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독서의 즐거움

2016. 9. 1. 15:00다독다독, 다시보기/읽는 존재



조영표, 도서관에 사는 남자


#‘책 읽을 시간이 없어요’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종종 사람들을 만나면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묻곤 한다.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요즘은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못 읽고 있어요"라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학생일 때는 공부와 취업 준비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고, 직장을 다니면 일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책 읽을 시간은 없으면서 텔레비전은 챙겨보고, 재밌다는 영화는 꼬박꼬박 챙겨본다. 


과연 우리는 책 읽을 시간조차 없는 걸까? 아니면 책 읽을 '마음'이 없는 건 아닐까?



#틈새 독서의 즐거움


독서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독서는 마음의 양식을 쌓게 해준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마음의 양식을 쌓으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독서가 고상한 취미라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에 취미로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아닐까 싶다. 독서는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고상한 취미가 아니다.


독서는 오아시스와 같다.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어둡고 막막한 세상 속에서 찰나의 행복과 즐거움, 그리고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틀에 박힌 일상 속에서 소설을 통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도 살아볼 수 있고, 풀리지 않던 인생의 고민을 해결할 수도 있다. 

굳이 책에서 지식이나 지혜를 얻지 않더라도 틈새 시간을 활용한 독서를 통해서 흥미로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드라마나 영화보다도 더 풍부한 상상의 공간을 경험할 수도 있고,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휴식을 경험할 수 있다..


꼭 몇 시간씩 책을 읽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날 때, 적어도 10분의 독서만으로도 우리는 오아시스를 경험할 수 있다.



#책을 펴는 그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책을 읽으려면 무조건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꼭 독서를 그런 곳에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니며 짬이 날 때마다 책을 꺼내 읽으면 된다. 책을 펴는 그곳이 바로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내 가방에는 항상 최소 한 권 이상의 책이 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 볼 시간만 있다면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는다. 지하철을 타고 자리에 앉으면 책부터 꺼내고, 약속장소에 일부러 일찍 도착해서 카페나 서점에 가 책을 편다.


하지만 직장에 다닐 때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읽을 수 없었다. 녹초가 된 상태로는 책이 결코 재미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근시간보다 두 시간 먼저 출근해서 책을 읽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30분 정도 책을 읽다 잠드는 것은 하루를 개운하게 마무리 해주었다. 덕분에 매일 저녁 하루를 풍족하게 보낸 느낌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책은 시간과 장소가 중요하지 않다. 책을 읽고자 하는 마음과 습관이 중요하다.



책을 읽는 이유


왜 이렇게 틈나는 시간까지 활용해 책을 읽어야 할까? 사실 책을 읽는다고 단번에 성공한다거나 인생이 바뀌는 건 아니다. 책을 읽지 않던 사람이 책을 한 권 읽어보면 앞으로의 인생이 바뀔 것 같은 느낌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실제 책 한 권으로 눈에 띌 정도로 인생이 바뀌는 사람은 보기 어렵다.


사막을 가본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물도 떨어지고 음식도 떨어진 상황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을 것이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더라도 그 시원함은 가늠해 볼 수 있다.


독서란 그런 것이다. 사막을 거닐다 오아시스를 만나는 기분. 삭막하고 차가운 세상을 살아가는 도중에 따듯함과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 바로 독서를 통해 가능하다는 말이다. 꼭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자기 분야의 지식을 쌓기 위해, 상식을 쌓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이렇게 사막 속에서 오아시스를 만나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다.


꼭 남들이 좋다는 책을 읽을 필요도 없다. 한 번에 다 읽어야 할 필요도 없다. 그저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잠깐이라도 손이 갈 때마다 꺼내들면 된다. 책을 읽는 이유는 사막 한가운데서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즐거움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