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은>에서 ‘–의’는 자연스러운 표현일까?

2014. 10. 30. 13:00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간결함’은 줄이기가 아니라, 쉽게 쓰기


간결함은 기사 문장의 핵심입니다. 지면이 제한적이고 방송 시간이 짧았던 시절에는 더욱 강조됐었죠. 신문의 스케치 기사에서는 문장을 일부러 명사나 명사형으로 끝내는 기사도 있었으며 현재도 이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요. 미디어 언어의 한 특징을 들라면 짧게 줄이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것은 문장에서뿐만 아니라 단어와 구 단위에서도 나타납니다. 지면에 여유가 생기고 방송 시간이 늘어난 지금도 이것은 중요 대목인데요. 무한 공간을 제공하는 인터넷 매체에서도 간결함은 버릴 수 없는 진리로 작용합니다. 좋은 문장을 만드는 기초는 여기서 출발한다는 인식도 짙게 깔려 있습니다.



출처_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선 공직 사회의 보고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보고서는 이른바 ‘개조식 서술’ 형태를 취하는 예가 많죠. 개조식 서술은 완전한 서술형으로 문장을 끝내지 않고 단어 중심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말하는데요. 간략하고 압축적인 것이 특징입니다. 이런 점에서 기사 문장이 추구하는 바와 일부 통하는 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데 명사가 길게 이어져 연결이 부드럽지 않고 이해하기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정부 부처나 각 기관에서 내는 보도 자료에서도 이런 예가 종종 보이죠. 이 형태는 때때로 기사 문장에 그대로 반영되는데요. ‘간결해야 한다’는 구호에 취한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정위는 정보공개서 변경 등록 의무 단속을” 같은 예가 그렇습니다. 조사를 지나치게 생략하고 서술어를 빠뜨려 어색함과 어려움만 남았죠, ‘공정위는 정보공개서를 변경해 등록하지 않은 곳을 단속하고’라고 해야 바로 이해가 됩니다. ‘간결함’은 단순한 줄이기가 아니었습니다. 쉽게 쓰자는 취지라는 걸 되새겨야 하겠습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에서 ‘–의’는 자연스러운 표현?


한국교원대 이동석 교수는 2010년 한국어문기자협회가 발간하는 ‘말과글’ 봄호에서 ‘나의 살던 고향은’이라는 노랫말이 일본식 표현이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 동안 ‘나의 살던’에서 ‘의’는 일본어 관형격 조사 ‘の’를 옮겨 온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였는데요. 이 교수는 이러한 표현이 일제강점기 훨씬 이전에도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세종 28년에 지어진 ‘석보상절’에는 ‘대중의 가져온 향목’에서 처럼 ‘대중이’라고 하지 않고 ‘대중의’라고 표현한 예가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외 다른 문헌에서도 이런 식의 표현은 등장하죠. 지금 시각으로 보면 많이 어색한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주어를 관형어처럼 표현하는 방식은 1920년대까지도 자연스럽게 사용됐습니다. 현재는 이런 표현 방식이 매우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출처_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



이전 시기의 흔적인지, 일본어 ‘の’의 영향인지 ‘의’를 자연스럽지 않게 사용하는 예가 꽤 있습니다. 간결함이란 미명 아래 주어와 목적어, 서술어를 숨겨 버리는데요, 아래 예문들에서 보입니다.


㉠ 아울러 사회안전망으로서 실업급여 제도의 문제점도 짚어 봐야 할 시점이다.

㉡ 국정의 한 축을 책임지는 제1야당이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 시도에 따른 당내 반발

㉢ 일본과 밀접한 관계의 나라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해

㉣ 법관들의 비(非)수도권 근무 기피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책 측면도 있었다


㉠은 ‘제도의’ 부분을 ‘제도가 지닌’으로 해야 자연스럽습니다. ㉡은 ‘명예교수의 비대위원장 영입’을 ‘명예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려던’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지요. ㉢은 ‘관계의’를 ‘관계가 있는’으로, ㉣은 ‘법관들의 비(非)수도권 근무 기피에’를 ‘법관들이 비수도권 근무를 기피하는데’로 풀어 써야 제대로 전달됩니다.


ⓒ 다독다독


위의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10월호>에 실린

이경우 / 서울신문 어문팀 차장,한국어문기자협회장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