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영자신문 기사 쓰기가 '어렵다'?

2016. 5. 26. 11:00다독다독, 다시보기/영자신문 읽기


양승진, 코리아헤럴드 기자·주니어헤럴드 에디터



편하게 누워서 휴대폰으로 웹툰을 보면 어떤가요? 머리가 지끈거리거나 온몸이 쑤시거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까요? 제 예상은 대다수에게 즐거운 경험이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부담이 적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내일 볼 시험문제 내용이 적혀있는 책을 읽으면 어떻게 될까요? 그것도 매우 어려운 내용이 가득 들어있는 문장들입니다. 문장도 길고 복잡합니다. 게다가영어 문장들입니다아마 누워서 읽더라도 고통스러워서 데굴데굴 방안을 굴러다닐 듯 합니다. 정신적으로 매우 피곤하고요.

 

그런데 역설적으로 어렵고 복잡한 문장을 읽거나 쓰게 되면, 게다가 외국어로 그 문장을 해독하거나 하면 우리의 뇌에게는 매우 좋은 이 됩니다. 힘들기는 하지만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하네요. 같은 조건에 있는 수녀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일기를 조사했는데 복잡한 문장을 즐겨 사용한 수녀들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았다고 합니다. 반면 단순한 문장을 쓴 수녀들은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이 높았습니다. 심리학자, 뇌과학자들은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나이가 들어도 되도록 정신적으로 도전이 될 만한 활동을 많이 하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자신의 평균적인 이해도를 약간 웃도는 책을 이해하면서 읽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외국어를 배우면서 새로운 표현을 암기하고 사용하는 것도 치매를 예방하는 아주 좋은 방법으로 추천되지요.

 

그런데! 간단한 문장과 복잡한 문장의 좋고 나쁨을 이렇게 쉽게 구분하는 것이 좀 어색하지 않나요? 짧고 단순한 문장은 과연 절대적으로 나쁜 것인가요?

 

영자신문 기사작성법의 원칙에는 되도록 최소한의 단어를 사용해서 간결하게 기사를 쓸 것이 꼭 포함됩니다. 복잡하고 긴 문장은 독자가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되도록 단순한 [주어+동사+목적어] 구조를 사용하고 어려운 단어보다는 일상적으로 많이 접하는 쉬운 단어를 많이 사용하라고 권장합니다. 그렇다면 영자신문을 읽는 것은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쉬운정신활동이라는 것인가요?

 


#영자신문의 난이도


영자신문은 기사는 쉽게 쓰려고 해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중급 수준의 영어단어가 사용된 기사도 실제 읽어보면 상급의 난이도를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왜일까요바로 내용이 새롭거나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신문기사는 기본적으로 새로운 사실이나 정보를 제시합니다.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선택하고 간단한 문장구조를 선택하더라도 서술하는 내용 자체가 생소하면 난이도가 급격하게 올라갑니다위에서 언급한 영자신문 기사 작성법 원칙에서 되도록 쉽게 써라라는 것은 내용상으로 어려울 수 있는 기사를 일부러 어려운 표현을 골라서 넣고 문장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라는 것이죠국문신문도 문장의 수준은 중학생이 알아들을 수 있게 작성해야 한다는 말을 기자와 에디터들이 많이 합니다. 하지만 복잡한 국제분쟁이나 경제분석 기사를 그렇다고 해서 중학생이 쉽게 이해하지는 못하지요여기서 우리는 2가지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영자신문의 단어와 문장구조는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다. 따라서 글쓰기의 교본으로 참고하기에 좋다.

한정된 지면에 최대한의 정보를 압축해서 써야 하는 영자신문의 문장들은 군더더기가 적습니다. 핵심만 최소한의 단어로 표현해 놓은 경우가 많죠. 이런 압축이 잘 된 문장을 많이 읽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이해하기 쉽게 영어로 표현하는데 도움을 줍니다영자신문의 문장구조는 일반적으로 간단합니다. 물론 문장이 긴 경우도 종종 보이지만, 구조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이렇게 정돈되게 영문을 쓰기가 사실 매우 어렵습니다. 읽으면 술술 읽히기 때문에 쉬운기사라고 착각하기 쉬운데, 막상 특정한 사안에 대한 보도자료와 기존 기사를 정리해서 간결하고 간단하게 정리해서 영문기사를 작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기술입니다.

 

둘째, 영자신문 기사의 내용을 해독하는 것은 정신적 에너지 소모가 크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 이슈가 다양하게 분석되는 기사를 읽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배경지식이 축적되어야 합니다. 기사를 읽으면서 이런 시사 배경지식이 쌓여가지만, 이제 막 영자신문을 읽기 시작한 청소년의 경우는 대부분의 기사가 새로운 내용이라서 어렵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계속 꾸준히 읽어 나가면 기사의 내용은 주기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다양한 분야의 시사상식이 축적됩니다. 이런 배경지식이 넓어지면서 기사의 이해도가 높아지게 되고 독해 속도도 빨라집니다요약하면 영자신문을 통해서 접하는 새로운 정보는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가 크지만 그만큼 뇌에 좋은 작용을 하는 것이며 진정한 학습이 일어나는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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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가지 측면 외에 중요한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영어로 기사를 읽는 것이지요.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정신적 에너지 소모가 가장 큰 활동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뇌로 하여금 정말 열심히 일을 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


 

쉬워 보이는 기사작성 능력은 갖추기 어렵다!

 

최고급 영어문장을 쓰는 것으로 정평이 난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를 읽어보면 의외로 어려운 단어가 많지 않습니다. 문장의 평균 단어수도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대학생이 쓰는 학교 영작문 과제가 문장당 평균 단어수가 더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독해 측면에서 보면 매우 어렵습니다. 일단 내용이 복잡하고 어렵거나 기본적인 상식을 넘어선 어느 정도 심화된 교양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쉽고 짧은 문장도 많지만 도치가 되어 있거나 수사학적으로 세련된 문장구조도 종종 나옵니다. 일견 쉬워 보이지만 막상 그렇게 쓰기는 매우 어려운 문장들이 넘쳐납니다.

 

국내 성인 대상의 영자신문인 <코리아헤럴드>나 초중등 독자를 위한 <주니어헤럴드>를 보면 평균적인 문장의 길이나 단어가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이해하려면 배경지식이 필요하고, 쉬워 보이는 문장들을 막상 비슷하게 본인이 기사체로 써보려고 하면 어려움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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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영자신문반에서 직접 신문을 만들어 내는 학생기자의 경우 처음에 이런 쉬움과 어려움에 대한 개념이 모호할 수 있습니다. 영자신문기사의 문장은 무조건 어렵고 복잡하다, 라고 생각하거나 되도록 동의어 사전에 어려운 단어를 써야 멋있는 기사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학교에서 영자신문 발행에 참여하고 있다면 다음과 같은 측면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1) 영자신문 기사는 되도록 쉽게 써야 한다. 하지만 쉽게 쓰는 기술을 익히기는 어렵다.

2) 길고 복잡하고 어려운 단어보다는 짧고 단순하고 쉬운 단어를 되도록 사용한다.

3) 일부러 동의어 사전에서 어려운 단어를 찾아서 기사를 쓰는 것은 나쁜 습관이다.

4) 영자신문에서 다루는 내용이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단어와 문장구조를 단순하게 가져나는 것이다.

5) 복잡한 내용을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서 논리적으로 쓰는 것은 어렵지만 보람 있는 과정이다.

6) 영자신문의 표현은 압축적이고 간결하기 때문에 영작문 기술을 습득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7) 영자신문을 읽는 것은 정신적인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훈련이지만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기사 독해를 통해 영문 독해력이 점진적으로 향상된다.


영자신문은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은 영어학습 자료이면서 동시에 살아있는 시사상식과 배경지식을 습득하는 좋은 도구입니다. 다독다독 독자분들도 이제 영자신문 기사를 읽으면서 간결하고 유용한 표현을 많이 습득하고 다양한 정보도 함께 가져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