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황

2018. 1. 25. 11:00특집

미국은 일찍이 1920년대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태동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런 미국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분야에서 최근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을 꼽으라면 역시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라 할 수 있다. 미국에서 뉴스 리터러시가 태동한 과정과 향후 발전 가능성을 짚어본다



홍원식(동덕여자대학교 교양교직학부 교수)


미국은 일찍이 영화 산업이 처음 등장한 1920년대부터 이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태동했을 정도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미국 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흐름은 미디어 산업의 거대 자본 권력으로부터 강요되는 인지적 왜곡과 이에 대한 비판적 이해에 주목하는 ‘보호주의적 패러다임’, 이용자들이 사회 참여와 자신의 필요에 맞게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 배양에 초점을 두고 있는 ‘역량 강화 패러다임’으로 크게 양분된다. 하지만 긴 역사만큼이나 이러한 분류법으로 쉽게 요약하기 어려울 만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다양한 분야에서 각기 다른 요구와 관심을 갖고 발전해 왔다고 할 만하다.


르네 홉스(Renee Hobbs) 로드아일랜드대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이 속에서 합의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원칙적 방향성을 수립해가는 모습을 하나의 커다란 천막 아래 여러 가치와 교육 목표가 공존하는 ‘빅텐트’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러한 미국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빅텐트 속에서도 최근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을 꼽으라면 역시 뉴스 리터러시 영역이다.


<사진 출처 : Nieman Foundation(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언론인 전문 연수 기관)>


언론인이 주도하는 뉴스 리터러시

뉴스 리터러시 영역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라는 빅텐트의 중요한 일부이기도 하지만, 여러 면에서 지금까지의 다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는 상당한 차별성을 갖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가장 큰 차이점은 기존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주로 교육학과 언론학을 중심으로 한 교육계의 주도로 이뤄져 온 반면, 뉴스 리터러시의 경우는 언론사들이 주도하거나 현직 언론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연계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뉴스데이 편집자 출신의 뉴스 리터러시 센터 창설자 ‘하워드 슈나이더’(왼쪽)와 LA타임스 조사전문 기자인 뉴스 리터러시 프로젝트 창설자 ‘앨런 밀러’(오른쪽). <사진 출처 : 스토니브룩대 홈페이지, 뉴스 리터러시 프로젝트 홈페이지>


현재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기관을 꼽자면 스토니브룩대에 있는 ‘뉴스 리터러시 센터(Center for News Literacy)’와 ‘뉴스 리터러시 프로젝트(The News Literacy Project)’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스토니브룩대의 뉴스 리터러시 센터를 창설한 하워드 슈나이더(Howard Schneider) 교수는 뉴스데이 편집자 출신이고, 뉴스 리터러시 프로젝트는 2008년 LA타임스 조사 전문 기자인 앨런 밀러(Alan C. Miller)가 만들었다. 또한, 두 기관은 모두 전현직 언론인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각주:1] 즉, 전현직 언론인들이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언론사와 언론인들이 적극적으로 뉴스 리터러시를 주도하고 있는 배경에는 디지털 플랫폼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그 속에서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있는 유사(?) 저널리즘에 대한 기존 뉴스 미디어의 위기감과 경계심이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뉴스 리터러시 센터 설립자 슈나이더는 2005년 많은 학생들이 모든 뉴스에 심각한 편향성이 있다고 생각해 볼 필요가 없다고 느끼거나 언론사 간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모든 언론을 똑같이 믿고 있는 것에 충격을 받아서 뉴스 리터러시 교육과정을 설립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각주:2]


이렇게 언론사와 언론인들이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주도하는 것은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단순히 뉴스 소비자 보호뿐만이 아니라 날로 악화되고 있는 뉴스 생태계 전체의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는 뉴스 생산자의 자발적 인식에서부터 출발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의 성장은 이러한 인식이 나타난 직접적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뉴스 리터러시 센터는 현재 디지털 시대가 저널리즘 관점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네 가지 요소를 갖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 첫째는 정보의 폭발적 증가 때문에 무엇이 믿을 만한 정보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 구분이 어렵다는 점이다. 둘째, 새로운 정보기술에 의해 과거처럼 권위 있는 정보원이 아니더라도 잘못된 정보를 쉽게 확산할 수 있게 됐다. 셋째, 속보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서 확인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가 유통될 가능성이 커졌다. 넷째,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선입견과 잘못된 신념을 강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뉴스 전반의 신뢰 하락을 가져오고 나아가서 민주주의 전반의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 뉴스 리터러시를 주도하는 언론인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우려·경계의 목소리도 있어

이렇게 뉴스 생산자들이 직접 뉴스 리터러시 교육을 주도하는 모습은 일반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영역이 미디어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원적 구분을 바탕으로 여전히 강력한 보호주의적 패러다임 속에서 미디어 생산자로부터 일정한 거리두기의 경향[각주:3]을 갖는 것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차이를 담고있는 것이다.


뉴스 리터러시 프로젝트 페이스북 페이지 배경 이미지. <사진 출처 : 뉴스 리터러시 프로젝트 페이스북>


때로는 바로 이러한 차이점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 영역 내에서도 뉴스 리터러시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타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뉴스 리터러시에 대해서 다소 비판적 견해를 갖고 있는 홉스[각주:4]가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진정한 의미의 리터러시 교육이 아니라 저널리스트의 시각에서만 뉴스를 다루거나 또는 존재하지도 않는 이상적 저널리즘을 칭송하는 교육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하는 대목에서 기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뉴스 리터러시 교육의 미묘한 경계점을 엿볼 수 있다.[각주:5] 요약하자면, 보호주의 패러다임의 관점에서 보면 뉴스 리터러시는 대표적인 역량 강화 패러다임의 일부 영역으로 미디어 소비자의 관점에서 비판적 이해를 도모하기보다는 제작자의 관점에서 낭만적 시각을 갖게 하거나 제작 영역을 강요하는 기술주의적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뉴스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일부의 우려 섞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뉴스 리터러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토니브룩의 뉴스 리터러시 센터는 15주의 교육 프로그램 과정을 설립한 지 5년 만에 1만 명이 넘는 학생이 등록을 했고, 미국 내 50여개 대학에서 일명 스토니브룩 모델로 불리는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뉴스 리터러시 강의를 개설하고 있다. 또한, 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뉴스 리터러시 프로젝트도 기존의 오프라인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온라인 프로그램도 개발하여 수만 명이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밖에도 산타클라라대의 ‘트러스트 프로젝트(The Trust Project)’를 포함하여, 미국언론연구소(American Press Institute)와 포인터연구소(Poynter Institute)도 각각 자신들의 뉴스 리터러시 프로젝트를 개설하는 등 여러 가지 시도가 왕성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한 것은 바로 2016년 대선 과정에 나타났던 가짜 뉴스 논란이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범람했던 가짜 뉴스들이 실제 선거 결과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나타나며, 각 주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정규 교육과정의 일부로 더욱 강화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각주:6] 워낙 주별로 교육과정과 체계가 상이하여 이를 단정적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대선 과정에 나타난 가짜 뉴스 논란을 계기로 동시에 여러 주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시켜야 할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현재 언론인들이 주도하고 있는 뉴스 리터러시가 어떻게 결합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대목이다.


정규 교과 발전 가능성 높아

뉴스 리터러시와 별개로 이미 미국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오랜 역사 속에서 중등교육(K-12)의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이에 접근하기 위한 교육 도구와 체계를 갖추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 정규 교육과정의 커리큘럼을 만들고 교사와 학생들을 위한 교육 도구를 표준화하는 등의 노력이 계속되어 온 것이다. 이는 기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교육계와의 깊은 연관 속에서 발전해왔다는 점을 인식하면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뉴스 리터러시의 경우는 교육계보다는 언론인들의 영역에서 발생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초중등 교육과정에 접목할 수 있는 노력들은 아직 충분치 않은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주 관심사가 가짜 뉴스를 계기로, 뉴스와 민주주의의 관계, 사실과 의견의 구분, 팩트체크 등 저널리즘의 문제들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뉴스 리터러시가 현재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어떠한 형태로든 접목될 가능성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발맞추어 뉴스 리터러시 센터와 뉴스 리터러시 프로젝트 등 뉴스 리터러시 단체들도 교사들을 위한 가이드와 성과 평가를 위한 테스트 도구 등 다양한 교육 도구[각주:7]를 마련하는 한편, 교사들을 위한 교육 기회를 확장하는 등 초중등 교육과정으로 연결하기 위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미국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오랜 전통을 감안하면 스토니브룩에서 구체화되기 시작한 뉴스 리터러시는 아직 채 10년이 되지 못한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고 할 만하다. 향후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과연 어떻게 발전하고 체계화될 수 있을 것인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다만, 일상적 정보의 범람 속에서 더 정확하고 객관적인 뉴스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전체 미디어 리터러시의 ‘빅텐트’에서 이 영역이 향후 더욱 중요하게 자리 잡을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1. 이정훈(2012). 뉴스 리터러시: 새로운 뉴스교육의 이론적 탐색. 스피치와 커뮤니케이션, 참조 [본문으로]
  2. Beyerstein. L. (2014) Can news literacy grow up? CJR, 10/2014. [본문으로]
  3. 1990년대 중반, 미디어 기업의 후원을 받아도 되는가에 대한 문제 때문에 대토론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미디어 리터러시 협회가 ACME(Action Coalition for Media Education)와 NAMLE(National Association for Media Literacy Education) 두 개의 그룹으로 분화되기까지 했던 점을 대표적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Hobbs & Jensen, 2009). [본문으로]
  4. Hobbs. R. (2011). News Literacy: What Not to Do. Nieman Reports. 6/9/2011. [본문으로]
  5. 홉스는 “뉴스 리터러시가 현재는 사라져버린 과거 (저널리스트의) 권위를 되살리기 위한 애절한 시도로 보는 의심”도 있다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News literacy vs. media literacy. 9/2014. CJR). [본문으로]
  6. 자세한 내용은 류동협(2017). “가짜 뉴스에 대응하는 미국의 미디어교육”, <미디어리터러시> 창간호. 참조. [본문으로]
  7. 정규 교육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평가 도구와 체계 구축이 중요한 요소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