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생각하고 토론하고 글쓰기’ 자극

2023. 5. 11. 16:54해외 미디어 교육

<뉴욕타임스>의 미디어 리터러시 섹션

written by. 권오성 (전 <한겨레> 기자)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신문으로 손꼽히는 <뉴욕타임스>는
저널리즘뿐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바로 자사의 콘텐츠를 활용한 미디어 리터러시 섹션 운영이 그것이다.
수십 년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꾸준한 관심과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뉴욕타임스>를 소개한다.
 
 

<뉴욕타임스>의 러닝 네트워크는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뿐 아니라 수업에 도움될 만한 다양한 주제의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온라인은 유료이지만 러닝 네트워크 사이트에서 쓰이는 모든 기사와 자료는 무료로 제공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저명한 언론상인 퓰리처상을 지금까지 가장 많이 수상한 매체로서, 보도뿐 아니라 미디어 경영 측면에서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신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언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해 왔는데, 미디어교육 역시 그 가운데 포함된다. <뉴욕타임스>가 청소년의 미디어 리터러시와 저널리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펼쳐 왔는지 이 신문의 ‘저널리즘과 미디어 리터러시’ 특집 섹션[각주:1]을 중심으로 풀어 보았다. 우리 아이들》을 쓰면서 나는 그동안 여러 연구를 하며 만났던 어린이·청소년들의 말을 다시 떠올리고 되짚어 보았다. 특히 디지털 시민성에 대해 논하던 콘퍼런스에서 수민이가 스마트폰을 통해 접속하는 온라인을 “까만 화면 속 밝은 세상”이라 표현했던 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10대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섹션 운영

<뉴욕타임스>의 '저널리즘과 미디어 리터러시' 섹션 페이지 화면. <사진: 저널리즘과 미디어 리터러시 화면 갈무리>

 

우선 섹션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메인 기사를 살펴보자. “10대와 잘못된 정보: 미디어 리터러시를 가르치기 위한 시작점(Teenagers and Misinformation: Some Starting Points for Teaching Media Literacy)”이란 제목의 기사로서, 캐서린 슐텐(Katherine Schulten) 에디터가 썼다. 슐텐은 2006년부터 무려 17년 동안 꾸준히 청소년 미디어 리터러시 부문을 맡아온 에디터로 이 분야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지긋한 관심을 엿보게 해준다. 기사는 교사와 도서관 선생님이 학생에게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와 허위정보(disinformation)[각주:2] 문제를 어떻게 가르치고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는지 크게 5가지 방법을 제시하는 게 뼈대이다.

우선, “10대가 잘못된 정보를 발견한다면, 이 선생님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준비가 되어 있다(When Teens Find Misinformation, These Teachers Are Ready)”[각주:3]란 <뉴욕타임스> 기사를 바탕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법을 가르쳐 주는 게 첫째다. 슐텐 에디터는 “미디어 리터러시 활동 시간이 단 한 번뿐이라면” 이 방법을 추천한다고 썼다. 방식은 이렇다. 교실을 네 구역으로 구분해 각각 ‘매우 동의함’, ‘동의함’, ‘동의하지 않음’, ‘매우 동의하지 않음’으로 이름 붙인다. 그리고 선생님이 다양한 상황에 대한 문장을 하나씩 읽어 줄 때마다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에 해당하는 구역으로 움직인다. 서로의 생각을 확인한 뒤 토론하는 게 이 수업의 구성이다. 학생이 이동하기 어려운 공간이라면 활동지[각주:4]에 내용을 정리해 나눠주고 ‘사실’ 또는 ‘거짓’을 각자 펜으로 매겨본 뒤 함께 이야기하는 대안도 있다. 이렇게 활동하고 토론할 문장 몇 가지를 예로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 소셜 미디어에서 무엇인가를 보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질문을 하지 않게 된다.
● 나이든 어른은 젊은이보다 가짜뉴스를 알아차리기 어렵고 공유하기도 쉽다.
● 주소가 .org로 끝나면 믿을 수 있는 웹 사이트다.
● 많은 청소년이 아주 어릴 때부터 정치적으로 양극화되어 있으며,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 대해 분노한다.

 

매일 전 세계 학생의 의견을 듣다

 

두 번째로 소개하는 방법은 <뉴욕타임스>의 ‘학생 의견 칼럼’[각주:5]이다. 교육의 첫걸음은 학생에 대한 이해이다. <뉴욕타임스>는 매일 하나의 주제를 정해 전 세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기 의견을 댓글로 달아 달라고 요청하는 활동을 진행해 왔다. 미디어 리터러시 섹션을 위해선 특별히 “어른들이 이해 못 하는 10대의 온라인 삶은?(What Don’t Adult Understand About Teenage Life Online?)”이란 질문을 던졌다. 여기엔 775개의 의견이 달렸다. 세인트피터 고등학교의 키이라(Keira)는 “왜 구글이 내 베프(베스트 프렌드)”인지 머리에 떠오른 무작위 질문의 답을 인터넷에서 찾는 기쁨에 관해 이야기하고, 호가드 고등학교의 엘(L)은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기 위해 휴대전화를 열었다가 용무는 잊고 1시간 동안 다른 일에 빠졌던 일을 토로한다. 학생들의 진솔한 경험담을 나누는 것은 대중 매체가 동료 학생과 교육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자료라 할 수 있다.

 

 

10대가 운영하는 팩트체크 사이트. <사진: Teen Fact-Checking Network 갈무리>

 

이 밖에 10대가 직접 사실을 검증해 공유하는 10대 팩트체킹 네트워크(Teen Fact-Checking Network)[각주:6], 학생들을 초대해 학교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개선하는 방법, 그 밖에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교육용 자료 모음 등을 메인 기사는 제공한다.

이렇게 기사에서 드러나듯 <뉴욕타임스>의 ‘미디어 리터러시’ 섹션은 매체의 다양한 기능, 즉 보도에서부터 독자의 의견 나누기, 다양한 디지털 포맷 자료 등을 활용해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이 밖에 섹션 구성을 보면 “디지털 미디어 활용과 남용에 대한 8개의 영화(8 Films About the Uses and Abuses of Digital Media)”[각주:7]와 같은 기사, “수업 계획: 선거 부정 운동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지 살펴보기(Lesson Plan: Explore How the Election Denial Movement Threatens Democracy)”와 같은 미디어 수업을 돕는 가이드, 뉴스 리터러시를 주제로 한 만화 등이 속한다.

 

 

미국의 '2022년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에 참여한 미국 각지의 학교를 표시한 지도. <사진: Media Literacy Week 홈페이지 갈무리>

 

교육 자료는 무료로 제공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관심과 열정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는다. 지금까지 소개한 ‘미디어 리터러시’ 사이트의 경우, 실은 미국의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육협회(National Association for Media Literacy Education, NAMLE)가 주관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Media Literacy Week)’[각주:8]을 맞아 발행한 특집 사이트였다.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은 매년 10월 마지막 주에 열리며 다양한 활동과 이벤트로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학생과 대중의 인식 제고를 목표로 한다.

<뉴욕타임스>는 이 시기뿐 아니라 연중 내내 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한 새로운 콘텐츠를 주 또는 일 단위로 지속해서 발행해 왔으며, 이는 ‘러닝 네트워크(Learning Network)’[각주:9]라는 브랜드로 정립되어 있다. 러닝 네트워크의 에디터인 슐텐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에겐 매주가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인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러닝 네트워크는 1998년부터 학교에서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신문활용교육(NIE) 자료를 발행해 왔다.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뿐 아니라 수업에 도움될 만한 다양한 주제의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온라인은 유료이지만 러닝 네트워크 사이트에서 쓰이는 모든 기사와 자료는 무료로 제공된다.

 

<뉴욕타임스>의 학생 교육을 위한 섹션 '러닝 네트워크'의 첫 화면. <사진: 러닝 네트워크 페이지 갈무리>

 

러닝 네트워크의 핵심 콘텐츠는 ‘수업 계획(Lesson Plan)’인데, 매주 <뉴욕타임스> 저널리즘이 다룬 다양한 주제 가운데 하나를 뽑아 몸풀기 활동, 토론용 기사, 더 생각해 볼 것 등으로 구성해 제공한다.

인쇄 매체의 강점은 글쓰기에 있다. 러닝 네트워크도 이 점을 잘 알고 다양한 글쓰기 활동을 제공한다. 앞서 소개한 ‘학생 의견 묻기’도 여기 포함될 텐데 매일 새로운 주제의 질문을 던진다. 매주 내놓는 ‘사진 보고 글쓰기(Picture Prompts)’도 흥미로운 코너다. <뉴욕타임스>가 수집한 각종 뉴스 사진이나 일러스트 등 가운데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림을 보여주고 학생의 글쓰기를 독려하는 프로그램이다.

 

<뉴욕타임스> 러닝 네트워크의 '사진 보고 글쓰기'에 등장한 사진 가운데 하나. <사진: 러닝 네트워크 페이지 갈무리>

언론사의 존재 가치 높이는 일

 

이 밖에 학생들의 흥미를 자극할 수 있는 단어, 뉴스, 지리학 등에 대한 퀴즈를 제공하거나, <뉴욕타임스>가 제작한 10분 이하의 짧은 다큐멘터리 필름 시청하고 토론하기, 그래프 읽고 어떤 이야기에 관한 내용인지 말해보기 등 다양한 콘텐츠와 활동도 제공한다. 그리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글쓰기, 이미지, 논평 경연 대회도 연중 주최한다.

<뉴욕타임스> 러닝 네트워크와 같은 학생 대상 교육 콘텐츠는 많은 언론사와 교사에게 영감을 줄 만하다. 직원 수 2,000명이 넘는 미국의 거대 언론사에나 가능한 일 아니냐고 덮어둘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사가 자신의 규모에 걸맞은 수준으로 이미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미래 세대를 위해 가공하는 약간의 노력만 기울인다면 기대 이상의 큰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젊은 세대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높이는 것은 공익적으로도 의미가 크거니와 뉴스를 다루는 회사의 존재 가치와도 연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본 원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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