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26. 15:00ㆍ특집
디지털 플랫폼의 확장과 미래의 리터러시 교육
written by. 김아미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독립 연구자)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현대인의 삶은 디지털 플랫폼과 떨어져 상상할 수 없다.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우리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며 또 경제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점점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디지털 플랫폼 환경을 살펴보고,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 앞으로 어떤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지 고민해 본다.
디지털 플랫폼의 확장으로 플랫폼의 구조적 특징과 디지털 플랫폼이 구동하는 경제적 맥락,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며 존재하는지 등
전반적인 환경과 구조의 요소를 살필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로의 확장이 필요하게 됐다.
‘리터러시는 무한 증식하는 개념인가?’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미디어교육의 영역에서 언급되는 리터러시만 해도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인공지능 리터러시, 데이터 리터러시 등 다양하다. 인생에서 배움은 끝이 없다고 하지만, 새로운 미디어나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해당 기술과 관련된 리터러시를 갖춰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그리고 그러한 리터러시를 갖추기 위해 학습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리터러시’라는 용어는 많은 개념적 논의를 내포하고 있어서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이 읽고 쓰는 역량이라 설명되기도 하지만,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사회적 실천 능력으로 혹은 기득권을 지닌 세대의 권력 유지를 위한 자격 부여로 해석되기도 한다. 리터러시를 갖추기 위해 인지하고 이해해야 하는 기술과 환경도 확장하고 있고 리터러시가 가지는 개념적 층위도 다양하여, 똑같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라는 말을 써도 지향하는 바, 강조하는 바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에, 미래의 리터러시 교육을 고민할 때 현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경험부터 출발하여 우리가 의사소통을 하거나 사회에 참여하기 위해 이해해야 하는 매개체와 기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보다 현실적 접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현 사회와 리터러시
현 사회를 설명하기 위해 디지털 대전환기, 또는 플랫폼화된 사회, 데이터화된 사회라는 말을 이용한다. 이 중에서도 플랫폼화된 사회에 대한 논의는 우리의 온오프라인 일상 전반에 걸쳐 여러 디지털 플랫폼이 영향을 주고 있음에 주목한다. 인스타그램, 트위터처럼 주로 온라인 소통 공간으로 이용하게 되는 각종 소셜 미디어 서비스나, 카카오 서비스처럼 인스턴트 메신저 등 온라인 교류 서비스를 비롯하여 금융 등 실생활 서비스 등을 모두 포괄한 플랫폼 역시 디지털 플랫폼에 포함된다. 이처럼 디지털 플랫폼은 소셜 미디어, 앱 등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가 구동되는 비교적 개방된 환경으로, 디지털 사회 구성원인 우리가 활동하고 소통하는 주요 맥락으로 존재한다.
디지털 플랫폼 기반 환경에서 우리는 이전보다 더 개별화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때 우리의 경험은 각 디지털 플랫폼이 구동하는 알고리즘에 따라, 그리고 각 플랫폼의 기능 및 주로 유통되는 콘텐츠와 정보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개별화된 경험으로 인한 편의성이나 효율성도 있지만 이로 인하여 ‘반향실 효과’나 ‘집단 극화’ 같은 위험 상황이 등장하기도 한다. 연구를 위해 만난 청소년들과 디지털 플랫폼 이용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이들은 나만을 위한 맞춤 경험 같다는 긍정적 반응과 더불어 그로 인한 과몰입의 위험, 그리고 나에 대한 개인 정보를 플랫폼 기업이 지나치게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을 표하기도 한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경험은 개별 플랫폼 안에 국한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디지털 환경에서 이용자가 접하는 정보나 콘텐츠, 소통과 교류의 경험은 여러 디지털 플랫폼을 넘나들며 상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어린이·청소년이 겪는 온라인 위험 상황도 여러 디지털 플랫폼을 넘나들며 발생하는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틱톡에서 어린이가 좋아하던 크리에이터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오픈채팅방으로 이동해서 소통하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크리에이터와 즉시적 소통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오픈채팅방 안에서 개인 정보 유출이나 성인과의 원치 않는 접촉 등의 위험 상황이 벌어진다. 허위정보의 확산도 마찬가지이다. 특정 디지털 플랫폼에서 만들어진 정보가 다른 플랫폼으로 확산되면서 정보의 생산, 공유 맥락이 불분명해져 진위 분별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확장하는 디지털 플랫폼
이처럼 디지털 플랫폼은 우리가 접하게 되는 정보나 콘텐츠를 결정하고, 우리가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와 세상을, 사회 구성원인 서로를 매개하는 공간이자 맥락이 된다. 이에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 참여하기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하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우리가 미디어 환경에서 접하는 정보나 콘텐츠, 경험 등에 대해 텍스트 그 자체를 읽고 쓰는 능력을 의미하는 동시에, 우리가 읽고 쓰는 정보나 콘텐츠의 생산, 유통 맥락을 함께 고려하여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역량이다. 디지털 플랫폼의 확장으로 우리는 이에 덧붙여 우리가 활동하는 플랫폼의 구조적 특징(행위 유도성)과 디지털 플랫폼이 구동하는 경제적 맥락,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며 존재하는지 등 전반적인 환경과 구조의 요소(어찌보면 우리가 경험하는 미디어의 인프라)를 살필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로의 확장이 필요하게 됐다.
이처럼 확장된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우기 위한 리터러시 교육은 어떤 내용을 다루어야 할까? 기존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확장한 몇 가지 핵심 질문 및 활동을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디지털 플랫폼의 구조와 행위 유도성 이해하기
- 내가 이용하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의 구조와 인터페이스, 기능은 어떠한가? 각각의 장단점을 비교해보자.
- 내가 이용하는 디지털 플랫폼의 주 사용자 층은 어떤 특성을 가지는가? 각 디지털 플랫폼이 타깃으로 삼는 주 이용자는 누구이고 그들의 특성은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 내가 이용하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주로 이슈화되는 사안은 무엇인가? 어떤 이야기가 어떤 방식으로 오가는가? 각 디지털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소통과 교류의 방식은 어떠한지 생각해보고, 앞서 조사한 디지털 플랫폼의 구조적 특징, 주 사용자 층 등과 연결하여 성찰해보자.
- 각 디지털 플랫폼에서 나는 어떤 콘텐츠와 정보, 사람을 왜 만나게 되는가? (디지털 플랫폼 구동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
2) 디지털 플랫폼의 경제적 맥락에 대한 이해
- 디지털 플랫폼은 어떤 방식으로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가?
- 대부분의 디지털 플랫폼은 이용자에게 이용료를 받지 않지만, 그 대신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여 제3자에 제공하는 등 수익 창출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각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해 동의한 이용 약관을 다시 찾아보고 이용자로부터 어떤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어떻게 활용하는지 조사한다.
3) 디지털 플랫폼, 대안적 상상하기
- 내가 이용하는 디지털 플랫폼이 어떻게 바뀌기를 원하는지 상상해보자
- 바로 대안적 상상을 하기 어렵다면, 해당 플랫폼이 어떤 식으로 변화해 왔는지 조사하고 그 이유를 찾아보는 활동을 선행할 수 있다.
- 나만의 디지털 플랫폼을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
- 제작자로서 디지털 플랫폼 기획해보는 시뮬레이션 활동으로 코딩 활동과 결합 가능하다.
함께하는 디지털 사회를 위하여
디지털 플랫폼 시대의 리터러시 교육은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서 읽고 쓰는 소통, 참여 능력 함양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그쳐서는 안 된다. 디지털 플랫폼의 사회경제적 맥락을 이해하는 한편, 나와 기술, 기술과 사회의 관계, 테크 기업의 사회 기관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등을 살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디지털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 능력을 키우고, 보다 포용적인 디지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시민적 역량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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