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와 다양성’ 인정하는 미래형 인재 교육 추구해야

2022. 1. 24. 09:28특집

 

 

‘차이와 다양성’ 인정하는 미래형 인재 교육 추구해야

‘2022 개정 교육과정’과 소수자 대상 미디어교육 방향

얼마 전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을 발표했다.

교육과정 총론은 공교육을 위한 일종의 규범으로 향후 교과서 제작이나 학교 수업 내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주요 사항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및 소수자 대상 미디어교육 관련 내용을 살펴본다.

김지연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

‘인권 감수성, 문화적 다양성, 양성 평등’은 소수자 대상 미디어교육을 위해 중요한 가치다.

더 나아가 소수자를 세부 유형화해 맞춤형 교육 목표를 수립하고

학교급별, 교과별 세부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소수자의 잠재력이 발현될 수 있도록 임파워먼트를 키워야 할 것이다.

 

 


 

 

급변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 속에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 미디어는 삶의 일부일 만큼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미디어 이용은 급증하고, 비대면 원격 교육이 확대되면서 디지털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생겼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청소년의 미디어 이용에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가져왔다. 현대의 청소년은 미디어를 능동적‧창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한편으론 가짜뉴스, 사이버 불링, 사이버 범죄, 디지털 성범죄, 온라인 혐오 현상 등 다양한 온라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필요로 한다. 또한 선거 연령의 하향으로 평등한 민주 시민 교육과 디지털 시민성이 중요해진 반면, 디지털 격차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야기됨에 따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적 배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소수자는 누구이며 어떻게 볼 것인가?

 

 

디지털 환경에서 차별 받지 않을 권리

소수자는 다양한 관점에서 정의될 수 있으나 프랑스의 후기 구조주의자 질 들뢰즈(Gilles Deleuze)와, 다양한 실천 방식에 중점을 둔 정신의학자 펠릭스 과타리(Félix Guattari)는 소수자를 사회적 약자이지만 차이의 정체성을 갖고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주체로 개념 정의한다. 소수자는 수적으로 소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이주민, 어린이, 청소년, 노인, 여성, 노동자, 성소수자 등’과 같이 질적 기준에 의해 차이를 지닌 존재를 말한다. 즉, 사회적 취약 계층이지만 실천적 주체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보호나 시혜, 동정의 대상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차이’는 소수자를 관통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차이’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차이’를 다양성으로 인정하고 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포용적 태도를 견지한다. 또 다른 하나는 ‘차이’를 차별의 기제로 삼아 편견과 고정 관념을 갖게 되고 특정 집단에 대해 혐오를 보인다. 성별, 장애, 종교, 나이, 출신 지역, 인종 등을 이유로 집단에 대해 불리한 낙인을 찍거나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을 ‘혐오 표현’이라 한다.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온라인 혐오 표현 인식 조사》에 따르면, 소수자들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많이 혐오 표현을 경험하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혐오와 차별이 사회적 소수자에게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는 청소년은 미디어교육의 대상이자 주체다. 특히 청소년이 보호주의적 관점에 포획되어 있거나 지역별·소득별·성별 차이와 장애 유무에 따라 저소득층 가정 청소년, 다문화 가정 청소년, 북한이탈 가정 청소년, 장애 청소년, 학교 밖 청소년과 같이 청소년 안에서 또 다른 소외가 발생하는 경우는 청소년 자신이 소수자가 되기도 한다.

 

2021년 3월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일반논평 제25호: 디지털 환경에서의 아동 권리>를 채택하면서 디지털 환경에서 아동(만18세 이하)의 권리 보호를 위해 국가가 수행해야 할 의무와 역할을 제시했다. 그중 첫 번째 원칙이 ‘비차별’, 즉 차별 받지 않을 권리다. 이에 따르면, 아동은 디지털 소외를 극복하고, 디지털 기술 사용 시 혐오 발언에 노출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등 차별 받지 말아야 한다. 또한, 취약 계층 아동에 대한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선제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동시에 젠더 관련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디지털 접근성 및 디지털 리터러시를 높여야 한다. 다양한 층위의 청소년이 차별 받지 않고 누구나 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강화해야한다.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란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구성·제작·비평하며, 능동적·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참여하는 역량을 의미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구성하는 요소로는 미디어 지식과 비평, 의사소통, 접근 및 활용, 구성 및 제작, 참여를 들 수 있다(강진숙, 2005). 미디어 환경이나 사회적 가치에 따라 강조되는 역량도 변화하고 있으며, 역량 개발을 위해 미디어교육의 내용과 방법도 구체화해야 한다.

 

 

‘포용성’ ‘협력’ 강조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는 미디어교육법을 만들어 공교육의 책무로 규정하고, 청소년의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강화와 디지털 시민성 고양을 위해 미디어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국은 국가 단위의 미디어교육 관련법이 부재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21년 11월 24일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 사항을 발표했다. 이번 교육과정 개발에는 학생, 학부모, 교사, 전문가 등 다양한 교육 주체의 참여를 통해 대국민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국민과 함께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국민 참여형 교육과정 개발을 선포한 것이다. 이때 모두를 위한 교육이란 포용 사회를 말하며,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선해 나간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

 

거의 7년 만에 이루어진 개정 교육과정에는 두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총론에 포함됐고,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소수자 대상 미디어교육의 방향이 마주하는 지점을 일부 발견할 수 있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주요 사항에서 소수자 대상 미디어교육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앞서 제시한 ‘포용성’을 들 수 있다. 이는 첫 번째 추진 과제로, 미래 대응을 위한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의 핵심 가치인 ‘포용성과 시민성’과도 맥락이 연결된다. 학생의 학력 수준이나 장애 여부, 다문화와 관계없이 차별하지 않고 모두를 위한 교육과정 강화를 천명함으로써 사회 구성원 간의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배려와 소통, 협력과 공감을 통한 시민성을 갖춘, 미래 사회에 적합한 인간상을 제시했다. ‘협력적 소통’은 이번 개정안에서 ‘의사소통’ 대신 새로 신설된 핵심 역량인 만큼 ‘협력’에 방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곧 소수자적 정체성을 긍정하는 것이며, 청소년도 유형을 보다 세분화하여 소외 학생의 학습 격차를 줄이고, 이를 바탕으로 공동체 역량을 함양해야 한다. 또한 기초 소양으로서 ‘디지털 역량’은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의 유사 개념으로 정의되는데, 포용성과 시민성을 가진 인간상이 디지털 소양을 갖출 때 소수자 대상의 미디어교육과 맞닿게 된다.

 

둘째, 제1과제의 두 번째 세부 내용으로, ‘시민성 함양을 위한 민주 시민 교육’을 들 수 있다. 이는 앞의 공동체적 가치 함양과 연계되어 ‘비판적 사고’와 ‘시민 참여 및 실천’ 등을 주요 영역으로 하고, ‘문화 다양성, 미디어 리터러시, 사회적 공감과 의사소통, 지역 및 국가 공동체 참여와 실천 등’을 내용적 요소로 삼는다. 현재 일부 지방 자치 단체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지원 조례’가 제정·운영되고 있으나 국가 차원에서 학교 교육과정의 총론에 ‘미디어 리터러시’가 처음 제시된 것은 매우 의미 있고 환영할 일이다. 특히 ‘비판적 사고’는 미디어를 통해 왜곡된 재현 이미지를 비판적으로 해석해내는, 소수자 미디어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역량이라 할 수 있다. 학생들도 민주 시민으로서 비판적·능동적으로 미디어를 활용하도록 교육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이번 개정안에서는 지역 연계를 통해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구성함으로써 학생들의 특성이나 유형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학교와 마을이 협력하는 미래 교육 지구는 선주민과 이주민(소수자)이 공동체적 생활을 영위하는 마을 미디어를 활용하거나 찾아가는 미디어교육 형태의 아웃리치(out-reach) 활동도 참고할 만하다.

 

 

학교 미디어교육으로 ‘혐오’ 적극 대응해야

무엇보다 학생들은 인종, 성별, 장애, 지역 등을 이유로 배제되거나 차별받아서는 안 되며, 서로의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혐오 표현 없는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같은 해외 선진국은 평등한 교육 보장과 책임 있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 교육과정에서 혐오 문제를 해결하고 이해와 포용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앞선 조사에서 온라인 혐오 표현에 대한 대응으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강화가 높게 나타난 이유는 공교육의 책무와 학교 미디어교육의 필요성을 반영했다고 판단된다. ‘인권 감수성, 문화적 다양성, 양성 평등’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소수자 대상 미디어교육을 위해 중요한 가치다. 더 나아가 소수자를 집단별로 세부 유형화해 맞춤형 교육 목표를 수립하고 학교급별, 교과별 세부적인 교육과정을 개발하며, 소수자의 잠재력이 발현될 수 있도록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키워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하고 더 나은 미래 사회를 만들기 위해 소수자 미디어교육이 나아갈 방향은 공동체적 삶을 영위하는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과제이자 목표다. 미디어 격차를 유발하는 요인과 미디어 활용 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소수자를 유형별로 범주화하고 맞춤형 미디어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소수자는 배려가 아닌 인권의 언어다. 장애인은 극복 대신 장애 정체성을, 이주민은 동화 대신 다문화 역량(비판적 다문화주의)을, 청소년은 보호주의 대신 능동적 참여를, 노인은 세대 갈등 대신 액티브 시니어를, 여성은 성 고정 관념 대신 젠더 감수성을 담아낼 수 있도록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과 교과의 교육과정 간에 소수자 미디어교육의 내용이 유기적으로 설계되고, 체계적으로 연계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소수자 미디어교육의 핵심개념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 내용이 교과 교육과정의 관련 성취 기준에 반영되어야 한다. 소수자 미디어교육을 주제로 한 선택 과목 개설도 기대하는 바이다.

 

 

 

 


참고문헌

강진숙 (2005). 미디어 능력의 개념과 촉진 사례 연구: 독일의 연방 프로젝트 “학교를 네트워크로”를 중심으로. 《한국언론학보》, 49권 3호, 52-79.

강진숙·조재희·김지연 (2018). 《미디어 소수자(미디어 약자)를 위한 미디어교육 프로그램 개발 방향 연구》. 서울: 방송통신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2021). 《온라인 혐오 표현 인식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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