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가 말하는 유튜브 이용법

2018. 11. 29. 17:09특집



남녀노소 불문하고 유튜버를 꿈꾸는 사람이 늘고 있으며, 스스로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 도전이 끊이지 않는다. 본 글에서는 최근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로의 도전을 시작해, 채널을 개국 필자가 유튜브 생산자로서 소비자에게 현명한 이용법을 소개한다.



황유선(전 중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전 KBS 아나운서)



아나운서와 작가의 말하기와 글쓰기

“방송사 아나운서 경력이 있으니 유튜브 한번 해 보는 게 어때?”

어느 날 지인이 불쑥 나에게 던진 제안이었다. 

‘난 나름 박사고, 대학교수도 했었고, 근데 유튜브? 내 영역이 아닌 것 같은데…….’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 유튜브가 대세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유튜브로 연간 수십억 원의 수입을 올리는 유튜버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인의 제안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유튜브 시장에서 내가 뭔가를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없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구세대인가보다.

그러나 현재 나는 유튜버다. 오로지 행복을 추구하고, 그 어떤 제약 없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며 지내고자 대학교수 자리를 박차고 나온 나에게 유튜브는 딱 적합한 채널이었다. 능력껏 실컷 일하고, 그로 인한 보상도 기대할 수 있다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미 미디어 지형은 1인 미디어, 조금 더 세부적으로는 유튜브를 중심으로 상당 수준 재편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명색이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직장생활을 했고, 그 뒤에는 뉴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던 나에게 유튜브는 충분한 도전 거리였다. 

유튜버가 된 지금, 나는 더 큰 자유를 만끽하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하다. 유튜브 채널을 개국하는 기간은 새로움과 흥분의 연속이었다. 먼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소재를 찾고, 지속 가능한 주제로 방향을 잡았다. 다음으로 나와 끝까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파트너인 이수연 작가를 만났다. 둘의 목표와 지향하는 바는 같았다. 말하기와 쓰기의 전문가였던 우리는 ‘황유선 아나운서와 이수연 작가의 비법전수’를 의미하는 <황이비전> 채널을 개국했다. 그리고 우리는 꾸준히 동영상을 올리며 가슴 벅찬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유튜버를 꿈꾸고, 대중은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소비한다. 앞으로 소개할 나의 채널 개국 경험담은 요긴한 유튜브 사용 팁이 될 것이다.


평범함 속에서 찾은 유튜브 감성

채널 개국을 앞두고 유튜브 세상을 탐구하던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무엇보다도,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들의 특징이었다. 한마디로 ‘유튜브 감성’은 달랐다. 영상에 기승전결이 필요하지 않았고, 갖춰진 스튜디오도 없었으며, 잘 짜인 극본은커녕 실수나 엉성한 진행이 더 자연스러웠다. 유튜버의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이용자들은 열광했다. ‘평범함’이야말로 유튜브 채널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감성이었다.

인기 유튜브 채널이 다루는 소재는 더더욱 신세계였다. 아직도 내게 생소한 콘텐츠는 단연 ‘ASMR’이다. ASMR 유튜버는 작게 속삭이거나, 단순한 생활 소음만 수십 분가량 들려준다. 비닐봉지 구기는 소리, 종이 만지작대는 소리, 나무 긁는 소리 등 예사로 넘길 법한 소리를 무한 반복한다. 나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온 ASMR이었지만, 이미 수백만 이용자들에게는 잠잘 때, 공부할 때 의지할 수 있는 콘텐츠였다. 인기 채널의 또 다른 단골 소재는 음식, 게임, 육아, 그리고 미용 등이었다. 모두 우리 생활에 밀접한 소재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대신 먹어주는 일명 먹방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으며, 아이와의 일상을 올리는 채널에도 수만 명 이상의 구독자가 몰려들었다. 바쁘고 외로운 현대인에게는 나와 남이 살아가는 모습, 삶의 다양한 양상을 공유하고 싶은 욕망이 잠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빈 공간을 유튜브가 파고들었다. 친근함, 통쾌함, 익숙함, 편안함 그리고 대리만족을 바탕으로 ‘힐링’을 추구한다. 리뷰 채널은 이미 정보의 보고가 되었다. 젊은 세대일수록 검색은 유튜브를 통한다. 화장품, 자동차, 전자제품 등 늘 곁에 두고 사용하는 물건의 사용법과 진솔한 상품평에 많은 관심이 몰리자 아예 유튜버들에게 홍보를 맡기는 회사가 늘고 있다.



필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황이비전> <사진 출처: 필자 제공>





말하기와 쓰기를 소재로 삼은 나 역시 ‘평범함’ 그리고 ‘힐링’에 중점을 뒀다. 가르치고 설교하는 영상은 배제하고 평범하게, 오랜 친구와 즐겁게 대화하는 모습으로 유튜브 감성에 다가가고자 했다. <황이비전> 채널을 구독하는 이들이 우리의 유쾌한 대화를 보면서 말하는 법, 쓰는 법을 저절로 익히고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힐링을 만끽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를 위해서 가끔은 말하기‧쓰기 주제와는 조금 동떨어진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도 담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이 있고, 그 답을 내가 알고 있다면 영상으로 내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친한 친구를 만난 것처럼 편안하게 이야기를 건네면 된다.

지금까지 관찰한 대로면 이런 평범함 속에서 치유의 감성이 전달되는 게 유튜브의 특성이다. 그래도 혹시 몰라 인기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영상 주제를 쭉 훑어봤더니, 역시나 채널의 정체성과 동떨어진 재미난 에피소드 영상이 많았다. 성공한 유튜버는 대세 미디어인 유튜브 감성을 본능적으로 알고 적응한 것이 분명하다.


꾸준함과 간단함 인기 채널 비결

형식 파괴가 당연한 유튜브 세상이지만, 한편으론 유튜버로 성공하기 위해 지켜야만 하는 형식도 있다. 바로 꾸준함과 간단함이다. 인기 유튜버가 되려면 적어도 일주일에 두 개 이상의 영상을 올리는 게 좋다는 불문율이 있다. 그러다 보면 구독자 수가 늘고, 조회 수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때가 온다는 것이다. 물론 이미 ‘성공한’ 유튜버들이 전하는 조언이다. 그들도 처음에는 관심받지 못하는 존재였지만 결국 꾸준함이 통했다. 새로 시작하는 유튜브 채널은 영상 길이가 짧아야 한다는 팁도 있다. 마니아층이 생기고 관심이 집중되기 전까지는 가볍게 보고 넘어갈 수 있는 짧고 쉬운 내용이 좋다는 이유다. <황이비전> 채널 역시 이 두 가지 형식을 소중히 지키고 있다. 성공 여부는 아직 진행 중이지만 말이다.


유튜브 속 자유를 의식하라

유튜브는 한계 없이 성장하고 있으며, 전 세계로부터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무섭게 쏟아져 나오는 중이다. 어마어마한 선택권이 이용자 손에 들려 있다. 그럴수록 유튜브 이용자는 더 현명해져야 한다. 유튜버로 성공하기 위한 노력도 대단하지만, 유튜브를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혜도 필요한 때다. 

유튜브 이용의 기준은 ‘자유’에 의존한다. 그러나 현명한 유튜브 이용을 위해 진정한 자유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불순한 의도가 담기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제작된 콘텐츠,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는 콘텐츠, 사고를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콘텐츠인지를 봐야 한다. 자유라는 가면 뒤에서 가짜 정보를 내뱉고, 무책임하게 남을 비방하고, 책임감은 망각한 채 오만한 권리를 자유라 외친다면 즉각 외면하길 권한다. 그때부터 유튜브는 우리의 자유를 옥죄는 굴레가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