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 편집장이 말하는 대학의 신문 문화는?

2011. 6. 30. 09:14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거의 모든 대학에는 그 대학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학보사가 있습니다. 규모의 차이일 뿐 일반 신문사의 역할과 비슷한 점이 많은 대학신문은 학내 여론을 만들고 다양한 의견 창구 역할도 하며, 건설적인 비판도 하고 있죠.

종이신문의 위기와 젊은 신문 독자층의 이탈로 대학 학보사의 위상이 예전보다 떨어진 것도 사실인데요. 이를 증명하듯 학보사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지원경쟁이 심했지만, 지금은 지원자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학보사의 기자들은 불철주야 뛰어다니며, 어느 기자 못지않은 열정을 발휘하고 있는데요. 그들이 학생과 기자로서 어떻게 활약하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래서 이번에 숙명여자대학교 학보 <숙대신보>의 편집장인 최윤정(경영학과 10학번)기자를 만나봤는데요. 그녀로부터 대학신문과 학생들의 신문 문화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학보사를 진두지휘하는 편집장



작년 3월 학교에 입학 하자마자 학보사에 들어와 지금까지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최기자는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에 입학하면 학보사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녀는 학보사에 지원한 이유에 대해 “원래부터 언론에 관심이 많았어요. 지인이 대학교에 들어가서 학보사 기자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도 만나고 글도 쓰는 모습을 보니 괜히 멋있어 보이고,  재미있을 것 같았죠. 그래서 입학하자마자 바로 학보사에 지원했습니다.”라고 했는데요.

굳이 언론인이 되겠다는 큰 꿈을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꼭 해보고 싶고 잘 할거라는 확신에 차 지원한 열정적인 학생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학보사에 들어오니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고 하는데요.

단순히 글만 잘 쓰면 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그 외에 회의, 취재, 편집 등 모든 일을 맡아서 하니 힘들었던 일도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 책임감을 갖고 꾸준히 활동 하다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 편집장이 돼있었다며 지금도 편집장이란 이름이 어색하다고 합니다.

그럼 학보사의 편집장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그녀가 말하는 편집장은 ‘학보사의 총책임자’라고 합니다. 취재부, 사회부, 문화부, 학술부, 여성부로 구성된 숙대신보의 각 부서 부장들이 어떤 아이템을 갖고 취재를 할지 결정하긴 하지만 최종 결정과 책임은 편집장의 몫이라고 합니다.

학보사의 일주일은 어떤 모습일까?

“학교 방학 때 일간지 기자에게 기자교육을 받으며 알게 됐는데 학보사의 발행 과정과 일간지의 발행 과정은 별다른 차이가 없더라고요. 다만 일간지의 경우 하루만에 만들어지지만 학보는 일주일이 걸려 발행된다는 점만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숙명여대 학보사의 월요일은 수습기자부터 편집장까지 모두 모여 발행된 신문에 대한 자체 평가 회의로 시작된다고 합니다. 평가를 통해 아쉬운 점은 보완하며 한부 한부 발행될 때마다 더 좋은 신문이 될 수 있도록 각자의 생각을 모으고 있습니다.

화요일부터 학보사 기자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는데요. 이날에는 각 부서별로 아이템을 모으고 선정해 취재활동을 합니다. 주로 방학을 이용해 모아두었던 소재를 시기 적절하게 꺼낸다고 하는데요. 이 때가 편집장의 리더십이 가장 필요할 때라고 합니다. 

보통 목요일까지 기사 작성을 마무리하면 금요일부터 편집작업에 들어갑니다. 숙대신보는 직접 디자인을 만들고 편집한다는데요. 타 학교와는 다른 숙대신보 기자들만의 열정과 능력이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그녀 역시 “타 대학에서는 보통 외부업체에 디자인을 맡기는 경우가 많지만, 저희는 부장 쯤 되면 편집작업도 다 배우기 때문에 편집에 있어서 학보사만의 느낌을 강조할 수 있어요”라며 자부심을 보였는데요. 학보사 내에 많은 컴퓨터를 보유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그제서야 알게됐답니다. 





학업과 기자활동 사이에서 힘들 때도 많아

아무래도 학생의 신분으로 기자활동도 해야 한다는 것이 보통일은 아닐텐데요. 그래서 그녀 뿐 아니라 다른 기자들도 시간관리를 하기가 힘들었다고 합니다.

“저희도 학생인지라 성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죠. 학보사 활동이 학업에 아주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이니 개인시간이 다른 친구들보다 부족하죠”라며 학보사 기자들의 애로사항에 대해 토로했습니다.

가끔은 서로 농담 삼아 “학교는 여가시간에 취미로 오는 것 같고 신문사에 취업한 기분”이라는 말도 한다는데요. 기자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게으름 때문에 학교와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책임감으로 기자활동에도 모든 힘을 쏟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힘든 일보다 학보사에 와서 참 잘했다는 기분이 들 때가 더 많다는데요. “누군가 내 기사를 보는 모습을 보면 그 뿌듯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요. 그리고 외부를 나갈 때 그냥 대학생이 아닌 대학생 기자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만나니 많은 독특한 경험도 할 수 있으니 좋아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이미 학보사 기자 생활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답니다.


대학의 신문문화는 마니아들의 문화라는 인식이 아쉬워



그녀는 아무래도 직접 신문을 만드는 입장이다 보니 누구보다 신문의 장점을 잘 알고 있었는데요. 아침이면 꼭 신문을 한번 훑어본 후 나중에 시간이 나면 기사를 음미하며 집중해서 보는 것이 습관이라고 합니다. 

특히 학보사에서 활동을 하다보니 ‘신문이 이렇게 좋은 매체구나’ 하는 걸 많이 느끼고 있다는데요. 그녀는 “신문은 생각보다도 훨씬 좋은 점이 많아요”라며 신문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시청각 매체에만 익숙한 요즘에는 모든 콘텐츠가 짧은 시간 안에 기억에 남게 만들어야 해서 단편적이고 흥미위주로 흐르게 되죠. 하지만 신문은 그렇지 않아요. 신문은 깊이있는 기사가 많아서 하나의 기사에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정말 많답니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이미 신문을 음미할 줄 아는 학생이었습니다.

“경영이 전공이라 경제신문을 관심 있게 보고 있는데요. 신문을 읽다보니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들이 다 있더라고요”
전공 관련 정보를 신문에서 얻는 그녀
는 수업을 들을 때 ‘저 내용을 어디다 써먹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기사에서 그 내용을 보니 이해가 훨씬 잘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신문의 장점을 모르는 학생들에 대해 아쉬워하고 있었는데요. 요즘 학생들은 신문을 마니아들의 문화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언론인을 꿈꾸거나 정말 사회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아니라면 신문을 보는 학생들을 찾을 수 없다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신문을 안 보는 이유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라고 합니다. 요즘 대학가는 자격증과 토익 점수에 민감해 신문을 읽는다고 스펙에 좋은 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서인 것 같은데요.

그만큼 신문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현실에 대해 앞으로 많은 언론인들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 학보도 나름의 목적과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녀는 더 좋은 콘텐츠로 많은 학생들이 숙대신보를 찾고 신문에도 관심을 갖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자 활동을 하면서 전현희 의원을 만나 너무 긴장해 말도 잘 못하고 머리가 새하얘져 어떻게 인터뷰를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그녀가 이제 한 학교의 얼굴을 책임지는 어엿한 편집장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대학 신문을 통해 비판 능력과 토론역량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그녀는 학교에서 잘못한 일이 있으면 따끔하게 비판도 하고, 학생들에게 쓴소리도 할 수 있는 숙대신보가 되도록 편집장으로서 의무를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학보를 중요한 매체로 생각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학교에 관심을 갖고 소통하는 것이 사회에 관심을 갖고 세상을 읽을 수 있는 기초 아닐까요?

앞으로 의식 있는 대학 문화를 만들기 위해 학보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느낄 수 있었던 숙대신보 편집장과의 만남이었습니다. 학보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많은 학생들의 관심도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숙대신보 홈페이지 바로가기>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