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는 우리 아이가 한국을 배우는 방법

2012. 7. 25. 09:55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2010년부터 미국에서 살게 되었다. 아이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지만, 부모 입장에서 이국땅에 살면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아무래도 한국어 교육이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4학년을 마쳤으니 한국말을 잊을 리는 없겠지만, 부모와 대화가 가능하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미국에 사는 교민 아이들 중 생활 한국어는 곧잘 하지만 짧은 편지를 쓸 때조차 받침이나 띄어쓰기가 엉망인 것은 물론 유치원생 수준의 어휘를 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미국에 정착하면서부터 ‘미국에서 사는 한국인’임을 강조하였고 그 실천 사항으로 한국어를 꾸준히 공부하기로 하였다. 한국말에서 좀 더 나아가 한국어로 쓰인 글을 통해 우리 문화와 역사를 알아야만 문화의 용광로라는 미국 사회에서 흔들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져간 책을 모조리 읽고 나자 종이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집 아이와 같은 이민 자녀를 위한 한국어 읽기 교육과 한국문화 교육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한국어 문장으로 쓰인 텍스트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한 일간지 사이트를 즐겨찾기에 등록해 두고 저녁을 먹은 후 정기적으로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 신문에는 사건 기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칼럼, 인터뷰, 만화, 운세 등 다양한 장르가 있다. 그것들은 여러 번의 퇴고를 거친다. 또한 신문에는 기자의 글만 싣는 것이 아니다. 기고와 같은 아웃소싱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도 들려준다.


한국 신문을 인터넷을 통해 읽으면서 우리 집 아이는 한국에서 일어난 일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아관파천’, ‘고로쇠’ ‘유류세’와 같은 어휘가 나오면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하거나 검색하기도 한다. 이런 인터넷 신문 읽기는 해당 기사에 대해 연관 기사까지 보여 주고 있어 심화 읽기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종이 신문이 하루치 기사를 섹션별로 중요도를 고려하여 배열해 둔 것에 비하면 복잡한 감이 없지 않았다. 왜냐면 일간지 신문을 고시공부하듯 심화 학습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었다. 대안을 모색하던 중 인터넷으로 종이 신문처럼 볼 수 있는 PDF 버전을 신청하게 되었다.


소설책은 마지막 읽었던 부분부터 다시 읽어야 하지만 전날 신문을 못 읽었을 경우 숙제가 밀린 것처럼 느낄 필요 없이 오늘 자 신문을 보면 된다. PDF 버전으로 종이 신문처럼 읽으니, 기사의 편집 위치에 따라 중요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한눈에 헤드라인이 들어오면서 읽고 싶은 기사를 뽑아내는 한국어 스캐닝 능력도 키울 수 있었다.


인터넷에는 정보가 어지럽게 실려 있어 눈을 끄는 기사를 클릭하다 보면 어느새 길을 잃고 왜 이곳까지 왔는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또한 정제되지 않은 문체와 삿된 표현들이 많아 우리 문화와 우리글을 알려 주려다가 우리 문화에 대한 경멸을 느끼게 될까 두려울 정도다. 신문을 통해 한국문화를 배운다면 글쓰기, 주장과 논거, 제목 달기 등을 통해 한국어의 맛도 느끼면서 해외 교민 자녀도 다문화 사회에서 당당한 한국인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2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중 학부모부 은상 조형숙님의 '해외 교민 자녀, 신문 읽으며 한국문화와 한국어 배워요'를 옮겨온 것입니다.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