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9. 5. 14:5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출처_ israel21
‘배달’에는 소리가 있습니다. 오토바이 특유의 엔진 소리가 들리고 철커덩하는 철가방 소리는 배달된 음식이 도착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죠. 때론 “세~~~ 타~~악”하는 구성진 소리로 세탁물이 왔음을 압니다. 이런 소리 중에 요즘은 참 듣기 힘든 소리가 있습니다. “신문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지면 신문을 보는 사람은 눈에 띄게 줄었죠. 그래서인지 지면 신문을 배달하는 신문배달부도 점점 모습을 감추고 있습니다. 아직 지면 신문을 보는 사람들이 있어서 신문 배달은 계속 되지만, 사정이 안 좋아지자 배달원을 그만 두는 사람이 많아졌죠.
하지만 신문배달원들은 하루에 자신이 배달하는 신문을 볼 사람을 생각하면서 오늘도 힘차게 오토바이 소리를 내며 배달을 계속하고 있답니다. 이들이 들려주는 훈훈하면서 재미있는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다독다독에서 찾아봤습니다.
35년간 신문을 배달한 신문배달 할아버지
지난 8월 7일에 특별한 신문배달원에 대한 이야기가 방송에 나왔습니다. SBS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소개된 82세 신문 배달 할아버지의 사연이었죠. 젊은 사람도 힘든 신문 배달을 무려 35년째 하고 계셨죠. 하루에 10시간씩 매일 신문 배달을 하시니 동네에서 할아버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랍니다. 멋들어진 헤드폰을 귀에 걸고 음악 감상을 하면서 이곳에서 저곳으로 뛰어다니며 배달하는 멋쟁이 할아버지죠.
더욱 놀라운 사실은 신문배달로 버는 월급의 3분의 1은 책을 구매하는데 쓰신다고 합니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방에는 2,300여 권의 책이 방안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죠. 배달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책을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하네요.
할아버지에게 신문 배달은 사연이 있었습니다. 생계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닌 속죄를 하기 위한 것이었죠. 젊은 시절 술을 많이 먹고 멀어진 가족들과 이혼 후 아내에 대한 죄책감으로 지금까지 신문 배달을 해왔다고 합니다.
출처_ SBS 세상에 이런 일이 방송 캡처
신문배달원이 우유배달원보다 좋은 이유
얼마 전에 은행에 업무를 보려고 들렸습니다. 사람은 많고 번호표 대기인원에는 17명이 찍혀있었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업무를 보는 사람이 많으니 어쩔 수 없겠다 싶어서 근처에 있는 책꽂이에서 한 권의 책을 골랐습니다. 출판사 샘터에서 발행하는 『샘터』 2014년 8월호였죠. 그 중에 ‘행복일기’라는 코너를 읽게 되었답니다. <신문은 ○○할 수 있거덩?>이란 제목의 신문배달원의 사연이 소개돼 있었답니다.
매일 새벽 신문배달원 A씨는 우유배달원 B씨를 만납니다. 밝은 표정으로 잠시도 쉬지 않고 열심히 배달하는 친구라서 좋지만, 가끔 B씨가 놀리는 소리에 ‘웬수’가 되죠. 빨간 글씨가 있는 국경일 전날이면 어김없이 “내일 일하지? 우! 린! 논! 다!”하며 놀리고 쌩하니 지나가니 오죽 약이 올랐을까요? 우유는 국경일 전날 이틀 치를 미리 넣어서 배달하면 되는데, 신문은 먼저 배달할 수도 없고 늦게 배달해서도 안 되죠. 참고로 신문배달원은 오직 명절과 일요일만 쉽답니다.
또 비가 오는 날에는 신문이 젖어서 고민하고 있을 때, B씨가 옆에 와서 걱정해주다가도 “신문은 젖지? 우유는 괜찮거덩!”하며 간다고 하네요. 은근히 열 받게 하는 친구죠? 게다가 늦잠을 잔 A씨가 배가 고파서 힘들다며 B씨에게 도와달라고 했을 때, 돈이 없다며 아무리 사정을 해도 안 된다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화가 나서 돌아섰더니 뒤에서 큰 소리로 “신문은 못 먹지? 우유는 먹을 수 있거덩!”하며 놀리고 갔다는 군요.
매번 당하기만 할 수는 없겠죠? 신문배달원 A씨가 반격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요. 바로 다세대주택이 많은 배달구역을 돌 때라고 합니다.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집 앞까지 배달해야 하는 우유배달원 B씨에게 보란 듯이 신문을 3층 문 앞에 던져 놓고 “우유는 던질 수 없지? 신문은 던질 수 있거덩!”하며 한 번 씩 웃어주고 갔다고 하네요.
매일 신문을 배달하고 우유를 배달하는 사이에 친해진 사람들끼리 나눌 수 있는 사람냄새 가득 묻어 있는 이야기여서 쉽게 지나칠 수 없었죠. 짧은 내용이지만 이 글을 통해서 이번 추석연휴 전까지 신문배달원은 오토바이를 끌고 발걸음을 옮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열심히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서 힘쓸 신문배달원 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힘내세요!
따뜻한 말 한마디에 힘을 얻어요
신문배달원들은 매일 자신이 맡은 구역에 신문을 돌립니다. 새롭게 나온 따끈한 소식을 들고 찾아가죠.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납니다. 신문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뭉클해지는 경험 한다고 해요. 이번에 소개해 드릴 사연도 따뜻한 말 한마디가 힘이 되고 활력이 되었던 이야기랍니다. 지난 8월 1일에 조선일보에 실렸던 내용이죠.
조간신문을 배달한지 10년이 되는 신문배달원 D씨에게 꼭 기억에 남는 독자가 있습니다. 지긋하게 나이가 드신 어르신인데요. 배달을 하다가 어르신이 운영하는 가게 앞을 지날 때면 매번 반갑게 부르시고 “어여 와! 커피 한 잔 마시고 가!”하며 푸근한 미소와 커피 한 잔을 내주십니다. 신문을 참 좋아한다는 어르신은 자식들을 위해서 컴퓨터로 사설, 칼럼, 중요 기사 등을 분류해서 저장해놓으신다고 하네요.
항상 신문을 두 부씩 가져다 드려서 D씨는 사연을 물어봤답니다. 그랬더니 “한 부는 내가 보고 한 부는 우리 아버님이 보시지.”하시면서 아직도 건강하시고 자신보다 눈도 좋다는 얘기를 하십니다. 백발이 무성한 어르신의 아버님이 상상이 되지 않아 연세를 여쭤보았더니, 일흔 여섯이고 아버님은 백세라고 하시네요. 자신이 신문을 본지 오십년이 되었고, 아버님은 더 오랫동안 신문을 보셨다고 합니다.
D씨가 한 번은 요일마다 연재되는 섹션을 빠뜨리고 전해드린 적이 있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 다음날 새벽에 만나자 “‘맛있는 한자’가 안 왔던데?”라고 알려주셨다고 합니다. “왜 신문지국으로 연락을 하지 않으셨어요?”하고 물으니 “자네 담당인 줄 아는데 괜히 지국에 전화하면 자네만 욕먹잖아. 그래서 직접 말하려고 기다리고 있었지.” 사려 깊은 어르신에 말에 D씨는 가슴이 뭉클했다고 하네요.
출처_ pixabay by stux
신문배달원은 오늘도 새벽을 달린다
새벽길을 달리는 것은 참 고된 일입니다. 누구보다 하루를 먼저 시작해야 하고 제 시간까지 신문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죠.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이 해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큰 힘을 얻어서 보람을 느끼는 것이 신문배달원입니다.
고된 직업이지만, 따뜻하게 사람냄새 나는 신문배달원이 있어서 지면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이 아직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벽에 들리는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신문배달원을 만난다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감사함을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들에겐 또 하나의 추억이자 뿌듯한 보람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 다독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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