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고 손쉽게 ‘데이터 수집의 무한 도전’

2015.05.26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위 내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5년 4월호>에 실린 이성규 / 블로터 미디어랩장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실내외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 비교하는 기사를 작성한다고 가정해봅시다. 비싼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를 대여하거나 관련 장비를 갖춘 전문가를 대동해 교차 측정하는 방식을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같은 데이터를 여러 장소에서 요일, 시간대별로 측정해 변화 양상을 분석하는 기사를 써야 한다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측정 장비 대여료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장비를 매번 들고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늘어납니다. 품을 덜 들이는 방법은 있습니다.

 

실외 미세먼지 측정치를 기상청이나 환경부로부터 제공받고 실내 미세먼지 농도는 기자가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측정하면 됩니다. 이마저도 측정 지역이 넓어지고 시간대가 확장되면 물리적인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24시간 내내 휴대용 측정 장비를 들고 데이터를 체크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센서 저널리즘-사물이 곧 취재원

 

센서 저널리즘은 이처럼 데이터 수집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시도들을 유형화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입니다. 컬럼비아 저널리즘스쿨 산하 토우 센터(Tow Center)2013년 저널리즘 도구와 센서를 활용해 뉴스로 제작한 사례들을 모아 센서 저널리즘이라 부르면서 시작됐습니다. 센서 저널리즘은 데이터 저널리즘과는 사촌지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토리를 제작하는 점에서 데이터 저널리즘과 공유하는 영역이 넓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하드웨어 제어 기술이 결합된다는 측면에서는 차별적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센서 저널리즘에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기술이 깊숙하게 개입됩니다. 단적으로 아두이노에 연결할 수 있는 미세먼지 측정 센서는 채 1만원도 되지 않습니다. 웬만한 온도 센서, 음량 측정 센서도 푸짐한 점심값이면 충분히 구매할 수 있습니다. 센서 가격의 하락은 만물의 센서화를 불러왔습니다. 센서가 부착된 사물은 데이터를 생산하는 주체로 전환됩니다. 사물이 곧 취재원이 된 셈입니다. 또한 기자가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의 종류와 볼륨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의미를 갖기도 합니다.

 

미국 뉴욕의 공영 라디오 방송사 WNYC가 아두이노로 제작한 뒤 공개한 ‘매미 추적기’. 출처_WNYC 홈페이지


매미 프로젝트

 

센서 저널리즘을 언급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WNYC매미 프로젝트 보도입니다. WNYC는 미국 뉴욕시의 공영 라디오 방송사로 2013매미 추적기라는 제목의 인터랙티브 기사를 내보내 화제를 모았습니다.매미 프로젝트는 미국 동부 해안 ‘17년주기 매미(Magicicada)’의 출현 시기를 데이터 시각화 기법으로 표현한 뉴스입니다. 17년주기 매미는 미국 동부 해안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에겐 골칫거리입니다. 17년마다 찾아드는 매미 떼의 소음으로 인근 거주민들은 17년마다 고충을 호소했습니다.


WNYC17년 매미 떼의 출현 시점을 미리 예측해 대비하자는 생각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데이터를 얻기 위해 WNYC매미 추적기라 이름붙인 지온 측정 센서를 아두이노로 제작하고 설계도면과 조립 방법을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독자들의 참여를 부탁했습니다. 센서로 측정할 수 있는 범위가 넓을수록 지역별 출현 시기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입니다. 독자들도 호응했습니다. 이들은 WNYC가 공개한 설계도를 보며 손수 센서를 조립했습니다. WNYC의 지침대로 지면에서 8인치 위에 설치도 했습니다. 이렇게 부착된 센서만 미국 동부 해안 800개 지역에 1,750대나 됐습니다. WNYC1,750대에서 측정된 데이터를 시민들로부터 전송받아 데이터를 시각화해 보여줬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시도한 센서 저널리즘 사례 ‘샷스포터’. 워싱턴 지역의 총격 소리를 센서로 측정해 지도 위에 시각화했다.


 

센서 저널리즘과 데이터 윤리

 

센서 저널리즘은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분야인 만큼 윤리 규정을 필연적으로 요구합니다. 데이터 측정에 사용된 기기의 종류, 신뢰도, 측정 방식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데이터 자체의 신뢰를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정부나 기관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비해 정밀함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도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

 

미국 언론계에선 센서 저널리즘의 윤리 규칙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캐슬린 컬버 위스콘 신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센서 저널리즘의 5대 윤리 요건으로 수집 범위의 최소화 사용 범위의 최소화 투명성 책임성 데이터 보호를 제시했습니다. 제한된 목적으로 투명하게 사용할 때만 센서저널리즘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충고입니다.

 

반면, 국내 학계에선 데이터 윤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는 않은 편입니다. 언론사의 보도 사례가 한정적인 데다 정규성을 띠지 않아 윤리 규정을 논하기엔 이른 측면이 있습니다. 하물며 센서 저널리즘과 윤리라는 생소한 주제가 저널리즘 영역의 중요 어젠다로 등장하길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입니다.

 

지난 39일 애플은 애플워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리서치 키트(Research Kit)’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발표했습니다. 국내에선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그것이 센서 저널리즘에 미치는 영향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리서치 키트는 애플워치를 통해 연구자들이 사용자들의 건강 데이터를 무료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물론 사용자의 동의는 전제돼야 합니다리서치 키트를 저널리즘이 활용하게 되면 애플워치의 생체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 다양한 목적으로 건강의학 기사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역별 건강 비교가 가능해지고 환경 데이터와 생체 수치의 상관관계를 밝혀낼 수도 있습니다.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혁신적인 방식으로 건강의학 뉴스를 기획해볼 수 있게 됩니다.

 

센서 저널리즘은 분명 저널리즘에 기회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기자의 데이터 갈증을 해소해줄 뿐 아니라 비용과 물리적 한계로 시도하지 못했던 데이터기반 저널리즘을 비교적 간편한 방식으로 구현할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정부가 감추거나 제공하지 않았던 데이터를 언론사가 직접 측정함으로써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폭로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 센서 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의 데이터 독립선언이라는 의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먼저 풀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누가 센서용 하드웨어를 조립하고 코딩을 할 것인가, 그것은 기자의 몫인가, 외부 개발자의 몫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내려야 합니다. 쉬운 듯 보이지만 답변하기 곤란한 문제들입니다. 게다가 장기간 취재를 용인하지 않는 편집국 문화도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본질적 변화 없이는 매미 추적 프로젝트와 같은 센서저널리즘은 해외 뉴스 웹 사이트 속 구경거리에 불과할 뿐입니다.

 

참고자료

·Fergus Pitt(2014). Sensor and Journalism. Columbia Journalism School. p.17~18.

·http://project.wnyc.org/cicadas/

·http://towcenter.org/research/sensors-and-journal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