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글쓰기 위해 ‘문장강화’ 읽어야 하는 이유

2012. 7. 26. 13:27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바야흐로 21세기는 콘텐츠의 시대라고 합니다. Contents, 내용입니다. 말 그대로 어떤 형식 안에 채워지는 내용물입니다. 책과 글, 카메라와 사진, 캔버스와 그림, 무용가와 몸짓, 가수와 노래... ...전자가 형식이면 후자는 내용, 후자가 바로 콘텐츠입니다. 요즘 일본과 동남아는 물론 유럽까지 뒤흔드는 한류(韓流)가 바로 한국 문화, 한국이란 형식에 채워진 문화인데 그 문화가 바로 콘텐츠입니다.


  

[출처-서울신문]




그런 콘텐츠는 대부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없던 것에서 읽고,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게 해주는 그 무엇들입니다. 책이나 글, 사진이나 동영상, 조각이나 그림, 무용, 음악 등 우리의 오감을 자극시키고 감동시키는 그 모든 것들이 콘텐츠입니다. 그런 콘텐츠 중에 아주 유명한 문학작품이나 예술품처럼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 갈고 익혀야 하는, 직업적(프로페셔널)인 것들을 우리는 명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명작, 명 콘텐츠들이 탄생시키는 작가의 능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진 않습니다.


베토벤, 안익태, 피카소, 김중섭, 고흐, 고갱, 슈베르트, 톨스토이, 조정래, 김영랑은 물론 아이돌 가수와 김연아 선수에 이르기까지 명품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아주 오랜 기간의 훈련기간을 거친 다음에야 탄생된 명인들입니다. 이 사람들이 모두 문학가, 작가가 아니라 해도 특별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자신에 대해 관찰을 반복한 탓입니다. 반복하는 관찰과 기록으로, 길고 짧은 것의 차이는 있을 지라도 대부분 익숙한 글쓰기와 말하기를 통해 자신에 대한 표현을 잘 해 내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위와 같이 모든 콘텐츠의 기본은 사실 ‘글쓰기’가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문학작품은 물론 전문 연구 과학서, 연극 시나리오, 영화 대본, 뮤지컬 대사 등  대부분 콘텐츠의 기본은 ‘글쓰기’에서 시작됩니다. 그만큼 21세기 콘텐츠 시대에 핵심은 ‘글쓰기’라는 말입니다.



[출처-서울신문]




글을 잘 쓸 수 있는 훈련법은 이전에 많이 말했습니다. 그런데 훈련법보다 더 중요한 것이 ‘글쓰기’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서 훈련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글쓰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서 훈련만 열심히 하게 된다면 그것은 모래위에 집짓기입니다. 그것은 마치 ‘선의의 경쟁과 신사도’를 익히지 않고서 ‘이기고 지는 승부’만을 생각하며 훈련받은 스포츠 선수와 똑 같은 것입니다. 음악이 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자신이 들려주는 음악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지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피아노 치는 훈련만 받는 사람과 똑같은 것입니다.


이태준이라는 아주 대단한 소설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지금부터 100년도 넘은 1904년에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가 쓴 글쓰기 교본 ‘문장강화’라는 불후의 고전이 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떤 자세와 마음으로 써야 하는지,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정리한 책입니다.



[출처-yes24]




'나는 세상을 비관하지 않을 수 없다.'


'저는 세상을 비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이나 '없다'는 평범하게 나오는 말이다. '저는'과 '없습니다'는 상대자를 존칭하는 정적(情的)의식, 상대의식이 들어있다.


'나는'과 '없다'는 들띄워놓고 여러 사람에게 하는 말 같고, '저는'과 '없습니다'는 어떤 한 사람에게만 하는 말 같다.


평어(平語)는 공공연하고 경어(敬語)는 사적인 어감이다. 그래서 '습니다 문장'은 읽는 사람이 더 개인적인 호의와 친절을 느끼게 한다. 호의와 친절은 독자를 훨씬 빠르게 이해시키고 감동시킨다.


-평어, 경어와 문장 (85 페이지)




  

우리나라에서 글 깨나 쓰는 사람치고 이 책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100년 전에 쓴 책인데 지금도 통할까 싶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글을 쓰는 자세와 방법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창작과 비평’ 출판사에서 지금 상황에 맞게 손을 봐서 다시 출판을 했습니다.




"한가지 생각을 표현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말밖에는 없다"한 플로베르의 말은 너무나 유명하거니와 그에게서 배운 모빠쌍도


"우리가 말하려는 것은 무엇이든 그것을 표현하는 데는 한 말밖에 없다. 그것을 살리기 위해선 한 동사밖에 없고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선 한 형용사밖에 없다. 그러니까 그 한 동사, 그 한 형용사를 찾아내야 한다. 그 찾는 곤란을 피하고 아무런 말이나 갖다 대용함으로 만족하거나 비슷한 말로 맞추어 버린다든디, 그런 말의 요술을 부려서는 안된다." 하였다.


명사든 동사든 형용사든, 오직 한 가지 말, 유일한 말, 다시 없는 말, 글 말은 그 뜻에 가장 적합한 말을 가리킴이다.


가령, 비가 온다는 뜻의 동사에도


  비가 온다

  비가 뿌린다

  비가 내린다

  비가 쏟아진다

  비가 퍼붓는다


가 모두 정도가 다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유일어를 찾으라 (87 페이지) 



 

‘어떻게 쓴 문장이 훌륭한 문장인가, 다시 말해 어떻게 쓰는 글이 올바르게 쓰는 글인가’에 대한 명쾌한 답이 들어있는 명작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제대로 이해를 하고, 그렇게 이해한 사명감으로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위한 기초 소양을 닦기 위한 필독서로 권장합니다.


‘당신이 쓴 글을 읽고 어떤 사람은 웃고, 어떤 사람은 울고, 어떤 사람은 희망을 갖게 되고, 어떤 사람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당신이 쓴 글이 다른 사람에게는 새벽 같은 빛이거나 캄캄한 어둠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읽히기 위해 쓰는 글, 그럼에도 아무렇게나 생각 없이 쓰시겠습니까? 그렇지 않을 거라면 ‘막무가내의 글쓰기 훈련’ 전에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먼저 한줄 한줄 새겨가며 읽어 볼 것을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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