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를 도구로 활용하고 즐겨 보아요!

2023. 9. 6. 09:00수업 현장

미디어교육 운영 학교 수업 현장

written by. 박미영 (한국NIE협회 공동대표)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학교 미디어교육을 활성화하고 청소년의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을 위해 매년 미디어교육 운영학교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전국 유치원·초·중·고등학교이며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학교에는 미디어 강사가 파견돼 미디어교육을 진행한다.
올해 미디어교육 운영학교 중 3개교에서 진행된 생성형 AI 관련 미디어 수업 내용을 소개한다.

과연 학생들은 AI에게 어떤 별명을 붙였을까요?
지나는 ‘화산’이란 별명을 붙여 주며,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산처럼 언제 인간을 뛰어넘을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 위험하다 싶으면 잠시 개발을 멈춰야 한다”고 제안했죠.

  "♬ 꽃향기만 남기고 갔단다."[각주:1] 흥겨운 음악으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화면에 등장한 블랙핑크의 영상을 보며 학생들은 중학생답게 유쾌 발랄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여학생들은 신나게 따라 불렀고, 남학생들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났죠. 앗, 하지만 목소리가? 블랙핑크 멤버 지수의 솔로곡 ‘꽃’인데 노래를 부르는 목소리는 제니입니다.

 

생성형 AI 바로 알기 수업

​▶대상: 중학교
▶수업 활동: 최애 아티스트의 목소리로 모든 노래를?

  이뿐이 아닙니다. 이미 고인이 된 전설적인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 피프티피프티의 ‘큐피드’를 부르는군요. 해외 유명 팝가수인 아리아나 그란데는 역시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디토’를 부릅니다. ‘생성형 AI 커버곡’[각주:2]을 감상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3초짜리 영상 샘플만 있으면 그 사람의 목소리를 복제할 수 있는 음성 합성 기술 ‘발리(Vall-E)’를 개발한 이후, 딥보이스[각주:3]로 기존 노래에 다른 가수의 음성을 입히는 AI 커버곡이 세계적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얘들아, 만약 나의 최애 아티스트 목소리로 만든 커버곡이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 가령 아기상어 주제가, 애국가, 우리 학교 교가, 내가 자주 듣는 노래…. 이런 곡들을 AI 딥보이스를 활용해 내가 좋아하는 최애 아티스트 버전으로 만든다면?” 학생들에게 ‘남의 목소리로 커버곡을 녹음해도 되는지’ 생각해 보게 했습니다.

  “AI 커버곡이 많아지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자주 들어서 좋다”는 1모둠의 의견에 2모둠에서는 “아무리 좋아하는 아티스트라고 해도 같은 목소리를 너무 자주 들으면 지겨워질 것”이란 반론이 나왔습니다. “목소리는 가수의 재산인데 희소성이 없어지면 재산 가치가 떨어져서 은퇴가 빨라진다”며 경제적 가치를 언급한 3모둠의 의견엔 다들 고개를 끄덕였죠. “AI 커버곡 때문에→아이돌 지망생이 줄어들고→음악 수준이 낮아지면→우리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4모둠의 의견에 많은 친구들이 웃으며 공감했습니다. “AI 목소리가 보이스피싱에 악용될 수 있다, 내 목소리가 누군가를 협박하는 범죄에 악용되면 큰일”이라며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최애 아티스트의 목소리로 모든 노래를?’을 주제로 진행한 오남중 1학년 학생의 수업 결과물. <사진: 필자 제공>

 

 

▶대상: 중학교
▶수업 활동: 내가 미술대회 심사위원이라면?

  “이 정도 그림 실력이면 내가 미술대회에 나가도 될 것 같지?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니?” 나의 질문에 그동안 수업에 집중하던 학생들이 놀란 표정으로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건 아니죠, 쌤.”

“아니 왜? 조금 전에는 내 그림이 멋있다며? 미술대회 나가도 상 받을 것 같다며?”

“상을 받을 것 같기는 한데…, 쌤이 그린 그림이 아니잖아요!”

“내가 그린 그림이지, 내가 입력창에 단어를 넣어서 클림트 스타일, 피카소 스타일로 척척 그린 거니까.”

“그렇긴 한데요… 그게요…, 쌤이 직접 손으로 그린 건 아니잖아요?!”

손으로 그림 그리는 시늉까지 하는 학생들에게 “미술대회서 인공지능 작품이 1등, ‘붓질 없어도 예술?’”[각주:4]이란 뉴스의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에서 제이슨 앨런이 출품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란 작품이 1위를 차지했는데, 사람인 제이슨 앨런은 텍스트로 된 설명문만 입력했고 그림은 AI가 그렸다는 뉴스였다. 뉴스를 본 학생들은 당황한 표정이었습니다. “얘들아. 만약 너희들이 심사위원이라면 생성형 AI 산출물의 내년 미술대회 출품을 허용하겠니?”

  학생들은 진지하게 모둠 토의를 벌였습니다.

“생성형 AI 작동 방식은 온라인에 노출된 이미지를 활용해 그림을 생성하는 거잖아. 남의 것을 베낀 셈이니 출품 자격을 주지 말자.”

“어차피 1등=AI라고 생각하면 사람들이 대회 참가를 포기할 거잖아. 그러면 인간의 예술적 역량이 퇴화되니 출품 자격을 주지 말자.”

“아예 AI 대회와 인류 대회로 구분해서 미술대회를 하면 어때?”

결국 ‘데이터 학습으로 만들어진 AI의 수동적 산출물’과 ‘인류가 직접 만든 능동적 산출물’ 간의 차등을 두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내가 미술대회 심사위원이라면?’을 주제로 진행한 오남중 1학년 학생의 수업 결과물. <사진: 필자 제공>

 

 

▶대상: 중학교

▶수업 활동: AI, 너의 별명은…  “얘들아, 생성형 AI에게 별명을 지어줄까? 생성형 AI의 특징을 살펴보고 어울리는 별명을 붙이도록!” 지난 2022년 11월 30일 등장한 챗GPT는 5일 만에 하루 이용자 100만 명, 두 달 만에 1억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번 수업에서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생성형 AI의 다양한 모습을 함께 살펴봤습니다.

① 생성형 AI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콘텐츠를 원료로 그림과 영상을 생성하더군요.[각주:5] 따라쟁이처럼.

② AI에게 그림을 부탁했더니 백인은 우아하게, 유색 인종은 어둡게 그려냈죠.[각주:6] 편견쟁이처럼.

③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작성 중 맥북을 던졌다[각주:7]는 에피소드, 재판에서 챗GPT가 쓴 가짜 판례를 냈다가 벌금을 낸 미국 변호사도 있더군요.[각주:8] 어이쿠, 교황님의 흰색 패딩 사진[각주:9]은 또 뭡니까? 거짓말쟁이처럼.

  과연 학생들은 AI에게 어떤 별명을 붙였을까요? 지나는 ‘화산’이란 별명을 붙여 주며,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화산처럼 언제 인간을 뛰어넘을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 위험하다 싶으면 잠시 개발을 멈춰야 한다”고 제안했죠. 유진이는 거짓말을 지어내는 ‘구라쟁이’이므로 “AI가 무조건 옳다고 믿어서는 안 된다”며 비판적 사고를 강조했습니다. 태연이는 ‘어린이’란 별명을 붙였습니다. 어린이가 부모님이 알려주는 내용을 그대로 믿듯이 AI 역시 사람이 입력하는 것을 그대로 믿기 때문이라나요? 그리곤 “AI가 틀렸다(잘못했다)며 미워하지 말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편견과 거짓말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부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젓한 제안을 했습니다.

 

 

‘AI, 너의 별명은…’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AI에 붙여준 별명. 부천서여중 학생 결과물. <사진: 필자 제공>

 

 

생성형 AI 활용 수업

▶대상: 고등학교(특수학급)
▶수업 활동: 나는 화가다

  우리는 호모 파베르(Homo Faber. 도구적 인간)답게 생성형 AI를 다양한 영역에서 도구로 활용합니다. 생성형 AI는 산업 현장에서 마케팅 문구를 쓰거나[각주:10] 드라마 OST를 작곡하고[각주:11] 광고 영상을 만들어[각주:12] 줍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생성형 AI를 도구로 활용합니다. 특히 특수학급 학생들에겐 유용한 도구로 쓰이죠. 수락고등학교 특수학급 학생들과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각주:13]를 활용해 그림을 그려 보았습니다. 수업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했습니다.

 

① 무엇을 그리고 싶은가요? 입력창에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등 자신이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낱말로 입력하세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입력해도 됩니다(예. 유령의 성 등).

②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 생각나지 않으면 좋아하는 동물 이름을 입력해도 좋아요(예. 강아지 등).

③ 자신의 그림을 어떤 스타일로 표현하고 싶은지 화가 이름을 함께 쓰세요.

 

  A가 기차를 그리며 설명했습니다. “어렸을 때 기차가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기차가 좋아졌어요.” “기차를 바라보는 소도 그리고 싶어요.” “전 고갱 그림이 좋아요.” 예시로 제시한 화가 이름 중에 고갱의 이름이 없었지만,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A는 화가 고갱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이죠. A는 처음엔 고흐 스타일로, 뒤이어 고갱 스타일로 그림을 표현했습니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던 B는 귀여운 고양이를 그렸습니다. 고양이 그림을 현관문에 붙여 놓겠다며 그림 제목을 예쁘게 쓰고 활동지를 소중하게 껴안았습니다. 평소 지하철과 버스 등의 교통수단에 관심이 많던 C는 버스에 탄 토끼와 앵무새를 그렸습니다. 늘 차분하고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는 D는 500년마다 한 번씩 불에 타 죽고 부활한다는 이집트 신화 속의 불새 피닉스를 에너지 넘치게 표현했죠.

 

▶대상: 고등학교(특수학급)

▶수업 활동: AI 자화상

  멋지게 그림을 그려낸 학생들이 누구인지 궁금하다면 학생들이 직접 그린 자화상을 보세요. 앱을 활용해 AI 자화상을 그렸거든요. 학생들은 먼저 자신의 얼굴 특징을 살려 그림으로 표현한 후 사진으로 촬영했습니다. 그 후 이 사진을 메이투(Meitu)라는 카메라 & AI 보정 앱에 넣어서 멋진 자화상을 완성했습니다.

  눈이 초롱초롱 예쁜 B는 분홍 원피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즐거워했습니다. 듬직한 체구의 C는 구레나룻까지 자세히 묘사했죠. D는 초등학생 시절에 읽은 《어린 왕자》를 떠올리며 자화상을 그렸습니다. 별을 여행하는 어린 왕자처럼 자신도 여행을 하고 싶어서 어린 왕자와 여우를 그렸다고 했습니다. 특수학급 교사들은 “학생들이 자기 얼굴의 특징을 정말 잘 그려냈다”며 감탄했고, 학생들은 AI가 생성해준 자신의 자화상에 감탄했습니다.

  12차시에 걸친 특수학급 미디어 수업에는 두 명의 특수교사가 참여해 적극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했습니다. 김정희 교사(2학년)는 “영상편집, NIE, AI 수업 등 학생들 수준에 맞춘 스마트 기기 활용법이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고, 오하림 교사(1학년)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미디어 활용법을 익히고, 저작권·초상권 등 실생활에서 알아야 할 규범과 예절까지 배울 수 있어서 매우 유용했다”고 말했습니다.

호모 파베르. 미디어를 도구로 활용하고 즐기고 향유하는 기회가 내년에는 더 많은 학생들에게 주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수락고 특수학급 1~2학년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자화상을 그렸다. <사진: 필자 제공>

 

 

 

본 원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

 

 

한국언론진흥재단

이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어느정도 만족하셨습니까? 관리자의 답변이 필요한 의견은 고객의 소리 게시판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www.kpf.or.kr

 

 

 

 

  1. https://www.youtube.com/watch?v=JaRQ44vgxDM / 엠빅뉴스 [본문으로]
  2. 생성형 AI 커버곡: AI에 유명 가수의 목소리를 학습시킨 뒤 다른 음원 등과 합성한 것. [본문으로]
  3. 딥보이스: AI가 특정인의 목소리를 합성해 복제하는 기술. [본문으로]
  4. https://www.youtube.com/watch?v=uB3f3TZN-j0&t=35s 채널A.2022.9.4. [본문으로]
  5. 헤럴드경제 2023.4.26. [본문으로]
  6. 어린이조선 2023.04.09. [본문으로]
  7. 한국일보 2023.02.23. [본문으로]
  8. 동아일보 2023.06.23. [본문으로]
  9. 중앙일보 2023.03.29. [본문으로]
  10. 중앙일보 2023.03.15. [본문으로]
  11. 매일경제 2023.05.02. [본문으로]
  12. 한국경제 2023.05.04. [본문으로]
  13.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오픈AI의 달리(DALL-E) 모델을 기반으로 자연어 프롬프트에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기능. 소셜 미디어나 파워포인트에 필요한 이미지를 바로 만들 수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