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민들이 직접 만든 도서관 가보니

2012. 7. 23. 13:2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이야기는 소곤소곤, 발걸음은 살금살금, 우리 주변의 도서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데요. 그런데 여기 어린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찬 도서관이 있습니다. 충남 천안시 신방동에 위치한 ‘책나무숲 어린이 도서관’인데요. 어린이와 마을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책나무숲 어린이 도서관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책나무숲 어린이 도서관은 천안시 신방동 아파트 단지의 상가에 있습니다. 상가에 위치한 작은 도서관에도 불구하고 제법 도서관의 형태도 갖추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에 누가, 왜 이 도서관을 이곳에 만들었을까하는 궁금증이 점점 커졌습니다.







개관준비에서 개관, 운영까지 주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도서관


조은아 관장이 개관을 준비했던 동기는 다른 엄마들의 고민과 다르지 않았다고 해요. “우리 막내아이는 씩씩해요. 그래서 정숙해야하는 중앙도서관에서는 울거나 뛴다는 이유로 쫓겨난 적도 있어요. 그러다보니 우리아이도 갈 수 있는 도서관이 없을까 생각하게 되었고, 마음이 통한 엄마들끼리 시도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관장과 같은 뜻을 가진 주민들이 모여 설문조사를 하고, 설명회를 시작했다고 해요. 이렇게 주민들의 참여로 개관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책나무숲 도서관의 사서선생님도 개관준비과정의 현수막을 보고 참여한 마을 주민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시의 도움 없이 시민들의 힘만으로 도서관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 도서관의 가치를 더 높여주는 것 같은데요. 도서관 내부의 원두막과 벽화도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이 손수 만든 것이라고 하니 도서관에 대한 애착이 크겠죠? 





한 땀, 한 땀, 재능기부를 통해 만들어지는 도서관 


책나무숲 어린이 도서관은 색다른 어린이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전통놀이 전문가인 반송 선생님이 재능기부를 통해 실뜨기, 비사치기, 칠교놀이 등 다양한 전통놀이와 미술, 인형극, 구연동화와 같은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과, 학부모의 반응도 뜨거운데요. 주목할 점은 이 모든 프로그램 모두가 재능기부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마을 도서관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재능기부를 하고, 학부모들이 인형극과 구연동화를 연출해 진행하는데요. 관련분야의 전문가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라고 해요. 아이들을 위해 직접 구연동화를 배우고 상연한다니 그 열정이 대단하죠?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과 더불어 책나무숲 어린이 도서관만의 특별한 규칙이 있는데요. 자율시간입니다. 어린이들이 오랜 시간동안 집중해서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은데요. 활동적인 분위기의 도서관을 지향하다보니 정말 책을 읽기위해 도서관을 방문한 이용자들이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고민한 결과 자율시간이라는 특별한 규칙이 탄생되었습니다. 자율시간은 정해진 시간만큼 집중해서 책을 읽고 그 사이에 활발한 활동을 허락하는 시간인데요. 사서선생님과 함께하는 수건돌리기, 친구들과 독서시간동안 꾹 참았던 이야기 나누기 등 어린 친구들도 알차게 자율시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독서시간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책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금세 조용해진다고 해요. 자율시간이 어린이들의 독서능률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작은도서관에 더 많은 사랑을 주세요


다독다독이 방문한 날에는 책나무숲 어린이 도서관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찾아와 독서를 하는 정희원(8,천안 신용초교)어린이가 맞이해 주었는데요. 정희원 어린이는 책나무숲의 단골로 올 때마다 많은 책을 읽는다고 합니다. 사서선생님은 정희원 어린이가 “며칠 전 어린이집의 견학을 위한 인형극 준비하려고 소품을 만들어 놓았는데 희원이가 다가왔어요. 인형극 이야기를 아는지 물어보고 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물어봤더니 책의 내용을 그대로 구연했습니다”라며 열정이 많다고 해요. 희원 어린이의 열정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아름다운 순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줍은 미소를 띠며 가장 좋아하는 책을 보여주는 정희원 어린이의 모습이 책나무숲 어린이 도서관의 의미와 가치를 보여주는 것 같죠? 

 

 




책나무숲 어린이 도서관에서 구연동화와 인형극을 통해 재능기부를 실천하는 한 학부모 회원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에 참여했음 하는 소망을 밝혔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수록 아이들이 좀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고, 책나무숲의 긍정인 에너지가 전파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죠. 사서선생님은 도서관 운영에 관한 아쉬운 점을 말했는데요. 최근에 작은 도서관과 관련된 조례가 개정되어 도서 구입비용은 지원받게 되었지만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기부금만으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자선바자회, 자선 콘서트를 통해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더 많은 관심이 있다면 더 좋은 책과 프로그램을 더 많은 어린이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내가 도움을 주고 참여할 수 있는 마을 도서관이 생각보다 많이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우리 동네의 작은 도서관을 방문해 보는 것 어떨까요? 꼭 후원하고 책을 기증하는 것이 아니라도 방문하고 함께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작은 도서관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으니까요.^^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