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26. 10:00ㆍ카테고리 없음
안녕하세요! 미리프렌즈 2기 이서현입니다.
개강으로 바쁜 하루를 지내고 있는 요즘... 다들 어떻게 지내시고 계신가요?

지난주, 저는 보스턴대학교(Boston University) College of Communication에서
Master Lecturer로 계시는 Nivea Canalli Bona 교수님을 인터뷰했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어떨까하는 궁금증에서 시작되었는데요!
교수님의 풍부한 경험과 국제적인 시각을 통해, 오늘날 미디어 리터러시의 의미와 과제를 조명해보고자 합니다.

교수님 오피스에서 진행된 미리프렌즈 인터뷰!
교수님께서 정의하신 미디어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 프렌즈 프로젝트의 일환인만큼,
간단히 인사와 근황 이야기를 나눈 후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정의를 질문드렸는데요.
교수님은 미디어 리터러시를
"미디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그 의도와 맥락을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능력"이라고 하셨습니다.
단순히 메시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의도로 제작했는지를 파악하는 태도가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예시로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보여주셨던 "토끼가 트램펄린 위에서 점프하는 영상"을 언급하셨는데요.
실제로는 현실성이 없는 장면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진짜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교수님은 "작은 유머 영상이라면 웃으며 넘어갈 수 있겠지만, 이런 가짜 영상이 정치나 전쟁 관련 정보 뉴스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능력이 바로 미디어 리터러시다."라고 설명하셨습니다.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과 수업에서의 접근
교수님은 학부생부터 박사생까지 다양한 수업에서 강의하시고 계시는데요.
어린 학생일 수록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거나 미디어리터러시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지 여쭈어보았습니다.
교수님은 현대 학생들이 '짧아진 집중시간 (attention span)' 때문에 깊이있는 탐구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셨습니다. 현대 사회는 스마트폰과 SNS의 끊임없는 알림 속에서 사람들이 깊이있는 탐구를 이어나가기 어렵다고 합니다. 교수님은 이것을 '정보 불안(information anxiety)'라고 표현하시며,
학생들이 '내가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FOMO (Fear of Missing Out, 무언가 놓칠까봐 두려워하는 감정을 이야기하는 미국의 슬랭 단어)"
와도 관련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결국 다시 스스로 깊이 있는 비판적 사고를 할 시간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업에서 단순히 이론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누가 이 메시지로 이익을 얻는가, 나는 어떤 영향을 받는가, 사회적으로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사고를 확장하는 훈련을 강조하신다고 합니다.
오늘날 사회에서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한 이유
교수님은 우리가 "매일같이 정보의 폭격을 받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인터넷 이후 누구나 콘텐츠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그 결과 가짜뉴스와 왜곡된 정보가 순식간에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에는 훈련받은 기자와 전문가만이 뉴스를 생산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손쉽게 제작자가 되어 영상을 멀리 퍼뜨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면서, 시민 개개인이 비판적 필터를 장착하지 않으면, 잘못된 정보가 사회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교수님은 경고하셨습니다.
AI와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은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요?
교수님께서는 AI는 이미 일종의 게이트키퍼 (gatekeeper)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예를 들어, 교수님이 연구 주제와 관련해 AI에 질문했을 때
실제로 중요한 연구자들의 이름이 결과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만약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아예 중요한 학자를 알지 못한 채 지나갔을 것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교수님은 'AI가 정보를 걸러주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AI자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AI가 가진 편향과 한계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다양한 문화적 경험은 교수님의 연구 관점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라틴아메리카, 스페인, 아일랜드 등에서 연구를 진행하신 교수님은 각 지역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하셨습니다.
라틴아메리카: 비판적 전통이 강하지만 교육 격차가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잘못된 정보를 쉽게 믿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스페인・아일랜드: 기술 도입에 있어 미국보다 신중하고, 항상 한 발 물러서서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미국: 새로운 기술에 적극적이지만,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완공된지 얼마 되지 않은 학교의 커다랗고 멋진 데이터 사이언스 건물을 예시로 들었던게 기억에 남는데요.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일 또한 중요하지만,
실제 사람이 어떻게 그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행동하는지 역시 분명하게 교육해야할 문제라고 하셨습니다.

보스턴 대학교의 데이터사이언스 건물! 교수님 사무실 맞은 편에 있어 더 의미심장했달까요....
교수님은 이를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가 단순히 개인적 능력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교육 제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 문제임을 보여주셨습니다.
한국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어떻게 발전해야할까요?
교수님은 "만약 제가 세상의 여왕이라면" 이라는 표현으로 답을 시작하셨는데요.
아이들이 10-12세 무렵부터 학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또한 부모 역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부모가 아이에게 미디어가 주는 영향을 올바르게 설명하고, 영화나 영상 속 장면이 사실과 허구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를 알려줄 때,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비판적 필터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수님은 이 과정이 사회 전체에 필수적인 교육이라고 하시며,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셨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미디어 리터러시가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핵심 생존 능력이라는 교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저 역시 넘치는 정보의 시대에 살아가는 시민 중 하나로서 교수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했는데요.
이제는 정보의 싸움이 아니라 '확실하고 의미있는 정보를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의 싸움이 되지 않을까요?
'누가 이익을 보는가, 왜 이런 메시지가 나왔는가,'
앞으로 제가 미디어를 접할 때마다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인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해외와 한국이 미디어 리터러시에 접근하는 방식의 차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습니다.
교수님께서 설명하신 것과 더불어 저는 한국 사회와 비교해보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드물게 포털 중심의 뉴스 소비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렇다보니 각종 포털사이트의 알고리즘이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이를 소비하기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아직 제도적으로 충분히 자리잡지 못한 상황입니다.
교수님께서 "10-12세부터 정규 교육 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라는 말씀이 기억에 나는데요.
한국 청소년들은 세계적으로 디지털 기기 사용률이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에, 그만큼 가짜뉴스나 선정적인 정보에 노출될 위험이 크고, 그래서 더욱 교육에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청소년의 미디어리터러시를 위해 개발한 중학교용, 고등학교용 교과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우리나라가 학생들의 미디어 의존도 상승과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발맞추어, 전 세계 속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선두주자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쁘신 일정 속 귀한 시간을 내주신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개인적으로도 큰 배움을 얻어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도 글을 읽으며 미디어와 정보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들 미리 굿모닝, 굿애프터눈, 굿나잇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