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7. 15. 09: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혹시 지금 읽고 계신 책이 있는지요?”
아니면,
“읽고 싶은 책이 있는지요?”
만약 당신이 위 질문에 하나라도 답할 수 있다면, 당신은 그래도 독서에 관심이 있는 사람입니다. 독서에 관한 비관적인 통계가 워낙 많이 나와서 한번 쯤 질문해 봅니다.
줄어드는 독서량과 독서율
2013년 우리나라 국민의 연평균 독서량은 9.2권이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 성인 1년 독서량 조사 결과를 보면, 2008년에는 일 년에 11.9권 읽은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그 후 2009년 10.9권, 2010년 10.8권, 2011년 9.9권이었습니다. 점점 종이책을 읽지 않는 다는 것이 한눈에 보입니다.
OECD조사에 의하면, 미국 사람은 한 달에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 중국 2.6권을 읽었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은 1.3권을 읽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국제연합 회원국 192개국 중 166위랍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4년 생활시간 조사’ 결과를 보면, 만 10세 이상 국민이 교과서 등 학습시간을 제외하고 책을 읽는 비율은 평균 10.0%라고 합니다. 평일에는 9.7%가 독서를 하고, 토요일 10.2%, 일요일 10.9%가 독서를 합니다. 이것은 5년 전에 비해, 평일은 1.6%, 토요일은 3.0%, 일요일은 3.2%가 감소한 것이라 합니다.
우하향 곡선을 그리는 서적 구입비
2015년 1/4분기 가계 동향에서 보면, 서적 구입비용은 2만 2100원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전년 동기에 비해 8.0%, 실질 증감률로는 12.1%가 감소한 것으로 2003년 조사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림에서 보듯이, 월평균 서적 구입비는, 다른 문화오락비는 모두 우 상향 곡선을 그리는데 반해 , 유독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자료: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가계동향조사
대학생의 도서관 대출 권수 감소와 공공도서관 실태
그런가하면, 가장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대학생들의 대학 도서관 1인당 연간 대출 횟수는 3년째 감소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2014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2012년 대출 권수가 1인당 9.6권이었으나, 2013년 8.7권으로 감소했고, 2014년에는 7.8권으로 급감했습니다.
공공도서관 수는 OECD국가 중 가장 하위권에 있습니다. 201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수는 759개인 반면, 미국은 9,221개, 독일 8,256개, 영국 4,517개, 프랑스 4,319개, 일본은 3,196개였습니다. 공공도서관 당 인구수를 보면, 독일은 9,902명이지만, 우리나라는 6만 6,556명이었습니다. 엄청나지요?
이와는 대조적인 스마트 폰 사용시간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가 실시한 2014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1일 평균 이용시간은 전년 1시간 3분에서 1시간 17분으로 14분 늘어났습니다. TV 시청시간은 2시간 52분으로 전년(3시간 07분)보다 15분 줄었습니다. 매체를 주5일 이상 이용하는 비율에서도 스마트폰이 유일하게 증가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구글이 세계 56개 나라 40여만명을 대상으로 한 ‘컨슈머 바로미터’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이용자 88%가 ‘휴대전화로 매주 검색한다’고 응답해 73%인 중국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습니다(YTN.2015.07.03.). 가히 스마트폰이 매체를 통일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참담한 신문 헤드라인
실태가 이렇다보니, 신문의 헤드라인들도 참담합니다. “가구당 도서구입비 역대 최저, ‘사라지는 독서문화’”(중앙일보, 2015,05.28), “책 안 읽는 한국인... 독서 하루 평균 6분, TV앞에선 2시간 이상”(한국경제, 2015.06.30.), “대학 도서관 1인당 연간 대출 횟수 3년째 감소세”(문화일보 2015.03.08.), “공공도서관 수 OECD 중 꼴찌...”(인크루트, 2013.01.29.).
이런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독서계와 출판계는 암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책 읽는 독서량과 독서 시간, 도서구입비 등이 모두 하락하고 있는데, 무엇을 생각하냐고 반문하시겠지만, 저는 이러한 통계의 조사방법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강조하고 싶습니다.
책의 변화
원래 책이라는 것은 유네스코기준으로 표지를 제외하고 49쪽 이상의 인쇄된 비정기간행물을 말합니다. 오늘날에는 책이라는 것이 디지털화되고 있어서, 그 의미가 변하고 있습니다. 책의 콘텐츠가 분절되고 해체되고 있습니다. 신문이나 잡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의 단원들이 스크린 상에서 분책화되고 있으며, 기사는 신문지면과 잡지로부터 해체되어 모두 개별 기사가 독립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과 글을 읽는 다는 것
또한 ‘한 권의 책을 읽는 다’는 의미의 독서와 ‘글을 읽는다’는 의미의 독서는 구별되어야 합니다. 앞서 살펴본 자료에 의하면, 요즘 사람들은 온통 스마트 폰에 빠져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스마트 폰에서 독서는 한권의 책을 통째로 읽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분절되고 해체된 콘텐츠 하나하나를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SNS를 통한 읽기의 경우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쇄된 책이나 이북처럼 통일된 한권의 책은 적게 읽을지 모르지만, ‘글을 읽다’라는 의미의 독서는 증가한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바람직한 독서조사의 방향
이런 측면에서 독서조사의 방향이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 몇 권을 읽었는가에 대한 조사와 병행해서, 몇 페이지를 읽었는가를 조사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적어도 하루 몇 페이지 정도를 읽었는지를 조사한다면, 보다 정확한 독서 조사가 될 것입니다.
둘째, 몇 페이지를 읽었는가와 더불어 몇 건의 챕터나 기사를 읽었는가를 조사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읽었다’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책을 반드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스토리 전개가 중심인 문학류는 다소 예외이긴 하지만, 필요한 부분만 읽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독서시간을 측정하는데 있어서도 책 읽는 시간만을 측정할 것이 아니라 ‘글 읽는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 보다 과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과 스마트 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글’을 읽습니다. 청소년들은 웹툰이나 장르문학을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독서는 전통적인 조사방식에 의하면, 정확하게 측정되지 않는 단점이 있습니다.
디지털 세상이 문자 매체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제는 디지털 미디어에 걸 맞는 독서조사 방법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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