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6. 9. 18: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영자신문 읽기
양승진, 코리아헤럴드 기자·주니어헤럴드 에디터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다.’ (Float like a butterfly, sting like a bee.)는 매우 유명한 말입니다. 최근에 이 인용구가 신문에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슬프게도 이 말을 한 미국의 전설적인 헤비급 복서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가 6월 3일 별세했기 때문입니다.
▲ 뉴욕타임스의 무하마드 알리 부고 기사
화면 상단에 연관
특집 기사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알리의 삶에 대해서 4천500단어가 넘는 엄청나게 긴 특집 기사로 그의 생애를 조명했습니다. 보통 스트레이트 기사가 400단어인 것을 고려하면 거의 10배가 넘는 길이의 기사입니다.
오늘은 이런 '부고 기사(obituary)'라는 장르에 관해서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누구나 죽음은 피해갈 수 없지요. 신문에서는 특히 사회적인 인지도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보통 '뉴스메이커(Newsmaker)'라고 부릅니다) 사망했을 경우 부고 기사를 써서 출고합니다. 신문의 다양한 분야 중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장르(genre)입니다.
일단 위의 소설과도 같이 긴 부고 기사에 대해서 의문이 생기지 않나요? 사망한 시점과 기사가 나온 시점이 매우 짧은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저렇게 긴 분석기사가 바로 나올 수 있을까요? 비밀은 바로 사전 준비에 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나이가 많은 주요 인물에 대해서 미리 부고 기사를 준비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몇 시간 만에 긴 기사를 쓸 수 없기 때문에 중요한 인물의 경우 담당 기자를 지정해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사전 조사하고, 인터뷰하고, 기사를 최대한 미리 작성합니다. 어떻게 보면 죽을 것을 예상해서 기사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가혹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부고 기사가 가진 속보성과 인물에 대한 자세한 정보에 대한 독자의 수요가 겹쳐져서 이런 관습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2008년 8월에는 이렇게 미리 부고 기사를 준비하다가 큰 사고가 납니다. 바로 미국 경제뉴스 통신사인 블룸버그(Bloomberg)가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 부고 기사를 실수로 게재해서 큰 파문이 일었지요. 실제 스티브 잡스는 2011년 10월에 사망합니다. 이렇게 미리 준비하는 부고 기사는 자칫 큰 뉴스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대다수의 언론사가 주요 인물들에 대해서 미리 부고 기사를 준비한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의 경우 품격 있는 부고 기사로 유명합니다. 제 주변의 영어원어민 지인은 이코노미스트(Economist)에서 제일 먼저 읽는 부분이 바로 부고기사라고 할 정도로 기사의 내용이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위키피디아 '부고 기사(obituary)' 정의
An obituary is a news article that reports the recent death of a person, typically along with an account of the person's life and information about the upcoming funeral. (※출처 : 위키피디아)
위키피디아의 obituary의 정의는 "한 인물의 최근 죽음에 대한 뉴스 기사로, 보통 인물의 삶에 대한 설명과 장례식에 대한 정보를 포함한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핵심은 '인물에 대한 설명'인데 문제는 인물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뉴스메이커(newsmaker)에 해당하는 유명한 인물은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흩어져 있어서, 중요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단시간에 모으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치 전기(biography)를 쓰는 작가처럼 기자는 해당 인물에 대해서 가장 중요한 정보를 모아야 하는 것이 큰 어려움이지요. 그리고 독자들에게 해당 인물에 대한 삶을 저널리즘에 입각해서 묘사하고 서술하는데, 여기서 또 쉽지 않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고인에 대해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내용을 쓰는 것도 고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알리에 관한 부고 기사는 현재 엄청나게 많이 나와 있습니다.
▲ 구글 뉴스 "Muhammad Ali dies" 검색 화면
"Muhammad Ali dies"로 구글 뉴스에서 검색했을 때 560만 건 이상이 검색됩니다. 물론 이 중에는 다른 부고 기사가 들어 있을 수 있지만, 검색결과의 상단을 살펴보면 상당히 많은 기사가 생산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다독다독 독자 여러분도 알리의 부고 기사를 찾아서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기사에 많이 나오는 표현을 정리했으니 한번 가볍게 살펴보시고요.
three-time heavyweight boxing champion : 3차례 헤비급 복싱 챔피언
- legendary boxer : 전설적인 복서
- 기사에서 'famous boxer'라는 표현보다는 'legendary'라는 단어가 정말 많이 쓰입니다. 그만큼 Ali는 대중에게 많은 인상을 남긴 선수라는 느낌이 듭니다.- His death was confirmed by a family spokesman.
- 그의 죽음은 가족 대변인에 의해 확인되었다.- suffer from Parkinson’s disease : 파킨슨 병을 앓다
- 알리는 복싱계에서 은퇴한 뒤에 파킨슨 병에 걸렸고 30년 이상 투병했습니다. 진행형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하고 인식 장애 및 언어 장애까지 발생하는 심각한 병입니다. 알리는 1996년 파킨슨병 투병 중에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개막식에 성화 점화자로 등장해 전 세계인들을 감동시켰습니다.- unorthodox boxing style : 특이한 복싱 스타일
- athletic gift : 천부적인 운동신경
- self-confidence : 자신감
- 전성기 시절 넘치는 자신감으로 유명했습니다- He entertained as much with his mouth as with his fists. : 주먹만큼이나 입으로도 즐거움을 주었다.
- 알리의 입담이 거칠면서도 나름 특이했기 때문에 링 밖에서 그가 한 발언들은 언론 보도가 많이 되었고, 인구에 회자되었습니다.His refusal to be drafted during the Vietnam War. : 베트남 전쟁기간 징집을 거부
- 알리는 징집을 거부한 결과 링에서 추방당합니다. 개인적인 손해가 엄청나게 컸지만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conversion from Christianity to Islam : 기독교에서 이슬람으로 개종
- 알리는 원래 카시우스 클레이(Cassius Clay)란 이름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슬람으로 개종하면서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로 개명하게 됩니다.
위의 10개의 표현 말고도 알리의 부고기사에는 좋은 표현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문화적인 배경지식에 해당하는 것도 많아서 꼭 찾아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알리는 평소에 그 자신을 'the Greatest(최고)'라고 불렀습니다. (Ali called himself the Greatest).
미국 공화당의 대통령후보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최근 유세 현장에서 흑인 방청자에게 'greatest'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Oh, look at my African-American over here," he said while pointing into the crowd. "Look at him. Are you the greatest? You know what I'm talking about? OK!"
흑인인 알리가 자신에게 사용하는 'greatest'를 본인의 유세현장에 온 흑인에게 사용한 것이죠. 'greatest'와는 별도로 위의 인용문은 'my African-American(내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는 표현이 마치 자기 수하에 있는 사람처럼 비하하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영자신문 기사를 통해서 인물 및 문화적인 배경지식을 알게 되면 다른 기사를 읽을 때 관련 표현이 나올 때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 코리아헤럴드 캡처화면
부고 기사는 사람의 인생을 하나의 기사로 종합합니다. 알리의 기사를 읽으면서 그의 위대한 생애에 감탄하면서도 그가 겪은 고통의 시간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관련 기사를 보면 알리에 대한 기억은 대중에게 오래 기억 될 것 같습니다. 위의 코리아헤럴드 웹사이트 오른쪽 하단에 표시한 'He will never die (클릭)'라는 기사를 읽어보세요.
오늘은 영자신문 기사의 한 장르인 부고 기사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부고 기사(obituary)'라는 단어를 보면 어떤 인물이 무슨 삶을 살았는지 생각하며 기사를 읽어보시기 권합니다.
[활용 자료]
위키피디아, 'Muhammad Ali'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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