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속 유튜브 활용 교육 사례

2018. 10. 24. 17:32특집

1인 미디어 전성시대다. 1인 크리에이터를 선망하는 청소년이 급증하였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청소년들은 좋은 콘텐츠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구분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이에 현덕초등학교에서 1인 미디어에 대한 교육적 접근을 위해 진행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제작 수업 사례를 소개한다




김영환(평택시 현덕초등학교 광덕분교장)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71월에 발표한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청소년의 26.7%가 인터넷 1인 방송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은 기존의 미디어 콘텐츠가 아닌 1인 방송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콘텐츠에 관심이 더 많았고, 주로 모바일을 통해 이것을 이용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현상을 뒷받침하듯 장래희망으로 유튜버, BJ(인터넷 개인방송 진행자) 등의 1인 방송 크리에이터를 꼽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실제로 1인 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청소년 유튜버를 다수 만나볼 수 있는데, 이들 중에는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1인 방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유튜브에는 대략 1분 동안 400시간 분량의 수많은 동영상이 올라오기 때문에 좋은 내용의 콘텐츠와 그렇지 않은 콘텐츠를 구분하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인기를 목적으로 다른 이의 사생활을 침해한다거나, 오직 재미만을 위한 자극적인 콘텐츠가 생산확산되면서 이를 따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1인 방송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범람하면서 우리 학생들이 잘못인지도 모른 채 나쁜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올해 4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는데, 반 아이 중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공유한 경험이 있는 아이가 5명이나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란 적이 있다(분교의 4학년 학생이 7명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비율이다.). 이 중 2명은 적극적으로 채널을 운영한 듯 보였는데, 한 아이의 채널을 살펴보니 먹방(먹는 방송)과 게임 소개 영상이 몇 개 업로드된 상태였다. 문득 궁금증이 들어 그 아이에게 물었다.

왜 영상을 만들었니?”, “유튜브에서 먹방을 보고 재밌어서 만들어봤어요.”

그 누구도 아이에게 영상을 촬영하거나 편집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 적이 없었다. 스스로 3학년 겨울방학에 영상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공유한 것이다. 그러나 4학년 초에는 더 이상 영상을 만들지 않고 있었다.

지금은 영상을 안 만드니?”, “무얼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만들어도 재미없고 시시해요.”

이처럼 아이들이 주로 보는 먹방과 게임방송을 흉내 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 결국, 아이들이 1인 미디어의 주요 소비자가 된 이상 교실에서 1인 미디어[각주:1]에 대한 교육적 접근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왜 가르쳐야 할까?

제작한다는 것은 무엇을 만들까?’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무엇에 대한 고민은 아이들이 현재의 1인 미디어 콘텐츠를 살펴보고, 스스로 그 내용을 판단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재미있을까?’, ‘도움이 될까?’, ‘필요할까?’ 등의 생각과 판단이 교차하면서 자연스럽게 1인 미디어 콘텐츠를 분석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1인 미디어 제작 교육은 아이들이 기존의 1인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분석할 기회를 제공하고, 사람들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1인 미디어 콘텐츠를 교실에서 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1인 제작 시스템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개인별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것보다 협업으로 제작하는 것이 훨씬 교육적 의미가 크다. 우리 교실에서는 1인 제작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모둠별 제작을 권장했다. 대신 2~4명의 학생으로 모둠을 구성했는데, 이를 통해 스마트폰이 없는 학생을 배려하고, 방관자도 줄일 수 있었다.

 

어떻게 가르칠까?

선생님, 나가서 찍어야 하는데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다 보면 교실 또는 학교 밖에 나가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결국, 촬영은 방과 후 학교 밖에서 해야 하는 과제가 된다. 이러한 장소 제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심을 둔 분야가 바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각주:2]이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기획촬영편집 모두 교실 내에서 할 수 있고, 주제에 제한이 없었다. 아이들이 상상한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그것이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교실에서 학생들과 미디어 제작 수업을 하기 위해 관심을 두었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었지만, 아이들의 창의적 작품을 만들어내는 훌륭한 도구가 되었다. 그러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제작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제작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기획한 내용을 그림으로 그리는 과정이 고되고, 촬영 사진(프레임)의 양이 많아 편집이 까다롭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발달하고, 촬영과 편집을 쉽게 할 수 있는 앱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어려움은 단숨에 해결되었다.



 

스톱모션(Stop Motion)앱은 캐릭터의 이동거리를 확인하면서 촬영할 수 있고, 촬영된 사진을 바로 편집할 수 있다

또한, 완성된 영상을 유튜브에 바로 업로드할 수 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 덕분에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촬영과 편집이 수월해졌지만,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비껴갈 수 없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제작 수업에서 아이들은 상상한 것을 나름대로 열심히 표현했지만, 세밀하게 잘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 때문에 보는 사람들이 제작 의도와 다른 반응을 보여 난감한 적이 있었다. 애니메이션 제작 수업의 역할이 아이들에게 단순히 상상의 통로를 제공하는 것에서 끝난다면, 수업을 마친 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기 어렵다. 때문에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관하여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해야 하고, 기획하는 방법도 알려주어야 한다.



 

디지털카메라와 실물화상기를 이용해 촬영을 진행해보았으나, 편집이 어려웠다반면, 스마트폰을 활용한 촬영은 아이들이 쉽게 편집을 진행할 수 있었다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한 촬영(), 스마트폰을 이용한 촬영()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제작 수업의 매 첫 시간에는 나와 내 주변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필자는 아이들이 나의 주변에서 소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데, 특히 친구와 관련지어 진정한 친구를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지도하는 편이다. 기획서는 꼼꼼하게 작성하기보다 모둠원의 다양한 생각을 담는 것이 중요하고, 여기서 결정된 이야기를 스토리보드에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스토리보드는 건물의 설계도와 같아서 구체적인 내용이 계획되어야 제작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스토리보드의 작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야기의 흐름과 캐릭터, 배경을 정하고, 그 모습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그림을 그릴 때 분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토리보드는 자세하게 작성하도록 지도했다.

아래 예시는 6학년 학생들이 진정한 친구를 주제로 제작한 <막아맨>의 기획서와 스토리보드다



<막아맨> 기획서


<막아맨> 스토리보드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상상하려는 성향을 가진 아이들에게는 디지털 미디어가 열정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통로가 되지만, 편하고 쉬운 방법만 찾으려는 아이들에게는 그들의 잠재력을 굳어지게 만든다[각주:3]고 말했다. 요즘 우리 반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을 시도하고 있다. 클레이, 레고, 종이 인형 등의 재료를 활용해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하고, 교과서의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만들기도 한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아이들의 상상력과 열정을 발산할 수 있도록 통로를 제공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유튜브에 공유된 애니메이션 작품은 아직 학교 내에서만 히트하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이 세상 사람들에게 필요한 1인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게 될 날을 기대한다.


<참고>




현덕초등학교 광덕분교장 학생들의 제작 영상 및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편집 방법은 

아래 <자세히 보기> 버튼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기>

 





 

  1. 1인 방송 또는 1인 미디어는 비슷한 의미로 통용된다. 하지만 ‘방송’의 의미를 진행자가 주도하는 방송 콘텐츠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본 글에서는 1인 미디어를 방송 콘텐츠를 포함해 다양한 장르(영화,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등)를 포괄하는 의미로 표현하고자 한다. [본문으로]
  2. 스톱모션 애니메이션(Stop motion Animation)은 정지하고 있는 물체를 1프레임마다 조금씩 이동하여, 카메라로 촬영하여 마치 자신이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여주는 영화의 일종이다. 스톱모션의 효과는 운동의 정지 그 자체가 시각적인 자극 효과를 가지며, 또 어느 순간의 움직임을 멈추게 함으로써 그 순간을 해명하거나 강조하는 데 이용된다. [본문으로]
  3. 하워드 가드너(2013), 앱제너레이션 p. 210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