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플랫폼 환경 변화와 뉴스 전략

2015. 5. 18.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5년 5월호>에 실린 김익현 /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뉴욕타임스4월 초 흥미로운 선언을 했습니다. 스마트워치 시장의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는 애플워치를 겨냥해 한 문장으로 된 뉴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뉴욕타임스는 이용자들이 애플워치에서 뉴스를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스토리텔링을 개발했다는 설명까지 덧붙였습니다. 한 문장으로 된 기사는 정치, 경제, 과학 등 많은 섹션에 있는 뉴스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잘 정리해줍니다.

 

애플워치용 뉴스 제공

 

뉴욕타임스는 아예 424일 애플워치 출시에 맞춰 모바일 앱을 전면 개편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511일부터는 모바일 앱인 NYT 나우(NYTNOW)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4출시된 NYT 나우는 그동안 월 8달러에 주요 기사들을 볼 수 있는 서비스였습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수익 대신 독자 확장 쪽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습니다.

 

이번엔 시선을 국내로 돌려봅시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는 최근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포스트를 대대적으로 밀고 있습니다. 포스트는 네이버가 지난해 4월 처음 선보인 이후 월간 순방문자가 9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주목 받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네이버는 4월 한 달 동안 포스트를 위한 스타 에디터 발굴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대대적인 분위기 몰이에 나섰습니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검색에서도 포스트를 뉴스보다 전진 배치했습니다. ‘포스트콘텐츠를 육성하면서 모바일 환경에서도 영향력을 키워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네이버가 포스트를 강화하면서 국내 언론사들도 카드 뉴스형 콘텐츠 만들기에 공을 쏟고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모바일 환경에서 네이버 플랫폼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출처_전자신문

 

뉴스가 나를 찾아올 것이다

 

최근 들어 세계 주요 미디어들이 변화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달라진 뉴스 전략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는 키워드는 역시 모바일입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이 주된 뉴스 소비 플랫폼이 될 것이란 전제하에 발 빠르게 변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모바일 퍼스트 바람은 자연스럽게 또 다른 키워드와 연결됩니다. 바로 정주민 정책에서 노마드 전략으로의 전환이란 키워드입니다. 이젠 더 이상 언론사들이 일정한 곳에 고정된 매장을 차려 놓고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어선 안 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제 독자들은 특정 브랜드보다는 개별 콘텐츠에 더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입니다.

 

변화된 환경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사례로는 2008년 뉴욕타임스가 독자들을 대상으로 표적집단면접(FGI)을 할 당시 20대 여학생이 했던 말입니다. 당시 이 여학생은 중요한 뉴스라면, 이젠 그 뉴스가 나를 찾아올 것이다(If the news is important, it will find me)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이후 두고두고 회자됐습니다.

 

포털에 뉴스 공급하는 뉴욕타임스?

 

지난 3월 말 뉴욕타임스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페이스북이 주요 언론사들에 콘텐츠를 달라는 제안을 했다는 뉴스였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나라 포털 뉴스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할 테니 뉴스를 공급해달라는 얘기였습니다. 네이티브 광고가 주 수익원인 버즈피드뿐 아니라 저널리즘의 자부심으로 통하는 뉴욕타임스도 페이스북의 포털형 뉴스 서비스에 참여할 계획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일부에선 저널리즘이 SNS에 항복했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전통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면 당연히 제기될 수 있는 비판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널리즘 소비 현장이 정주민 시대에서 노마드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긍할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포털형 뉴스 서비스를 준비하는 페이스북이 내세운 명분 역시 달라진 시대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플립보드 전용 페이지도 만들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5월부터는 모든 콘텐츠를 플립보드에 올릴 예정입니다. 이번 특집은 잡지 형태 디자인을 채택한 점 외에도 대형 사진과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에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네덜란드의 뉴스 스타트업 브렌들 인터넷 홈페이지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어

 

뉴스 건별 판매란 새로운 모델을 들고 나온 네덜란드의 뉴스 스타트업 브렌들이 3월 초 깜짝 발표를 했습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그리고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3대 언론사가 건별 뉴스 판매 서비스에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브렌들은 20145저널리즘계의 아이튠즈를 표방하면서 야심찬 첫 발을 내디딘 뉴스 스타트업입니다. 전 세계 주요 음악을 한데 모은 뒤 곡 단위로 판매하는 아이튠즈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저널리즘 시장에 적용했습니다.

 

이미 네덜란드 주요 언론사들은 브렌들에 파트너로 참여했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유력 언론사들이 참여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모바일과 노마드란 키워드를 중심에 놓고 따져보면 또 다른 모습이 눈에 띕니다. 모바일 시대 뉴스 소비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또 앞으로 기사 판매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젠 더 이상 앉아서 독자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시대는 아니라는 처절한 현실 인식을 했다고 봐야 합니다


최근 해외 유력 매체들이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흐름들은 전통 저널리즘의 잣대로 들여다보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들의 움직임에 동의할 수도 있고, 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플랫폼 환경 변화란 관점으로 접근할 경우엔 상당 부분 수긍이 됩니다. 플랫폼 변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