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차 기자가 들려주는 “나의 여행이란?”

2014. 1. 24. 10:01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사람이 여행을 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다.’ 



독일의 세계적인 문학가 괴테가 여행 후 한 말입니다. ‘여행’은 여행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인데요. 괴테가 여행지에서 본 다양한 풍경과, 여행 도중 얻은 생각들은 책 속의 문장이 되어 지금까지 널리 읽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행’은 인생을 다채롭고 풍부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지난 8일 오후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나만의 여행 방식 5가지’로 특별한 여행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남민 기자(<헤럴드경제>디지털뉴스센터 차장)를 만났습니다. 여행을 좋아해 그의 글도 좋아하는 한 독자로서 ‘여행 고수’의 이야기를 조금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함께 귀 기울여볼까요?^^




아는 만큼 보이고 즐길 수 있는 여행


그는 지난 2년간 주말에 특별한 스케줄이 없으면 카메라와 노트북을 챙겨 여행을 떠났습니다. 어떤 달에는 네 번이나 여행을 가기도 했는데요. 그렇게 매주 다녀온 후, 이야기와 사진을 테마로 엮어 기사로 출고하고 블로그 포스팅으로도 게재해 왔습니다. 그의 글을 관심 깊게 지켜봐온 몇몇 출판사에서 출간을 제의해와 머지않아 책으로도 나올 예정이라고 하네요.



혜소국사와 일곱 나한에 바친 박문수의 찹쌀유과는 오늘날 수험생들에게 합격을 기원하며 찹쌀떡을 주는 유래가 됐다. 박문수의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이 절은 대입시를 앞둔 수험생 부모들 사이에 ‘수험 기도사찰’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영험하기로 유명한 절로 입소문이 전국으로 번져나갔다. 각종 고시생 등 시험을 앞둔 사람들도 각지에서 찾아온다고 한다.        


 칠현산 칠장사-어사 박문수 3수생 恨 풀다, <헤럴드경제> 2013.01.10






그의 여행 글엔 우리가 잘 몰랐던 ‘숨은’ 명소가 주로 소개됩니다. 여행지나 맛집의 단편적인 정보를 소개하기 보다는 어떤 여행지의 유래와 그곳이 가지는 의미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엮어내는데요. 그의 책 속엔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은 물론 인문, 사회, 지리 등 전 분야를 넘나드는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습니다.


이유 없이 존재하는 건 없다는 말이 있는데요. 여행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가면 놓칠 수 있는 것을 기사를 통해 미리 알아간다면, 한층 풍부하고 재밌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요?




‘여행’과 ‘휴가’는 다르다


작년 정호승 시인의 ‘독(讀)한 습관’ 강연에서 들은 인상 깊었던 말이 떠오릅니다. 누구나 육체의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서는 시간을 내지만, 영혼이 고플 때 읽는 책엔 상대적으로 인색하다는 것이었는데요. 한마디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라는 말이었습니다. ‘여행’에 대한 그의 말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휴가’와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행을 최소한 4~5일 이상 가는 걸로 여겨요. 자신의 필요에 따라 당일여행 혹은 1박 2일 여행도 가능해요. 1박 2일 여행은 매주 즐길 수 있는 좋은 여행입니다. 이게 생활화 되면 몸이 근질근질해질 정도지요. 1박 2일 여행도 의외로 얻는 게 많습니다.”



여행을 통해 월요병도 극복했다는 그의 말에 따르면 여행의 기회는 스스로 만들기에 달려 있다고 하는데요. 이젠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짧은 여행을 ‘60일간의 세계일주’ 만큼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 쪽에 고민을 보태보는 건 어떨까요?^^




기자가 느끼는 신문 기사와 블로그, ‘두 매체의 차이’


온라인, 오프라인 신문에 여행 기사를 작성하고, 블로그에 포스팅도 하는 남민 기자님. 기자의 입장에서 본 두 매체의 차이점이 궁금했습니다!




▲ 남민 기자(<헤럴드경제>디지털뉴스센터 차장)



Q. 같은 곳을 다녀오더라도 신문 기사와 블로그 포스팅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어떤 점이 다른가요?


먼저 블로그는 제 개인적인 자료함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취재한 내용을 모두 씁니다. 100가지를 취재했으면 100가지를 다 풀어써서 보관합니다. 반면, 기사는 회사업무와 무관하게 제 개인적인 취미활동을 기사화해서 서비스 합니다. 내보낼 때 취재내용의 가감이 이루어지는데요. 그 기준은 딱히 정해진 게 아니고 기사로는 조금 피해야 할 내용이 있을 경우입니다. 블로그의 100가지 중 95가지만 들어간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겠습니다.


Q. 기사로 내용을 접하는 독자와 포스팅으로 접하는 독자의 반응에서 느껴지는 차이가 있나요?


일단 블로그에서 받은 느낌은 주로 제 개인 독자들이 찾아와 “이번에는 어디를 다녀오셨나” 하는 궁금증과 글을 통해 여행에 대한 대리만족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같은 글이지만 기사로 읽는 독자들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입니다. 우연히 접하는 경우가 많고 아무래도 기사로 나가다보니 페이지뷰도 더 많은 게 사실입니다. 이 독자들은 여행 기사의 하나로 봐서 정보도 얻고,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Q. 글을 쓰시는 입장에서 느끼는 각 매체의 장단점이 궁금합니다.


블로그 포스팅은 말 그대로 한 사람의 개인적인 매체이고, 기사는 언론이라는 사회적 공공기능을 담당하는 대중적인 매체입니다. 따라서 블로그는 어떤 내용으로 쓰든 개인적인 공간이니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적지만 기사는 하나의 ‘공인’된 대중매체이므로 잘못된 기사가 나가거나 하면 그 피해에 대한 부작용이 심각합니다. 그래서 책임 있는 글이 요구되는 매체입니다. 블로그는 가벼운 내용으로 문체도 자유분방하게 메모식으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지요. 즉 한 개인의 생각이지 언론의 기사처럼 ‘공인받은’ 글은 아닙니다.


반면, 기사는 나름대로 격식을 따라 내용도 검증된 것으로 다뤄야 하는 게 엄격하므로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지만 그 글이 갖는 힘은 공인받은 글로 인정하므로 공신력(또는 파워)이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여행 글을 쓸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제가 생각하는 여행 글의 가장 중요한 점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백과사전식 나열 글이라면 읽는 사람이 지루하고 읽어도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저는 어떤 명소를 보고 그것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뽑아내 재밌게 쓰면서 그 명소가 지닌 본연의 의미와 존재의 이유를 무의식중에 느끼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첫째, 재미있어야 한다, 둘째, 최대한 사실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셋째, 역사 교양 등 다양한 내용을 담도록 한다, 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겨울 방학 혹은 휴가를 앞두고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이 많으실 텐데요. ‘나만의 눈’으로 보고 듣고 맛보고 즐긴 여행, 다녀온 후 글과 사진으로 알차게 남겨보는 건 어떠신가요? 분명 훌륭한 나만의 여행기가 될 거예요. 여행 떠나시는 모든 분이 좋은 추억을 선물로 받고 돌아오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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