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12. 09: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얼마 전 직장 동료들과 차 한 잔 마시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었답니다. 마침 화제가 책 읽기에 이르렀는데, 어떤 여직원 한 분이 큰 소리로 퉁명스럽게 얘기하더군요. "책 같은 걸 왜 봐요? 따분하게! 전 책 사는데 돈 투자 하는 것만큼 아까운 게 없던데요." 한순간 정적이 흘렀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소신을 내놓는 직원 앞에 특별히 해줄 말이 없더군요. 이런 문제로 논쟁을 해봐야 직원 사이에 의만 상하니까요. 매사에 열심히 일 잘하는 그 직원이 그런 소신을 갖고 있었다는 게 좀 놀라웠을 뿐입니다. 그저 아이가 둘이나 있는 그 여직원은 훗날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소신을 펼칠 수 있을 지가 좀 궁금했을 뿐입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과연 "얘야, 책은 왜 보는 거야? 재미없게! 책 살 돈 있으면 과자 사먹어라! 알았지?“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우리에게 책 읽을 시간을 왜 필요할까요?
불문학자겸 문학평론가였던 故 김현 선생은 “문학은 생활에서 쓸 수 없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쓸 수 없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것’이 된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현실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휴대폰을 예를 들어보면, 있을 때는 유용하지만 막상 가지고 다니면서 계속 신경 써야하기 때문에 사람을 보이지 않는 틀에 가둡니다. 반면에 문학은 일상생활에서는 유용하게 쓸 수 없죠. 하지만 사람을 틀에 가두지 않습니다. 이렇게 틀에 가두는 것과 틀에 가두지 않는 것을 이해하게 해주고 세상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학의 쓰임’이라고 그는 탁견을 제시했죠.
여기서 ‘문학’을 ‘독서로 바꿔 봐도 뜻은 같습니다. 책 읽는 시간은 일상생활에서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라 모든 것이 돈과 경제성으로 환원되는 현실에서 우리가 가진 욕망을 점검하고 반성하는 시간이 될 수 있죠. 이런 시간을 삶에서 찾지 못하면, 그저 먹고 사는 데만 급급한 채 생을 마칠 수 있습니다.
책 읽지 않는 것 = 내 안에 고집쟁이 노인을 키우는 것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이 책을 멀리하고 살아갑니다.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한 달에 몇 권이나 책을 사거나 읽는 분이 계신지요? 독서가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실천에 옮기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나이를 들수록 사람들이 보수적으로 변하는 이유가 뭘까요? 보수적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이 아는 지식체계 안에서 세계를 이해하고 보는 것을 말합니다. 노인들이 고집이 센 이유도 그와 같습니다. 보통의 노인들은 주위에서 건네주는 조언을 받아들이길 꺼려하죠. 그들은 젊었을 때 얻게 된 지식과 경험을 나이 들어서도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일평생 책을 읽어왔다면, 그들의 태도는 융통성이 있고 젊은이들과도 대화가 잘 통하죠.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많지만 잘 늙어가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노인이 되면서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지식의 양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는데도, 그들은 수십 년 전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보려 합니다. 비단 노인들만의 문제는 아니죠. 책을 읽지 않는 모든 젊은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책 읽기의 세계에선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고집불통 `노인'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늙는다는 것은 생물학적인 지표만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책을 통해 지식을 수혈 받지 못하고 정체되는 순간 사람은 늙기 시작하며, 그것이 진짜 늙는 것입니다.
출처_ keffilac
매일 운동 하듯이 매일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요 며칠 김한민 감독의 <명량>을 보러갔다 깜짝 놀랐습니다. 평일인데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영화관은 하루 종일 사람들로 북적이더군요. 요즘 <명량>은 한국영화사의 기록들을 연일 갈아치우며 흥행돌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예매를 하지 않았던지라 몇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겨우 영화를 볼 수 있었죠. 기다리면서 문득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 가운데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읽어본 독자들은 몇이나 될까?’라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영화만큼의 스펙터클한 비주얼은 제공하지 못하지만, 영화의 주요한 컨텐츠는 <난중일기>라는 책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 책에선 이순신 장군의 숨결이 지금도 생동합니다. 그러나 영화 <명량>에서 큰 감명을 받은 관객들이 <난중일기>의 독자가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영화보기는 즐겨 해도 책 읽는 것은 꺼려하는 사람들의 습성 때문이겠죠.
우리는 습관의 영향을 받아 인생을 살아갑니다.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좋은 습관을 더 많이 갖고 있을 확률이 높죠. 운동을 가장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적은 시간이라도 매일 운동을 하면 됩니다. 욕심을 내서 며칠 무리하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얼마 못 버티고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게 됩니다. 책과 가까워지는 방법도 이와 같습니다.
하루 30분씩 매일 책을 본다면, 1년에는 적어도 30권정도 책을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책이 300페이지 내외 인 것을 고려하면, 하루에 30페이지 정도로 10일 동안 보는 것이죠. 물론 사람마다 책을 읽는 속도가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사람들이 책을 읽는 속도로 봤을 때 가능하죠. 글을 쓰는 필자도 1년 동안 30권 정도의 책을 읽습니다. 그러면서 네이버에서 4년간 책 부문 파워블로그로 선정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1년에 걸쳐서 꾸준히 읽으면서 생긴 독서력과 문장력은 양적인 넓이보다 질적인 깊이를 크게 발전하게 했죠.
작은 습관의 변화가 자신도 모르게 삶을 변화 시켜요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 인구가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4시간이나 됩니다. 그 가운데 30분 정도를 독서에 할애하는 게 무리일까요? 독서와 운동을 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은 시간입니다.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기 급급하죠. 그러나 하루 4시간을 휴대폰과 인터넷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스마트폰을 4시간씩 보는 사람과 책을 하루 4시간씩 읽는 사람의 10년 후는 분명 다를 겁니다. 1년이면 서점에 4만권에 이르는 단행본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 모든 책을 읽을 수는 없습니다. 독서가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몇 권의 책을 읽느냐 하는 것보다는 어떤 책을 읽었나하는 점으로 귀결됩니다.
출처_ 온오프믹스
한국출판마케팅 연구소의 한기호 소장은 최근 <독서 100권으로 찾는, 마흔 이후 인생길>(다산초당,2014)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그는 `100세 시대에는 환갑의 나이라도 2년 정도만 투자해 새 `오솔길'을 찾기만 하면 인생의 말년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기만의 오솔길을 찾는 과정에서 읽어야 할 책이 교양도서(고전) 100권이고, 그 이후가 자기 전문분야 도서 100권이라고 그는 강조합니다. 단 200권의 책으로 누구든 삶을 재설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제가 지난 10년간 읽어온 책은 300권 남짓입니다. 겨우 그 정도 책을 읽고서도 독서가와 서평가로 행세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것입니다. 사람은 책 한 권을 읽고도 변할 수 있는 존재죠. 독서에 대한 뜻을 품지 않으면 보통 사람은 평생 단 100권의 책도 읽지 못합니다.
하루30분, 1년 30권 독서로 미래가 바뀝니다. 티끌 모아 태산입니다. 지난 10년간 직장생활 하며 쌓은 자산이라면 예금 통장의 늘어가는 잔고와 제가 읽은 책에 대한 흐릿한 기억들입니다. 책에서 만난 행간의 문장들은 삶을 올바르게 살아가도록 돕는 지식과 지혜로 환원되었습니다. 누구든 우보천리(牛步千里)의 마음으로 우직하게 한 걸음 한 걸음 책을 만나다보면, 인생을 좀 더 풍요롭고 건강하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하루 천리를 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1년간 천리길을 나눠 가면 쉽게 목적지에 이를 수 있습니다. 욕심이 과하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공부는 하루아침에 끝낼 수 없습니다. 평생 동안 해야 하는 것이 공부요, 독서입니다. 그래서 독서는 반드시 양보다는 질로 시작해야 합니다. 지난 10년간 제가 거쳐 왔던 독서가의 길은 꾸준함 외에는 별다른 비방이 없었습니다. 책 읽는 삶으로 진입하는데 습관이란 높은 장벽을 넘지 못하고, 매번 작심삼일의 원점으로 되돌아온다면 하루 30분, 1년 30권 독서법으로 새로운 삶을 만나보면 어떨까요?
ⓒ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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