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인쇄 잉크 냄새 마르지 않은 빳빳한 새 교과서와 새 공책들, 필통 속에 날렵하게 심을 세운 채 가지런히 누워 있던 새 연필들, 그 필통 열어보고 또 열어보던 일곱 살 계집애의 설레는 가슴...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어제 일인 듯 생생하게 떠오르는 풍경들입니다. 신문지 조각 펼쳐놓고 볕 잘 드는 마루 끝에 앉아 연필을 깎아주셨던 ..
2015. 11. 25.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