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6. 10:18ㆍ카테고리 없음
|글. 양소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선임연구원) 외 3인|
지난 2021년 교육부가 발표한 ‘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초등부터 고등에 이르기까지
미디어 리터러시가
각 교육과정의 내용 요소로
편입되어 있어
교육계는 물론 미디어 연구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었다.
이지선 서원대학교 교수를 비롯한
미디어 연구자 3인은
개정 교육과정의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수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실질적 도움을 주는 연구를 진행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연구자들이
직접 연구보고서 내용을
일부 요약하여 소개한다.
이 연구를 시작한 배경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내용 적용의 문제점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24년부터 학교 현장에 순차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번 교육과정에서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디지털 소양’을 학교 학습과 평생 학습을 위해 갖추어야 할 역량으로 규정했다. 디지털 대전환으로 미래 사회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므로 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미래 사회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 교육과정에서 ‘디지털 소양’을 강조하는 것은 이러한 인식에 따른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은 국어, 사회/도덕, 수학, 과학, 실과/기·가/정보, 체육, 예술, 영어 등 모든 교과군에 걸쳐 초-중-고에 이르는 연속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을 것이다. 예를 들어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초등 1~2학년군 ‘슬기로운 생활’ 교과에는 ‘매체 활용하기, 다양한 매체와 자료 이해하기’ 등이 교육 내용으로 제시되어 있다. 그러므로 학생들은 저학년 시기부터 일상 속 미디어 경험을 바탕으로 학습을 시작할 것이다. 고등학생 시기에 이르면 미디어 리터러시를 중점 교육 내용으로 삼은 교과목들을 학습할 수 있다. 선택 교과목 중 국어과에는 ‘매체 의사소통’이, 사회과에는 ‘사회와 문화’가, 정보과에는 ‘정보’ 등이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교육 내용을 심층적으로 학습하는 교과목들이다.
이처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내용이 대폭 확대되고, 전 교과를 통해 학습되는 상황에서 예상되는 어려움 또한 있다. 먼저 전 교과와 학년군에 편재되어 있는 교육 내용을 체계화할 수 있는 기준틀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교육 주체들이 각각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내용이 서로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고, 학습자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피상적으로 느껴지기 쉽다. 아직 교육 내용에 익숙하지 않은 교사가 많은 상황에서, 대폭 확대된 교육 내용은 교수 학습을 운영해나가야 하는 교사들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그래서 이 연구에서는 교육 주체들이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에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프레임워크를 구성하여 교육 내용을 체계화하는 기준틀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에 따라 각 교과와 학년군에 제시된 교육 내용들을 체계화하여 교육과정 로드맵을 예시했다.
학교 교육을 위한 프레임워크의 영역과 위계
1. 기준틀 제시:
학교 교육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프레임워크
우리가 구성한 프레임워크는 크게 교육 영역과 위계를 기준점으로 한다. 학교 교육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영역은 ‘수용하기’ 위해 필요한 영역,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영역,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영역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교육 내용의 위계는 유능하게 잘 활용하는 역량을 의미하는 ‘기능적 역량’을 기초 역량으로, ‘비판적 역량’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함양해야 하는 고등 역량으로 제시했다.
우리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프레임워크를 제안하는 데 초점을 두기 위해, 인간이 온라인에서 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교육 영역을 구분했다. 미디어 환경에서 우리의 활동은 크게 이해하고 표현하는 활동으로 구성된다. 이를테면 미디어에 대해 이해하고, 미디어를 통해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미디어를 활용해 표현하고, 이해와 표현을 동시에 수행하는 소통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감정과 의견을 구성하고, 삶을 구성해 나가며, 문화와 사회를 변화시킨다. 교육과정에서는 이해 활동을 ‘수용’이라는 용어로, 표현 활동을 ‘생산’이라는 용어로 나타내고 있으므로, ‘수용하기’와 ‘생산하기’ 영역을 구성했다.
한편 최근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논의에서 지금의 미디어 환경은 인간이 ‘살아가는(being)’ 환경이라고 보고 있으며, 이에 ‘잘 살아가기(well-being)’ 위해 필요한 역량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우리 연구에서도 ‘수용하기’와 ‘생산하기’에만 초점을 두면 삶의 문제가 충분히 조명되지 못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살아가기(being)’ 영역을 두어 이해 활동과 표현 활동을 수행하는 주체가 온라인에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따로 조명했다.
다음으로 선행 논의들이 주로 학습자의 리터러시를 기능적 리터러시에서 비판적 리터러시로 발달해 간다고 논의하고 있으므로, 이에 따라 유능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수준을 기능적 리터러시로, 비판적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비판적 리터러시로 위계화했다. 예를 들어 미디어 콘텐츠를 기능적으로 접하고 소비하는 ‘(기능적) 소비’, 미디어를 활용하여 자신의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는 ‘(기능적) 표현’, 디지털 공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자기를 조절하고 위험성을 인식하여 대처할 수 있는 ‘자기조절 및 안전’ 등은 기능적 역량에 해당한다. 비판적 리터러시로는 수용 활동에서 미디어 콘텐츠와 환경 및 공유의 맥락을 종합하여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평가’, 생산 활동에서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에 참여하는 ‘참여적 창작’, 살아가기 영역의 활동에서는 여러 공동체의 구성원과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변혁적 역량으로서의 ‘협력적 문제해결’ 등이 중요한 교육 요소이다. 각 요소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2. 커리큘럼 구성: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내용 체계화
다음으로 우리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미디어, 매체, 리터러시, 디지털, 온라인, 인공지능’ 등의 관련 용어를 성취기준이나 성취기준 해설에서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교육과정을 추출하여 분석했다. 그 결과 초등~고등학교 1학년에 이르는 공통 교육과정 전체를 대상으로 분석했으므로 상당한 양의 교육 내용이 도출되었다. 우리는 이를 프레임워크를 기준틀로 하여 로드맵을 제시하는 한편, 양적 분석을 통해 각 학교급별, 교과별로 강조하고자 하는 교육 내용을 도출했다. 먼저 초등학교의 교육 내용은 크게 다음의 4가지로 요약된다.
중학교의 교육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등학교는 공통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1학년만을 대상으로 하여 볼 때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다만 고등학교는 선택 교육과정의 강화로, 다양한 교과에서 이보다 훨씬 다층적인 교육 내용이 수행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크게 보았을 때 교급별 매체 교육 내용은 초등 단계에서 매체 접근, 기초 표현 능력 → 중학 단계에서 매체의 기능적 수용·생산 → 고등 단계에서 매체의 비판적 수용·생산과 같이 교급 간 계열성을 갖추고, 교급 단계에 따라 점차 심화되는 양상으로 제시되는 한편, 모든 교급에서 교과 학습의 도구로 매체 활용을 강조하여 미디어를 활용한 교육이 중요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연구에서 분석 결과와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학년군별로 중점 요소를 두어 커리큘럼을 예시한 결과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여기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 기반 커리큘럼’은 교육과정에 명시된 교육 내용만을 대상으로 체계화한 것이며, ‘보완 커리큘럼’은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프레임워크를 기준점으로 좀 더 고려해야 하는 교육 내용을 보완하여 제시한 것이다.
구체적인 성취기준의 체계는 연구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구서에서는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매체 관련 성취기준을 학교교육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프레임워크를 통해 체계화하여 ‘초·중등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내용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로드맵은 2022 개정 교육 과정의 전체 학교급과 전 교과에 걸쳐 분포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내용을 추출하여 미디어 리터러시의 영역 및 수준에 따라 재배치했다는 특징을 지닌다. 따라서 로드맵은 교육과정의 미디어 교육 내용에 대한 해설적 성격을 띠며, 학교 현장에서는 로드맵을 활용함으로써 교급 및 교과 간 연계성을 고려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