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18. 11:43ㆍ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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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진호 (경상국립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과거에는 주요 신문과 지상파 방송 등
대형 언론사를 통해 정치 뉴스를 접했다면,
이제는 다변화된 매체를 통해
정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다.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정치·시사 유튜브다.
레거시 미디어의 정치 뉴스 보도가
일방향적으로 이용자의
수동적 자세를 요구했다면,
오늘날 이미 자신의 정치적 취향을
파악한 능동적 이용자들은
입맛에 맞는 유튜브 채널을
골라서 선택한다.
그러나 아무리 내 귀에 듣기 좋더라도
어느 한 쪽의 이야기만 듣다보면
심각한 편향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오늘날 정치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정치·시사 유튜브의 인기 이유와
한계점을 알아보고,
올바른 미디어 이용자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본다.
정치·시사 유튜브의 시대가 도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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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의 인기가 높다. 기자 출신인 진성호 전 국회의원이 진행하는 ‘진성호방송(@SHJin_)’과 신혜식의 ‘신의한수(@tubeshin)’ 구독자는 각각 181만 명, 151만 명으로 보수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반대 진영에서는 방송인 최욱이 진행하는 ‘매불쇼(@maebulshow)’와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gyeomsonisnothing)’이 각각 189만 명과 168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맹활약하고 있다. 이러한 채널에서 진행자나 패널들은 다소 거칠고 과격한 ‘유튜브식 입담’을 통해 정치적 입장을 선명하게 드러내며, 정파적 시청자의 구미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치인들이 시사 유튜브 채널에 빈번히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들 채널들의 영향력이 과시되기도 했다. 각 정당의 후보들은 자신과 같은 진영에 있는 유튜브 방송에 줄줄이 출연하여 반대 진영 후보자를 공격함으로써 ‘집토끼’, 즉 지지세력을 결집시켰다. 정치 유튜버들은 비방 수위를 높이고, 후보에게 의제나 전략을 제언하는 방식으로 훈수까지 둔다.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가 시작하기도 전에 예비후보들은 이른바 ‘윤심’, ‘명심’으로 대변되는 유튜브 방송에 나와 공천심사에 자신을 어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1] 이는 정치 유튜버와 후보자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정치·시사 유튜브가 영향력을 확장해갈수록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정파적 이용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부합한 정보만을 찾고, 알고리즘에 따라 추천된 그와 유사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소비하면서 ‘확증 편향’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이들 유튜브 채널의 상당수는 상업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특정인에 대한 인신 공격이나 비방, 음모론 제기, 허위정보 유포, 혐오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유튜브 채널들은 사실상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기서는 정치·시사 유튜브 전성시대에 이용자들이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미디어 리터러시 관점에서 살펴본다.
무엇이 정치·시사 유튜브를 키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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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미디어의 보도는 신뢰할 수 없다”[2], “언론도 너무 잘못했다. 공정하게 보도해야 하는데, 좌파정권에만 유리하다…공중파(지상파) 안 보고 유튜브 본다.”[3] , “다른 언론은 기득권만 챙긴다. 김어준 방송이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한다.”[4]
정치·시사 유튜브와 관련된 현상을 분석한 몇몇 기사에서 추린 인터뷰 내용이다. 인터뷰 내용을 요약하면 기존 언론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정치 유튜브를 이용하며, 언론보다 유튜브가 더 공정하다는 것이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매년 수행하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의 2024년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이용자 3명 중 1명(31%)만이 뉴스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5] 이러한 낮은 신뢰가 수년째 계속되고 있어, 이용자들이 언론을 떠나 유튜브로 가는 현상이 한편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정치·시사 유튜브 과이용자를 분석한 논문이 이러한 논의를 뒷받침한다. 이들은 기성 언론에 대한 반감이 크고, 비시민적 콘텐츠에 더 많이 노출되며, 정치적 양극화 정도가 높다는 결과다. 특히 이 글 초반에 언급한 인플루언서 채널들을 통해 정치 정보를 접하는 사람들은 언론에 대한 반감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6] 즉 사람들은 기존 언론이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을 옹호한다는 적대적인 매체 지각(hostile media perception)으로 기존 언론을 불신함에 따라, 자신의 신념에 부합한 정치 유튜브 채널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 문제와도 직접 연관된다.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반대되는 정보를 접할 때 받을 수 있는 불편함을 겪지 않기 위해, 자신의 정치 성향에 부합한 콘텐츠를 선택적으로 이용하는 경향(partisan selective exposure)이 있다. 정치 유튜버는 정파적 시청자들의 이러한 심리를 잘 파고든다. ‘자기편’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강한 어조로 시원스럽게 말한다. 사람들은 이러한 콘텐츠를 더 찾거나, 알고리즘에 의해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사람들은 스스로 정치적 태도를 강화해간다.[7] 정치적 양극화에서 시작된 정파적 유튜브 이용이 다시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되먹임을 일으키게 된다. 정치·시사 유튜브는 이를 양분 삼아 더욱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유튜브로 뉴스를 본다는 이용자는 절반에 이른다.[8]
허위정보와 혐오 표현의 온상이 된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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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정치·시사 채널에서는 기존 언론과 달리 어떤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콘텐츠가 주를 이룬다. 유튜브 채널 80개(보수/진보 각 40개), 822개 동영상을 분석한 연구[9]를 살펴보면, 의견 전달 비율이 87%로 사실 전달(10%)에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진행자나 패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해당 채널과 같은 정파성을 가진 패널의 출연 비중이 90%에 이르기 때문에 정파적으로 편향된 콘텐츠가 생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같은 편만 보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더 편향적이고 자극적으로 진행하면 더 큰 박수를 얻는다. 이것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음모론이 유튜브에서 활개 친다. 앞서 언급한 연구를 보면, 오정보를 포함한 동영상의 비율은 8%지만, 오정보를 포함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42%로 적지 않다. 사실을 검증하지 않은 채 의혹을 제기하거나, 폭로를 위한 폭로를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허위정보 경로로 가장 우려하는 플랫폼으로 유튜브(31%)를 꼽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10] 증오·적대 표현 역시 적지 않다. 보수 성향 채널들의 증오·적대 표현 포함 비율은 82%, 진보 성향 채널들은 89%로 각각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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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에서 사용된 흉기가 칼이 아닌 나무젓가락이라거나, 자작극이 의심된다는 음모가 유튜브에서 퍼져나갔다. 여야 모두 유감을 표명하고, 경찰이 사실관계를 밝혔지만, 변화되는 것은 없었다. 배현진 의원 피습 사건을 두고 용의자가 개혁신당 당원이라거나 배후가 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추측성 주장이 유튜브에서 확산하기도 했다.[11] 동해 심해전 탐사시추와 관련해 대통령이 7광구를 일본에 주면서 포기하고 경북 포항 영일만을 챙기려는 것 같다는 소위 ‘뇌피셜’ 음모도 유튜브로 나갔다. 대부분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발언이라기보다, 정치적 혹은 악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의심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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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한동훈도 테러! 범행 도구 ‘나무젓가락’ 의혹 확산!”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이 달린 유튜브 영상은 실제 영상 내용과도 다르다.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북한개입설에서 파생된 수많은 허위조작정보가 여전히 유튜브에서 재생산되는 사례는 언급하기 식상할 정도다. 결국 정치 유튜브 생산자와 이용자 모두에게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렇게 언론 불신과 정치적 양극화에 더해, 허위정보와 혐오 표현을 쏟아내면서 정치 유튜브가 더욱 자라고 있는 셈이다.
정치 허위정보의 바다 속에서
분별력 있는 이용자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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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허위정보나 혐오 표현을 근절하기 위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있다. 특히 선거와 관련해서는 ‘잘못된 선거 정보 관련 정책’을 두고 있다. △유권자 투표 방해, △후보자 자격 요건 관련 허위 사실 유포, △민주적 절차를 방해하는 선동, △선거 공정성 방해 등을 위반하는 경우, 콘텐츠 삭제 및 주의·경고·폐쇄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한다. 그러나 이러한 콘텐츠가 해외 플랫폼 사업자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들의 적극적인 조치나 노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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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가 확증 편향에 빠지지 않고 분별력을 갖추기 위해 스스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유튜브 공간에는 무한히 다양한 콘텐츠가 있지만,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된 콘텐츠를 소비하다 보니 실제 이용하는 콘텐츠는 다양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유튜브는 시청자의 시청 기록, 좋아요, 싫어요, 공유, 검색 기록 등을 분석해 관심 가질만한 비슷한 영상을 추천하기 때문이다. 정치 콘텐츠 역시 자신의 정치 성향에 부합한 콘텐츠만 이용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용자 스스로 콘텐츠 이용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유튜브 계정 설정에서 시청 기록 사용을 중단할 경우 어떤 추천 영상도 뜨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평소 구독한 채널의 영상을 보거나 검색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다.
정치 관련 허위정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우선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사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해당 사실의 출처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의심되는 사안은 검색을 통해 여러 정보원을 교차 검증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의 발언과 행동은 대체로 언론사 뉴스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제목이나 섬네일은 과장 또는 왜곡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것이 감정을 자극하는 경우, 반드시 그 내용까지도 확인해야 한다. 또한 균형 있는 관점을 갖추기 위해 정치 콘텐츠를 스스로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습관을 기르고, 반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자세를 갖출 필요가 있다.
[1] 오동현 (2024. 2. 10). [유튜브공화국①] “줄을 서시오~” 유튜브 유세 경쟁. <뉴시스>. https://www.newsis.com/view/?id=NISX20240207_0002621175&cID=10320&pID=12000
[2] 정원석 (2024. 4. 9). “믿을 건 유튜브밖에”…韓총선과 유튜브 영향력 조명한 日아사히.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41285
[3] 고희진·허진무 (2019. 3. 10). 태극기·성조기 든 어르신들 “언론 못 믿어 보수 유튜브만 본다”. <경향신문>.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1903101652001
[4] 염유섭·강한·권승현 (2024. 5. 9). 김어준·진성호에 빠진 4050… 확증편향·이분법적 사고[4050 그들은 누구인가]. <문화일보>. https://munhwa.com/news/view.html?no=2024050901070830178001
[5] Newman, N., Fletcher, R., Robertson, C. T., Arguedas, A. R., & Nielsen, R. K. (2024). Reuters Institute Digital News Report 2024. UK: RISJ.
[6] 최지향 (2024). 유튜브 뉴스 이용자는 누구인가?: 비이용, 간헐적 이용, 정기적 이용, 과이용층의 기성 언론 이용, 정치적 태도 및 시민성 비교를 중심으로. <방송통신연구>, 통권 128호, 169-197.
[7] 강명현 (2021). 유튜브는 확증편향을 강화하는가?: 유튜브의 정치적 이용과 효과에 관한 연구. <한국소통학보>, 20권 4호, 261-288.
[8] 이현우·김선호·박영흠 (2024).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4 한국>. 한국언론진흥재단.
[9] 장우영 (2023. 12).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정치양극화의 개선과제>(NARS 정책연구용역보고서). 국회입법조사처.
[10] 박아란·이소은 (2020).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한국>. 한국언론진흥재단.
[11] 오동현 (2024. 2. 13). [유튜브공화국②] “내 말이 옳다” 확증편향·극단주의 부추기는 알고리즘. <뉴시스>.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208_000262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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